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소설이 된 토지, <토지>가 된 집
송세진의 On the Road - 하동 최참판댁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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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악양·평사리에는 <토지>가 있다. 위대한 문학가는 땅의 이야기를 끌어냈고 작가와 소설의 주인공들은 사라지지 않고 머물러 있다. 그들은 마치 유기체처럼 이 땅의 일부가 돼 여행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들으러 최참판댁으로 가보자.
◆ 하동, 악양 그리고 평사리
악양에는 4가지 향기가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차(茶)가 있었으니 향긋한 ‘차향’이 있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도향’, 느림의 미학인 ‘만향’, 그리고 문학의 향기인 ‘문향’이 있다. 그 중 문향을 생각하면 소설 <토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토지길. 이 길을 가 봐야 소설 토지와 악양이 들어올 것 같다. 그 중 1코스가 소설 <토지>를 잘 담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과 최참판댁을 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 평사리 하면 <토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곳이었다. 박경리 선생의 고향은 통영이고 결혼을 하고선 인천에 머물렀다. 토지를 집필한 곳은 원주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토지-평사리-박경리가 연결됐던 것은 아니다. 어느 새벽, 이곳에 지날 일이 있었던 박경리 선생은 평사리 들판을 봤고 ‘아! 이곳이면 되겠구나!’ 하고 소설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들판의 모습이 시원하다. 말 그대로 '토지'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 좁지 않은 땅을 지리산이 넉넉히 끌어안았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니 소설 <토지> 그 이상의 이야기들이 흘렀으리라. 작가는 그 중 일부를 상상 속으로 끌어와 위대한 대하소설을 남겼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이곳을 보고 그 이상의 감동과 이야기를 자기 나름대로 만들어 가지고 돌아간다. 사실 대하소설 <토지>를 완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상관없다. 그것이 드라마든 책이든 영감을 주기에 좋은, 실로 아름다운 들판이다.
악양에는 마을이 30여개 있다. 넓은 평야와 넉넉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푸근한 옛마을의 인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거지가 이곳을 한바퀴 돌면서 구걸을 해도 1년은 걸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동슬로시티’는 여행자들이 잘 돌아볼 수 있도록 ‘토지길’을 개발했고, 무인자전거대여소도 운영 중이다.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다 작은 마을에 멈춰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마을에서 마련한 감따기·차만들기 같은 체험프로그램도 있고 철마다 축제도 있고 골목골목 사진 찍기 좋은 곳도 많다. 멈춤의 느낌도, 달리는 느낌도 가져가기 나름이다. 어쨌든 이곳은 시원스런 ‘지나침’이 있는 곳이다.
◆ 최참판댁, 작품은 집이 됐다
최참판댁은 고택이 아니다. 300년쯤 된 조선시대 가옥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위대한 작품이 이곳을 탄생시켰다. 외국에도 작품을 배경으로 한 테마공원이나 유적이 있듯이 이곳도 마찬가지다. 대하소설 <토지>를 모티브로 조성된 것이다. 2001년에 만들어졌고, 2004년 SBS 드라마 <토지>를 촬영했고, 이후 지금까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 쓰이고 있다.
입구에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 마침내 조그만 마을이 하나 나온다. 등장인물 막딸네와 이평이네를 비롯한 소작인들의 집, 주인공 길상이네 집, 외양간, 텃밭, 물레방아 등을 지나 언덕 끝에 이르면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최참판이 있고, 마침내 최참판의 집이다. 솟을대문에 들어가기 전에 뒤로 돌아 평사리 들판을 내려다 본다. 저 멀리 부부송이 보이고, 들판은 역시나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바로 눈에 보이는 이 토지가 소설 <토지>가 됐다.
잠깐 서서 박경리 선생의 연보와 그동안 드라마로 제작된 3편의 <토지>를 살펴본다. 주인공 서희를 누구로 알고 있는가. 한혜숙·최수지·김현주…. 시대마다 새로운 서희가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그들과 함께 세월을 살았다. ‘최참판댁’은 탁 트인 누마루가 인상적인 사랑채와 집의 규모를 느낄 수 있는 행랑과 안채, 그리고 주인공 서희가 기거하던 별당까지 보기만 해도 소설이 그려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영욱 시인의 말에 의하면 이곳 최참판댁이 근처 조씨고택을 모델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건립 초기에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쓰인 기사로 잘못 알려진 것이고, 박경리 선생조차 토지를 쓸 때 조씨고택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최참판댁은 철저히 소설의 내용과 출판 당시 책에 나왔던 최참판댁의 그림을 바탕으로 고증한 것으로, 오히려 함평의 일두고택이 사랑채 건립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어쨌든 ‘최참판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동의 랜드마크이자 누군가에겐 공감을, 누군가에겐 상상력을, 누군가에겐 독서의 자극이 되는 곳이다. 아니 사랑채 누마루에 신을 벗고 앉아 한숨, 두숨 쉬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다.
