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을까. 학벌 기준으로는 대졸이 고졸보다, 직장규모 기준으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


일의 성격이 창조적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서울연구원 정기간행물 <서울경제>(2015년 8월)에 따르면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인 ‘창조계층’의 월평균 임금이 325만7000원으로 ‘비창조계층’의 201만2000원보다 62% 더 많다.

창조계층의 종사자 수는 5년간(2013년 기준) 서울에서 12.1%. 전국에서 13.8% 늘어나 전체 취업자 수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서울의 창조계층 비중은 28.9%로 국내에서는 가장 높지만 54개 해외 주요 도시 중에서는 36위에 불과해 더 나아질 여지가 크다.

해외 상위 9개 도시의 창조계층 비중은 모두 40%대에 달한다. 국내 창조계층 종사자 비중은 서울(28.9%), 대전(25.1%), 경기(24.2%), 광주(21.7%)가 전국 평균(21.3%)보다 높고 부산(20.7%), 대구(20.5%), 인천(18.8%), 전북(18.2%), 울산(17.8%), 경남(17.4%), 강원(16.5%), 제주(15.3%), 충남(13.0%), 경북(12.6%), 전남(10.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편차가 큰데, 큰 도시일수록 창조계층의 일자리가 많은 데다 경북·전남 등은 광역시인 대구·광주가 포함되지 않은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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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계층 소득, 1.83배 더 많아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 창조계층은 3개로 나뉘는데 ▲과학전문가 및 관리자, 정보통신 전문가 및 기술직, 공학전문가, 교육전문가 등 쉽게 전파되고 유용하게 쓰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핵심 창조계층’ ▲행정 및 경영지원 전문서비스, 건설 전기 및 생산관리, 판매 및 고객서비스, 보건, 의료, 법률, 금융분야에서 복합적인 지식을 다루며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조적 전문가’ ▲작가, 디자이너, 배우를 비롯해 문화예술 및 미디어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계층인 ‘보헤미안’ 등이다.

창조계층 안에서 월평균 임금이 높은 순서는 창조적 전문가(367만2000원), 핵심 창조계층(310만9000원), ‘보헤미안’(253만5000원)이다. 창조적 전문가의 임금은 비창조계층의 1.83배에 달해 높은 소득을 올릴 확률이 어느 쪽이 높은지 뚜렷이 드러난다.


창조계층 안에서도 보헤미안의 경우 창조적 전문가보다 임금이 31% 낮은데 고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도 많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연예계는 임금분포가 일부 고소득 쪽만 삐죽 올라온 압정 모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서비스·보건업 비중 최다


창조계층에 속하는 산업별 비중은 서울의 경우 교육서비스업(21.2%)과 보건업(10.0%)이 가장 높으며 ▲출판업 7.8% ▲전문서비스업 5.9% ▲사회복지서비스업 4.4% ▲건축기술, 엔지니어링 및 기타과학기술서비스업 4.1% ▲도매 및 상품중개업 3.9% ▲컴퓨터프로그래밍, 시스템통합 및 관리업 3.0%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는 공교육기관인 대학교와 초·중·고등학교가 모여 있고 사교육도 발달해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국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제조업(20%)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보건의료업(19.4%), 무역업(18.6%), 건축(10%), 금융업(11%), 교육연구업(8%) 등의 순이다. 분류방법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창조계층에 속하는 산업의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국가경제가 발전할수록 창조계층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서울 창조계층의 주당 근로시간(2013년)은 42.3시간, 비창조계층은 45.9시간으로 창조계층의 경우 임금은 훨씬 많이 받으면서 근로시간은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근로시간 대비 임금으로 환산하면 두 계층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또 상용직 비율도 창조계층(83.1%)이 비창조계층 (54.5%)보다 훨씬 높아 고용안정성도 더 좋음을 알 수 있다. 일용직은 창조계층(0.3%)에는 거의 없고 비창조계층(12.7%)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사회 전반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높아지려면 어떤 쪽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창조계층의 비중이 높은 연령대는 30대(33.9%), 40대(25.4%), 30대 미만(20.4%) 순으로 청년에 가까운 계층이 많다. 반면 비창조계층의 비중은 40대(24.9%), 50대(24.4%), 30대(21.6%)로 중년의 비중이 높다.

학력은 창조계층의 89.8%가 대졸 이상인 반면 비창조계층은 대졸 이상이 38.8%로 일의 성격이 학벌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대학진학률이 크게 높아진 현실이 이해된다. 다만 창조계층과 비창조계층에 대한 임금과 직업의 안정성 격차를 줄인다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대학진학률을 낮춰 실업률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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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혁신적 태도가 열쇠

기업이 인위적으로 창조계층의 인재를 유인할 것인가, 창조계층이 많이 사는 곳으로 기업이 이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어떤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을 유치하면 사람이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많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이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환경과 인프라 때문으로 보인다. 창조계층은 박물관, 전시관 등 전통적 문화공간보다 카페나 레스토랑 등 캐주얼한 도시 내 시설을 더 선호한다. 지역 어메니티(도시 쾌적성) 개선을 통해 창조계층 유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대학 교수는 창조계층이 도시의 혁신과 경제성장을 자극하려면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 등 3T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수준의 대학과 기술에도 불구하고 창조계층을 유인하고 유지하는 데 실패한 도시로 볼티모어, 세인트루이스를 꼽았고 다양한 생활양식의 중심지이지만 취약한 기술기반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사례로 마이애미와 뉴올리언스를 꼽았다. 반면 3T를 모두 갖춘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DC, 오스틴, 시애틀 등은 성공적인 도시로 발전했다고 평했다.

한편 창조적 전문가의 소득이 높게 나타나도 자신이 선호하는 일은 이와 다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때 행복감이 더 높다는 것도 고려할 부분이다. 공식적인 분류상 비창조계층 산업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창의성을 추구하며 혁신적 태도로 일하면 차별화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