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가을 대전, 2라운드의 막이 올랐다. 롯데와 SK, 신세계, 두산 등 전쟁을 치를 유통 공룡들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이제는 ‘지키느냐 빼앗느냐’라는 전술만 남은 상황. 이번에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등 서울에서만 3곳이다.


각각 대진표는 나왔다. 소공점에서는 롯데vs신세계vs두산이 경합을 벌이고, 워커힐점에서는 SK네트웍스vs신세계vs두산이 경쟁한다. 월드타워점에는 롯데vs신세계vs두산vsSK네트웍스가 모두 모였다. 이르면 다음달 초 운명이 갈릴 면세점 대전, 과연 누가 웃고 울게 될까. 관전포인트는 세 가지다. 

롯데면세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롯데면세점.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1. ‘누가 더 착한가’ 상생전략

가장 눈여겨볼 점은 착한 기업 전략. 시내면세점이 ‘황금알’ 사업으로 불리면서 기업들이 잇따라 ‘상생’과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5개 평가항목으로 구성된 1000점 만점의 평가표 가운데 150점을 차지할 뿐이지만, 당락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롯데는 경쟁자들에 비해 ‘상생’에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생 2020’을 발표하며 사회공헌계획을 발표했다.


‘상생 2020’에는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취약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담고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 중소 파트너사와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중소브랜드 매장 면적을 확대하는 한편 취약계층 자립지원 등을 위해 5년 동안 총 1500억원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면세업에 처음 도전하는 두산도 ‘상생 면세점’을 타이틀로 내걸었다. 두산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와 K브랜드 글로벌화 등 두가지를 두산면세점 사업의 축이라고 소개하고, 동대문 지역 상권을 살림과 동시에 국내 유망 디자이너브랜드를 면세점에 입점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면세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순수한 기금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별도 재원을 들여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특허를 잃는 사업장에서 이탈할 인력도 흡수할 계획이다. ▲면세사업부 직원 전원의 정규직화 ▲소외 취약계층 10% 이상 채용 ▲청년 고용비율 46% 달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면세점 재수’에 도전하는 신세계도 이에 질세라 상생 깃발을 내걸었다. 신세계는 회현동 본점 신관을 후보지로 남대문시장과 연계해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한류 클러스터를 조성해 명동에만 머무는 외국인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남대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상생’과 전통시장 활성화의 매개체가 되겠다는 설명이다.


다른 평가항목에서 변별력이 크지 않다 보니 ‘선수들의 상생 싸움’은 더 치열해지는 상황. 전문가들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또 다른 상생보험을 들어놔야 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SK워커힐. /사진=머니투데이 DB
SK워커힐. /사진=머니투데이 DB

◆ 2. 재수생들의 자존심 대결

상반기 면세점 대전에서 자존심을 구긴 재수생들의 대결도 볼 만한 포인트. 주인공은 SK네트웍스와 신세계다. 이들은 지난 6월 ‘1차 라운드’에서 낸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다시 내세워 추가 면세점 확보에 나섰다.

우선 SK네트웍스는 동대문의 특성을 살려 지역 상권과의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협업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 특히 최근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카 라이프, 패션과 함께 면세점을 3대 그룹 신성장사업으로 내세운 만큼 면세점을 얻어내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신세계도 재수 합격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신세계 측은 서울지역 면세점 공략을 위해 기존 사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준비된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반기에 드러난 약점을 최대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인 면세업을 키우고 싶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대외활동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추가 특허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SK네트웍스의 워커힐점과 부산에 있는 신세계면세점을 ‘수성’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두산면세점. /사진=머니투데이 DB
두산면세점. /사진=머니투데이 DB

◆ 3. 최강자 vs 새내기, 승자는?

면세업 최강자와 새내기의 대결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는 명실공히 국내 면세업계 최강자. 알짜 매장인 연매출 2조원의 소공점과 6000억원의 월드타워점 두 곳을 보유 중이다. 둘 다 ‘노른자위’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놓치면 1위의 위상이 흔들릴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35년의 운영능력을 자랑하지만 롯데의 발목을 잡는 것은 독과점 문제. 덩치가 커야 잘 팔리는 면세업 특성이 있긴 하지만 ‘특혜’, ‘독점’ 등의 지적이 계속 나오는 만큼 업계에서는 월드타워점의 수성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두산도 고민이 많긴 마찬가지. 오랫동안 유통업과 인연을 끓었던 터라 면세업 경험이 부족하다. 이 경우 사업권을 따냈다 하더라도 브랜드 유치, 경쟁력 부분에서 밀릴 수 있다. 다만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정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후보지인 동대문 두산타워의 입지가 좋아 ‘다크호스’ 경쟁자라는 시각도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황금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대기업들의 수싸움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며 “이번 승패 결과에 따라 내년 5월 특허권이 만료되는 김포공항 면세점 3라운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