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울리는 저축은행
4곳 중 1곳, 대출금리 30%이상… 중금리 '징검다리론' 출시 예정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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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업권 간 대출금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4%대인 반면 저축은행 4곳 중 1곳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30%를 넘은 것이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동결시켜 넉달째 연 1.50%를 유지하게 됐지만 저축은행 신용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이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저신용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동결시켜 넉달째 연 1.50%를 유지하게 됐지만 저축은행 신용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이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저신용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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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양극화, 서민 울린다
# 과거 학자금 대출 연체 이력으로 신용등급이 크게 낮아진 직장인 정모씨(38). 그는 최근 시중은행에 대출을 시도했다가 ‘불가’ 판정을 받았다. 안정된 직장을 가졌음에도 낮은 신용등급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울며 겨자먹기로 저축은행을 찾은 정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대출금리가 무려 7배가량 차이 났기 때문. 정씨는 “갑작스레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돼 필요한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봤다”며 “하지만 업권 간 금리차이가 너무 커 대출이 가능한 저축은행을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은행권일수록 기준금리와는 무관하게 대출금리를 책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1.5%로 내렸지만 해당 업권의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 중인 저축은행 30곳 중 금리가 30% 이상인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무려 7곳(23.3%)에 이른다. 가장 높은 곳은 호남지역의 삼호저축은행으로 평균금리가 연 31.42%다. 뒤를 이어 ▲스타(호남) 31.16% ▲예가람(서울) 31.0% ▲OSB(서울) 30.81% ▲고려(부산·경남) 30.5% ▲모아(인천·경기) 30.33% ▲키움(인천·경기) 30.3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아주(충청) 29.8% ▲현대(서울) 29.72% ▲조은(서울) 29.67% ▲웰컴(서울) 28.64% ▲SBI(서울) 28.5% ▲인성(인천·경기) 28.30% ▲HK(서울) 28.2% ▲OK(서울) 28.08% ▲대한(호남) 27.4% ▲세종(충청) 27.10% ▲스마트(호남) 26.74% ▲JT친애(서울) 25.7% ▲세람(인천·경기) 25.67% ▲한국투자(인천·경기) 25.3% 등이 연 25%를 넘는 고금리를 적용한다.
이로 인해 금리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지난 9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 수준인 반면 저축은행업계 평균 신용대출금리는 24.88%로 6배나 높았다. 30%대 금리를 적용하는 저축은행들은 은행권보다 7배나 높은 이자를 받는 셈이다.
강홍구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저축은행 대출구조는 가난한 사람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금리를 적용해 결국 더 큰 빚더미 속으로 떠미는 격”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업계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고객이 주를 이루는 업권 특성상 이 같은 금리체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평균 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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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업권 내에서도 금리차 ‘극명’
같은 저축은행 업권 내에서도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과 비지주 저축은행 간 금리차이가 명확하다. 삼호저축은행 평균금리가 연 31.42%인 반면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저축은행은 평균 15.22%다. 세부적으로는 전체 고객 중 71.88%에게 연 19% 미만의 금리를 적용하며 나머지 28.12%의 고객 역시 적용받는 금리가 연 21% 미만이다.
신한저축은행 역시 전체 고객 중 ▲연 10% 미만 5.64% ▲연 10~15% 미만 37.23% ▲15~17% 미만 18.41% ▲17~19% 미만 21.66% 등의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BNK저축은행도 연 21% 이상 고금리를 적용하는 고객 비중이 25.3%에 그쳤다. 이는 고금리대출비중이 높은 여타 저축은행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주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모기업인 금융지주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수익률을 최소수준에서 책정하는 경향이 짙다”며 “대출원가를 산정할 때는 마케팅비용을 최소화해 비용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중금리대출’로 금리구멍 메울까
이 같은 금리 양극화 현상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 15개 시중은행을 통해 연 평균 9%대 중금리대출상품인 ‘징검다리론’을 선보일 예정이다. 징검다리론은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등 4대 서민금융상품을 3년간 성실히 상환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가능금액은 최대 3000만원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기존에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던 금융소비자들이 안정적으로 은행권 저금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금융상품을 연체 없이 성실히 상환한 금융소비자라면 신용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징검다리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에서도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연계한 중금리대출상품 출시 움직임이 활발하다. KEB하나은행은 이달부터 하나저축은행과의 연계대출을 통해 중금리대출상품인 ‘하나론’을 선보였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고객이 은행창구를 통해 저축은행 대출상품을 안내받도록 한 것이다. 대출가능 금액은 200만~1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7.35~25.05%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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