◆ 박경리, 그리고 최영욱
최근 이곳에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건립됐다. 박경리 선생 타계 7주년을 맞이해 최참판댁 하동농업전통문화전시관 앞마당에 세워졌다. 책 모양의 좌대 위에 세워진 선생의 동상은 135㎝ 높이로 소박하다. 동상만 보아도 강직했던 선생의 성품이 그대로 느껴진다.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님이 살아생전 선생의 성품, 인상, 즐겨 입던 옷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고, 이를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평사리에서 <토지>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바로 시인 최영욱 선생이다. 최영욱 시인은 40세가 넘어서야 토지를 제대로 읽었다고 고백했다. 이곳 악양이 고향인 그는 토지를 읽고 소설과 작가에 매료됐고 그만큼 인생도 변했다. 그는 소위 ‘박경리빠’가 됐다. 마침 그때 하동에서는 ‘최참판댁’을 조성하려던 중이었고, 최영욱 시인은 이곳에 ‘문학관’을 건립하고자 했다. 무작정 박경리 선생을 찾아갔지만 강직하고 겸손했던 선생이 처음부터 이것을 두팔 벌려 환영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문전박대였다.
최영욱 시인의 말을 빌자면 ‘혼도 많이 났지만 결국 사랑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후에 그가 선생을 ‘할매’라고 불렀다니 호칭에서부터 허물없는 사제간의 애정과 믿음이 느껴진다. 최영욱 시인은 문학관과 토지문학제를 위해 같은 해 박경리 선생에게 7번 찾아갔고, 묵묵히 기다렸고, 때로는 조르고 매달렸으며, 마침내 인정받았다. '토지문학제'를 열게 됐고 최참판댁에 평사리문학관도 건립하게 된 것이다.
최영욱 시인은 박경리 선생을 추억하며 이렇게 말한다. ‘문학은 불행을 이기는 가능성을 준다.’ 선생의 행복하지 못했던 인생에서 그것을 이겨낸 위대한 산물이 <토지>였을 것이다. 박경리 선생은 작가이기 이전에 유기농 농부였다고 한다. 그 손은 농부의 손이었다고 한다. 이 가을 평사리에 가서 선생의 손을 한번 만져봐야겠다. 비록 동상일지언정 그 손에서 이 땅을 사랑했던 그분의 마음이 느껴질 것 같다. 작가였던 농부의 손, 분명 가슴으로 느껴지는 온기가 있을 것이다.
[여행 정보]
하동 최참판댁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용방교차로에서 ‘구례, 지리산국립공원’ 방면으로 우측방향 - 산업로 - ‘하동, 화엄사, 마산, 토지’ 방면으로 우측방향 - 구례로 - 평사리삼거리에서 ‘악양’ 방면으로 좌회전 - 악양서로 - 평사리길 따라 이동
[대중교통]
화개정류소 - (하동-쌍계사) 농어촌 버스 탑승 - 최참판댁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최참판댁: 검색어 ‘최참판댁’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문의: 055-880-2654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요금: 어른 1000원 / 청소년 및 군인 800원 / 어린이 600원
슬로시티 하동악양
문의: 070-4146-1607 http://www.slowcityhadong.or.kr
하동문화관광
문의: 055-880-2385 http://tour.hadong.go.kr
명사와 함께하는 지역이야기
문의: 033-738-3000 http://www.koreastoryteller.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역의 명사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스케줄을 확인하고, 원하는 지역과 명인을 선택하여 신청할 수 있다.
● 음식
평산각: 최참판댁 입구에 자리잡고 있으며 참게탕·재첩국·재첩무침이 일품이다.
참게탕 3만~5만원 / 재첩국 8000원 / 해물부침개 8000원
055-883-9292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34
단야식당: 사찰음식 전문점으로 몸이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산채나물 식단을 선보인다. 특히 사찰국수는 고소한 깨국수로 한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더덕산채정식 1만5000원 / 사찰국수 7000원 / 표고버섯전 1만원
055-883-1667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산101-1
● 숙박
비바체리조트: 하동에서 유일한 대규모 리조트로 서당으로 유명한 청학동 오르는 산자락에 위치한다.
