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빚은 불행을 안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채무상환능력에 맞춰 정교하게 대출계획을 세운 경우라면 합리적인 빚 탕감이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매달 밀려오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 일쑤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서민구제 금융정책을 펴고 있다. 기존의 고금리상품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개인회생 파산제도 및 개인워크아웃 등의 채무조정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연체자의 원금과 이자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며 심사 문턱이 높아졌다. 바꿔드림론은 10명 중 3명꼴로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오는 2017년이면 재원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햇살론도 부실관리 차원에서 심사기준을 강화하며 정작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소외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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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저금리 ‘대환대출’

고금리대출에 허덕이는 저신용자를 위한 대표적인 대환대출상품으로는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이 있다.


햇살론의 경우 기존 연 30%대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담보로 연 10%대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등 6개 금융회사가 공동출시했으며 신용등급 6~10등급 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도는 대환대출 2000만원과 생계자금대출 1000만원을 합해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국민행복기금에서 지원하는 바꿔드림론은 연 20% 이상의 고금리대출을 연 8~12%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국민행복기금에서 절차를 밟고 은행에서 진행한다. 1인당 대출한도는 최대 3000만원이며 연간소득금액이 3000만원 이하면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신청 가능하다. 만약 신용등급이 6~10등급에 해당하면 연간 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햇살론과 바꿔드림론의 다른 점으로는 대환 가능한 금융권의 차이가 꼽힌다. 햇살론은 상호저축은행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저축은행에서 받은 고금리대출은 대환이 불가능하다. 반면 바꿔드림론은 국민행복기금에서 절차를 밟고 은행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고금리대출도 대환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밖에 햇살론은 생계자금과 대환자금을 더해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지만 바꿔드림론은 대환자금으로만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만약 당장 생계자금이 급박한 경우라면 새희망홀씨를 이용하는 편이 현명하다. 새희망홀씨는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별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서민금융상품 중에는 유일하게 생계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신청 가능하다.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 신용등급 제한을 받지 않으며 연소득 3000만~4000만원인 경우에는 6등급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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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 거절하는 서민금융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서민금융상품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 특성상 연체율이 급등하자 금융당국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나선 것. 이에 정작 혜택이 필요한 9·10등급 저신용자의 경우 심사과정에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지원된 바꿔드림론 자금은 722억원에 그쳤다. 최근 몇년간 바꿔드림론 지원실적은 ▲2012년 6727억원 ▲2013년 6226억원 ▲2014년 2136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이처럼 바꿔드림론 실적이 줄어드는 데는 높아진 연체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연체율이 증가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2013년 말부터 상환능력 심사기준을 강화했고 이후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바꿔드림론 이용자 22만406명 중 원리금 균등상환액을 연체(6개월 이상)한 이들은 6만8533명으로 집계됐다. 지원금액으로 집계한 연체율도 유사한 수준이다. 총 지원금액 2조3679억원 중 26.2%인 6205억원이 연체된 상태다.

전체 건수 대비 연체율은 출시한지 만 4년이 되던 2012년 말 10.1%에서 지난해(27.7%) 20%대로 치솟았고 올해 30%로 고점을 높였다. 금액으로 본 연체율도 2012년 말 9.1%에 그쳤지만 2013년 말 16.3%, 지난해 말 23.8%로 상승했다.

햇살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출금액이나 건수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9·10등급 저신용자의 지원액이 급감한 것.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진행된 대출건수 중 10등급 신용자는 단 2명에 그쳤다. 10등급 신용자에게 집행된 대출건수는 2010년 1050건으로 고점을 높인 이후 2011년 229건, 2012년 30건, 2013년 44건, 지난해 11건 등으로 줄었다.

현재 금융당국은 햇살론의 낮은 상환가능성 등을 고려해 채무연체자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9·10등급 저신용자 중 대다수가 채무를 연체 중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저신용자는 사실상 서민금융상품 이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금융상품 이용자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부실채권 회수실적도 떨어지자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심사기준이 강화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된 구조”라며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고 다중채무자에겐 과감하게 탕감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서민금융정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