미국 금리인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리인상은 원래 상반기 글로벌증시 호황에 힘입어 6월과 9월로 압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지표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자 이제 금리인상 시점이 올해 안이냐, 내년이냐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변동성 확대되는 형국이다. 벌써 몇개월째 갈팡질팡하는 미국 금리인상 전망 속에서 우리 증시는 어디로 흘러갈.


◆ 입 닫은 옐런, 금리인상은 언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기지표는 물가와 고용지표다. 먼저 고용지표를 보면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5.1%로 꾸준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실업률 5%대는 노동자의 이직이나 일시적 휴직 등의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자연실업률로 보기 때문에 좋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농업을 제외한 부문에서의 고용이 급감해 안정적인 고용상태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에 따르면 이달 미국에서는 14만2000건의 고용이 발생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20만건을 큰 폭으로 밑도는 수준이다. 아울러 전월치마저 13만6000건으로 하향조정되며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또 다른 중요한 지표인 물가수준도 점점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목표치인 2% 달성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경기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Fed의 수장인 재닛 옐런 의장마저 금리인상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자 시장의 불확실성은커지는 모습이다.런 의장은 지난달 26일 메사추세츠대 강연에서 연내 금리인상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이후 있었던 연설 등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스탠리 피셔 미국 Fed 부의장도 연내 금리인상이 기대일 뿐 확실한 약속은 아니라고 말하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피셔 Fed 부의장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합동 연차총회에서 "금리 인상 시기와 그에 따른 미국 내 금리 목표 조정은 근본적으로 향후 미국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Fed 위원들의 발언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대한측이 엇갈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일(현지시간) 세계경제망 보서를 통해 러시아와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률 감소를 예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흥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이 추가로 연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예하 KR투자연구소 애널리스트는 “IMF는 글로벌경제가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해도 무방할 정도로 낙관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점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된 미국의 산업생산과 고용지표 부진으로 정책 입안자들이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를 조금 더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라며 “인상시기는 2016년 혹은 더 뒤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옐런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표를 던졌다. 그는 “경제상황상향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순조롭게 지속된다면 올해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달 고용 확대속도가 둔화했음에도 여전히 Fed가 올해 안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STOCK] 미국 금리인상과 증시 전망

◆ 외국인, 돌아올 일만 남았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안갯속으로 빠지자 국내증시에서는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연초부터 지난 6월까지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는 10조2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글로벌 경기호황과 유동성 장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국내증시에도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감이 커지자 외국인의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난 6일까지 외국인 누적 순매수금액이 9000억원대로 집계된 것. 불과 4개월 사이에 9조원이 넘는 외국계 자금이 이탈한 셈이다.

불행 중 다행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수혜를 입은 수출주의 3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외국인이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나오는 점이다.

실제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1조원, 7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5%, 79.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6조6000억원보다 7000억원이나 더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이 환율효과를 톡톡히 입은 덕택으로 풀이된다. 이번 3분기의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68.9원으로 지난 분기의 1098원보다 6.5% 상승했다.

실적발표 다음날 삼성전자에는 1584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었다. 배성진 현대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미 외국인의 매도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측면에서 외국인의 매도규모 감소와 환율시장 안정화가 이어질 경우 국내 대형주들의 추가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 역시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난 8월과 같은 큰 폭의 변동성 확대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지표가 다시 양호한 모습을 보여 미국의 금리인상이 명확해지면 국내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이 신경 쓰는 중국의 경우 9월 관영 PMI(구매관리자지수)가 상승 전환했고 9월 차이신제조업 PMI 확정치도 소폭 상향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의 우려가 줄어들었다”며 “통상 미국의 계절적 패턴을 볼 때 4분기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잘 나오는 경향이 있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장은 Fed의 금리인상이 명확해지는 시점에서 랠리를 시작할 것”이라며 “그 시점은 4분기 내에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