예약문의: 055-883-2663 /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청학로 786 / http://www.vivaceresort.co.kr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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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악양 |
◆ 하동, 악양 그리고 평사리
악양에는 4가지 향기가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차(茶)가 있었으니 향긋한 ‘차향’이 있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도향’, 느림의 미학인 ‘만향’, 그리고 문학의 향기인 ‘문향’이 있다. 그 중 문향을 생각하면 소설 <토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토지길. 이 길을 가 봐야 소설 토지와 악양이 들어올 것 같다. 그 중 1코스가 소설 <토지>를 잘 담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과 최참판댁을 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 평사리 하면 <토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곳이었다. 박경리 선생의 고향은 통영이고 결혼을 하고선 인천에 머물렀다. 토지를 집필한 곳은 원주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토지-평사리-박경리가 연결됐던 것은 아니다. 어느 새벽, 이곳에 지날 일이 있었던 박경리 선생은 평사리 들판을 봤고 ‘아! 이곳이면 되겠구나!’ 하고 소설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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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문학관 |
과연 그렇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들판의 모습이 시원하다. 말 그대로 '토지'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 좁지 않은 땅을 지리산이 넉넉히 끌어안았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니 소설 <토지> 그 이상의 이야기들이 흘렀으리라. 작가는 그 중 일부를 상상 속으로 끌어와 위대한 대하소설을 남겼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이곳을 보고 그 이상의 감동과 이야기를 자기 나름대로 만들어 가지고 돌아간다. 사실 대하소설 <토지>를 완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상관없다. 그것이 드라마든 책이든 영감을 주기에 좋은, 실로 아름다운 들판이다.
악양에는 마을이 30여개 있다. 넓은 평야와 넉넉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푸근한 옛마을의 인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거지가 이곳을 한바퀴 돌면서 구걸을 해도 1년은 걸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동슬로시티’는 여행자들이 잘 돌아볼 수 있도록 ‘토지길’을 개발했고, 무인자전거대여소도 운영 중이다.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다 작은 마을에 멈춰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마을에서 마련한 감따기·차만들기 같은 체험프로그램도 있고 철마다 축제도 있고 골목골목 사진 찍기 좋은 곳도 많다. 멈춤의 느낌도, 달리는 느낌도 가져가기 나름이다. 어쨌든 이곳은 시원스런 ‘지나침’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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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 |
◆ 최참판댁, 작품은 집이 됐다
최참판댁은 고택이 아니다. 300년쯤 된 조선시대 가옥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위대한 작품이 이곳을 탄생시켰다. 외국에도 작품을 배경으로 한 테마공원이나 유적이 있듯이 이곳도 마찬가지다. 대하소설 <토지>를 모티브로 조성된 것이다. 2001년에 만들어졌고, 2004년 SBS 드라마 <토지>를 촬영했고, 이후 지금까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 쓰이고 있다.
입구에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 마침내 조그만 마을이 하나 나온다. 등장인물 막딸네와 이평이네를 비롯한 소작인들의 집, 주인공 길상이네 집, 외양간, 텃밭, 물레방아 등을 지나 언덕 끝에 이르면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최참판이 있고, 마침내 최참판의 집이다. 솟을대문에 들어가기 전에 뒤로 돌아 평사리 들판을 내려다 본다. 저 멀리 부부송이 보이고, 들판은 역시나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바로 눈에 보이는 이 토지가 소설 <토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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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 솟을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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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 별당 |
