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코레아./사진= 도서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캡처
안토니오 코레아./사진= 도서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캡처
‘안토니오 코레아’

바로크 형식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코레아’가 조선인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티 미술관에 소장된 루벤스의 작품 주인공 ‘안토니오 코레아’는 임진왜란 때 포로가 돼 일본을 거쳐 이탈리아 상인에게 노예로 팔려간 것으로 추정된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미술사학자 노성두씨는 월간 독서신문 책과 삶 10월호에서 “게티 소묘는 안토니오 코레아가 아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노씨의 기고에 따르면 작품 주인공은 처음에 중국인으로 알려졌다가 머리에 쓴 관모가 조선시대 방건이란 주장이 제기돼 조선인이라는 인식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소묘 주인공이 쓰고 있는 관모는 각진 형태가 아니라 위가 넓어지는 원통형이다. 방건을 쓰기 전에 두르는 망건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노씨는 “이 책(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곽자섭 부산대 사학과 교수 발간)에선 소묘의 주인공이 여러해 사용해 둥글어진 조선시대 방건을 쓰고 있고 그가 조선 철릭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다른 학자의 의견 등을 들어 조선인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방건은 원래 네모난 모양이고 조선 철릭은 목에 등정을 대는데 소묘에선 이것이 없고 넓은 깃이 강조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선시대 널리 입었던 철릭은 그 길이가 짧아 무릎뼈 아래까지 올라오지만, 소묘 속 철릭은 길이가 길어 중국식 철릭의 특징을 보여준다”며 “위가 넓은 원통형의 관모는 끝 부분이 둥글게 마감돼 있어 조선 방건과는 모양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노씨는 “늑막염을 앓고 경제사정도 어려웠던 루벤스가 제단 그림을 다시 제작하는 작업으로 분주한 가운데 잠시 한눈을 팔며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중국인을 제쳐놓고 유럽 전체에 겨우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조선인을 굳이 수소문하고 찾아내 모델을 서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추론“이라고 지적했다.

작품속 주인공이 조선인일 가능성이 희박하고 두 사람의 로마 체류기간으로 알려진 1607~1608년도 아닐 수 있다는 부연이다. 노씨는 루벤스의 작품 제작 시점을 1617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