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나도 '결정 장애' 아닐까
햄릿증후군 마케팅이 뜬다 / 자가진단 및 극복법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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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선택 과잉의 시대다. 신상품은 쏟아지고 새로운 정보는 넘쳐난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과부하 속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머니위크>는 이른바 ‘햄릿증후군’에 걸린 현대사회의 이면을 짚어보고 이들을 도와주는 큐레이션서비스산업의 현황을 조명해봤다. 아울러 결정장애 자가진단 및 극복법도 소개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는 사르트르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한순간의 결정들이 모여 우리 삶을 만든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오늘 점심메뉴를 결정하는 작은 선택부터 전공이나 직업, 결혼 등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택 앞에 우리는 모두 갈등하기 마련이다.
현대사회는 과거의 그 어떤 사회보다 스스로 선택해야 할 범주가 넓어졌다. 먹을 것이 귀했던 사회에서는 ‘오늘 점심 때 뭐 먹지’를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든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는 목적만 있었다.
이전 사회에서는 운명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모두 선택의 대상이 된 이 사회에서 ‘결정장애’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선택은 쉽지만 그 책임은 무겁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게 마련이고 결정장애는 ‘반복적인 후회’로 인해 발생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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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결정장애’ 질병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결정장애일까. 인터넷상에서는 ‘햄릿증후군 자가진단’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게시물이 존재한다. 몇가지 문항들을 제시하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사례가 많을수록 자신의 결정장애가 심각하다는 것인데 그 중 몇가지를 추려봤다.
1. 메뉴를 선택하지 못해 타인이 결정해준 메뉴를 그냥 먹을 때가 많다.
2. 혼자 쇼핑하기에 어려움을 느껴 결정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3. 쉬운 질문에도 선택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다.
4. 타인의 선택에 주로 따라가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5. 선택하지 못해 피해 입은 적이 있다.
6. 결정하지 못해 포기한 적이 있다.
7. 선택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8. 결정을 돕는 타인의 조언이 오히려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고 느낀다.
2. 혼자 쇼핑하기에 어려움을 느껴 결정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3. 쉬운 질문에도 선택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다.
4. 타인의 선택에 주로 따라가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5. 선택하지 못해 피해 입은 적이 있다.
6. 결정하지 못해 포기한 적이 있다.
7. 선택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8. 결정을 돕는 타인의 조언이 오히려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같은 자가진단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질문지를 받아든 한 정신과 전문의는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나열해놓았기 때문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응답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뿐이어서 생각하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신빙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정장애, 혹은 햄릿증후군은 정신의학·병리상 질병으로 구분되지 않아 이런 자가진단법으로 자신이 결정장애라고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겪는 어려움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흔히 결정장애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현상인데 선택 후 실패한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됐거나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정장애나 햄릿증후군 등의 용어는 정신병리학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불안장애나 망상장애 증상이 혼재돼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거나 본인이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긴다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선택하는 법 가르치지 않는 사회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분명히 햄릿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선택을 타인에게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시대의 햄릿들을 대신해 결정해주는 마케팅이 올 한해를 주름잡은 트렌드가 될 정도다.
최대헌 한국드라마심리상담협회장은 우리나라에 유독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를 사회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며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교육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근저에 깔린 사회구조와 문화들이 개인을 결정장애로 몰아넣었다며 선택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삶을 살며 해야 할 선택이 신호등의 빨간불과 파란불처럼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올바르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고민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일련의 심리·인지적 성장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나 부모의 교육방법은 이런 방식과 거리가 멀다. 학교에서는 토론보다는 답을 가르치고 부모는 아이가 선택을 고민할 권한마저 빼앗는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실패를 허용하지 않고 단일한 목표만을 추구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도 결정장애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모두가 정상만을 바라보고 가는 사회에서 한번의 실패로 뒤처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결정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결정장애 극복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현명한 결정하려면 ‘자기성찰’ 필요
그렇다면 개인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최 회장은 ‘자기성찰’을 강조했다. 그는 “큰 범주에서 보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도 결정장애”라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성찰을 통한 가치관 확립이다. 가치관은 모든 선택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되며 디테일한 부분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선택의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셈이다.
다만 이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면 맹점이 생긴다. 예컨대 모든 선택의 기준을 ‘돈’이나 ‘명예’ 등 한가지에 치중하는 것은 인간을 허무하게 만든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며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순간적인 욕구나 감정 등을 자연스레 표출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배양돼야 한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눈 감고 찍기’식으로 결정하면 안된다.
그는 “욕구와 감정, 충동을 조절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한다면 어떤 기로에서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하다 보면 선택이 두려운 것이 아닌 또 다른 상황을 향한 설렘으로 와 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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