잠깐 서서 박경리 선생의 연보와 그동안 드라마로 제작된 3편의 <토지>를 살펴본다. 주인공 서희를 누구로 알고 있는가. 한혜숙·최수지·김현주…. 시대마다 새로운 서희가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그들과 함께 세월을 살았다. ‘최참판댁’은 탁 트인 누마루가 인상적인 사랑채와 집의 규모를 느낄 수 있는 행랑과 안채, 그리고 주인공 서희가 기거하던 별당까지 보기만 해도 소설이 그려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영욱 시인의 말에 의하면 이곳 최참판댁이 근처 조씨고택을 모델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건립 초기에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쓰인 기사로 잘못 알려진 것이고, 박경리 선생조차 토지를 쓸 때 조씨고택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최참판댁은 철저히 소설의 내용과 출판 당시 책에 나왔던 최참판댁의 그림을 바탕으로 고증한 것으로, 오히려 함평의 일두고택이 사랑채 건립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어쨌든 ‘최참판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동의 랜드마크이자 누군가에겐 공감을, 누군가에겐 상상력을, 누군가에겐 독서의 자극이 되는 곳이다. 아니 사랑채 누마루에 신을 벗고 앉아 한숨, 두숨 쉬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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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욱 시인 |
◆ 박경리, 그리고 최영욱
최근 이곳에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건립됐다. 박경리 선생 타계 7주년을 맞이해 최참판댁 하동농업전통문화전시관 앞마당에 세워졌다. 책 모양의 좌대 위에 세워진 선생의 동상은 135㎝ 높이로 소박하다. 동상만 보아도 강직했던 선생의 성품이 그대로 느껴진다. 박경리 선생의 딸 김영주님이 살아생전 선생의 성품, 인상, 즐겨 입던 옷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고, 이를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평사리에서 <토지>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바로 시인 최영욱 선생이다. 최영욱 시인은 40세가 넘어서야 토지를 제대로 읽었다고 고백했다. 이곳 악양이 고향인 그는 토지를 읽고 소설과 작가에 매료됐고 그만큼 인생도 변했다. 그는 소위 ‘박경리빠’가 됐다. 마침 그때 하동에서는 ‘최참판댁’을 조성하려던 중이었고, 최영욱 시인은 이곳에 ‘문학관’을 건립하고자 했다. 무작정 박경리 선생을 찾아갔지만 강직하고 겸손했던 선생이 처음부터 이것을 두팔 벌려 환영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문전박대였다.
최영욱 시인의 말을 빌자면 ‘혼도 많이 났지만 결국 사랑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후에 그가 선생을 ‘할매’라고 불렀다니 호칭에서부터 허물없는 사제간의 애정과 믿음이 느껴진다. 최영욱 시인은 문학관과 토지문학제를 위해 같은 해 박경리 선생에게 7번 찾아갔고, 묵묵히 기다렸고, 때로는 조르고 매달렸으며, 마침내 인정받았다. '토지문학제'를 열게 됐고 최참판댁에 평사리문학관도 건립하게 된 것이다.
최영욱 시인은 박경리 선생을 추억하며 이렇게 말한다. ‘문학은 불행을 이기는 가능성을 준다.’ 선생의 행복하지 못했던 인생에서 그것을 이겨낸 위대한 산물이 <토지>였을 것이다. 박경리 선생은 작가이기 이전에 유기농 농부였다고 한다. 그 손은 농부의 손이었다고 한다. 이 가을 평사리에 가서 선생의 손을 한번 만져봐야겠다. 비록 동상일지언정 그 손에서 이 땅을 사랑했던 그분의 마음이 느껴질 것 같다. 작가였던 농부의 손, 분명 가슴으로 느껴지는 온기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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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야식당 사찰국수 |
[여행 정보]
하동 최참판댁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용방교차로에서 ‘구례, 지리산국립공원’ 방면으로 우측방향 - 산업로 - ‘하동, 화엄사, 마산, 토지’ 방면으로 우측방향 - 구례로 - 평사리삼거리에서 ‘악양’ 방면으로 좌회전 - 악양서로 - 평사리길 따라 이동
[대중교통]
화개정류소 - (하동-쌍계사) 농어촌 버스 탑승 - 최참판댁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최참판댁: 검색어 ‘최참판댁’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문의: 055-880-2654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요금: 어른 1000원 / 청소년 및 군인 800원 / 어린이 600원
슬로시티 하동악양
문의: 070-4146-1607 http://www.slowcityhadong.or.kr
하동문화관광
문의: 055-880-2385 http://tour.hadong.go.kr
명사와 함께하는 지역이야기
문의: 033-738-3000 http://www.koreastoryteller.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역의 명사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련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스케줄을 확인하고, 원하는 지역과 명인을 선택하여 신청할 수 있다.
● 음식
평산각: 최참판댁 입구에 자리잡고 있으며 참게탕·재첩국·재첩무침이 일품이다.
참게탕 3만~5만원 / 재첩국 8000원 / 해물부침개 8000원
055-883-9292 /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34
단야식당: 사찰음식 전문점으로 몸이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산채나물 식단을 선보인다. 특히 사찰국수는 고소한 깨국수로 한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더덕산채정식 1만5000원 / 사찰국수 7000원 / 표고버섯전 1만원
055-883-1667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산101-1
● 숙박
비바체리조트: 하동에서 유일한 대규모 리조트로 서당으로 유명한 청학동 오르는 산자락에 위치한다.
예약문의: 055-883-2663 /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청학로 786 / http://www.vivaceresort.co.kr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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