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현대상선, 급한 불은 껐지만…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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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등장한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설’로 해운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된다.
앞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합병설’ 보도에 대해 업체는 물론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등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부인하고 나섰지만 정치권에서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속 제기된다.
◆급한불 껐지만… 버티기 쉽지않다
일단 현대상선은 발등에 떨어진 유동성 위기는 해결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연말까지 마련해야 할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현대상선은 자사가 보유한 현대L&C 지분 전량과 현대아산 지분 33.79%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1398억원을 빌렸다.
현대상선은 이와 함께 스마트업 제1‧2‧3차 유한회사 등으로부터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2500억원을 빌려 총 4503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상선은 이뿐 아니라 벌크전용선부문 자회사 현대벌크라인을 통해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유동성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침이다. 핵심 화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핵심화주인 한전 자회사들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를 통해 3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함으로써 55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현대상선이 연말까지 6000억원 가량의 현금화 자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장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마련한 유동성은 결국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금 중심이어서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더 큰 유동성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PC를 통해 모집한 대출금은 만기 1년이 지난 뒤 차환을 못하면 연 30%에 달하는 높은 이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킨다.
현대상선이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각종 채무는 1조원대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여기에 ‘회사채 신속인수제’(P-CBO)마저 올해 말 종료되면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까지 발행한 P-CBO에 대해서는 20%만 상한한 뒤 한차례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발행 분량은 한시적으로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채무상환은 빠듯하다. 게다가 기존의 P-CBO도 차환발행을 위해서는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경우 차환이 불가능할 수 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유동성 마련 카드 또한 거의 소진됐다. 현대증권 매각 카드도 한차례 무산된 직후여서 당분간은 꺼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대우증권 매각을 마무리 지은 뒤에야 현대증권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막연한 희망으로 낙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악재가 산적한 것이다. 각종 해운분석 기관은 빨라야 오는 2017년에나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책금융의 추가 지원이 유일한 동아줄이지만 한계기업 지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보니 산업은행은 “추가대출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가 아닌 근본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구조조정론에 해운업계에서는 반발도 일어난다. 조선업에 비해 열악한 지원이 불만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에 매년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갔는데 이 금액의 일부라도 해운업계에 투입됐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따지고 보면 현재 조선업계의 위기는 글로벌 해운시장이 침체돼 찾아온 것인데 애초에 해운업계에 지원을 강화했더라면 조선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고개드는 ‘매각설’
이런 틈을 타 ‘현대상선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유동성 확보과정에서 지배구조의 연결성이 약화된 점을 들어 현대그룹이 사실상 상선 매각을 검토 중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아산‧현대증권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가진 현대아산 지분의 절반 가까이가 현대엘리베이터로 넘어갔고 현대증권 지분 또한 담보로 설정되면서다. 현대상선을 현대아산과 분리해 매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또 현대상선이 유동성을 확보하자마자 현대증권의 매각을 조건으로 산은으로부터 빌린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상환한 것도 현대그룹이 증권이 아닌 상선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아산 지분비율은 여전히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같은 해석을 부정했다. 지분 매각 후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주식 808만7753주를 보유해 현대엘리베이터(808만7751주)보다 2주를 더 가져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했다.
현대상선 매각설이 반복되는 것 역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화주들로부터 국내 해운업계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칫 채권단의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강제 구조조정을 유도하면 국책 선사인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자산이나 지분을 해외 업체에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앞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합병설’ 보도에 대해 업체는 물론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등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부인하고 나섰지만 정치권에서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속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양대 해운사가 각기 다른 해운동맹에 속해 합병 자체가 쉽지 않고 시너지 또한 불투명해 합병의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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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타코마항. /사진제공=현대상선 |
◆급한불 껐지만… 버티기 쉽지않다
일단 현대상선은 발등에 떨어진 유동성 위기는 해결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연말까지 마련해야 할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현대상선은 자사가 보유한 현대L&C 지분 전량과 현대아산 지분 33.79%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1398억원을 빌렸다.
현대상선은 이와 함께 스마트업 제1‧2‧3차 유한회사 등으로부터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2500억원을 빌려 총 4503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상선은 이뿐 아니라 벌크전용선부문 자회사 현대벌크라인을 통해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해 유동성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침이다. 핵심 화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핵심화주인 한전 자회사들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를 통해 3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함으로써 5500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현대상선이 연말까지 6000억원 가량의 현금화 자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장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마련한 유동성은 결국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금 중심이어서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더 큰 유동성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PC를 통해 모집한 대출금은 만기 1년이 지난 뒤 차환을 못하면 연 30%에 달하는 높은 이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킨다.
현대상선이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각종 채무는 1조원대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여기에 ‘회사채 신속인수제’(P-CBO)마저 올해 말 종료되면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까지 발행한 P-CBO에 대해서는 20%만 상한한 뒤 한차례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 기존 발행 분량은 한시적으로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채무상환은 빠듯하다. 게다가 기존의 P-CBO도 차환발행을 위해서는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경우 차환이 불가능할 수 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유동성 마련 카드 또한 거의 소진됐다. 현대증권 매각 카드도 한차례 무산된 직후여서 당분간은 꺼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대우증권 매각을 마무리 지은 뒤에야 현대증권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막연한 희망으로 낙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악재가 산적한 것이다. 각종 해운분석 기관은 빨라야 오는 2017년에나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책금융의 추가 지원이 유일한 동아줄이지만 한계기업 지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보니 산업은행은 “추가대출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가 아닌 근본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구조조정론에 해운업계에서는 반발도 일어난다. 조선업에 비해 열악한 지원이 불만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에 매년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갔는데 이 금액의 일부라도 해운업계에 투입됐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따지고 보면 현재 조선업계의 위기는 글로벌 해운시장이 침체돼 찾아온 것인데 애초에 해운업계에 지원을 강화했더라면 조선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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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사옥. /사진=뉴스1 박철중 기자 |
◆다시 고개드는 ‘매각설’
이런 틈을 타 ‘현대상선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유동성 확보과정에서 지배구조의 연결성이 약화된 점을 들어 현대그룹이 사실상 상선 매각을 검토 중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아산‧현대증권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가진 현대아산 지분의 절반 가까이가 현대엘리베이터로 넘어갔고 현대증권 지분 또한 담보로 설정되면서다. 현대상선을 현대아산과 분리해 매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또 현대상선이 유동성을 확보하자마자 현대증권의 매각을 조건으로 산은으로부터 빌린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상환한 것도 현대그룹이 증권이 아닌 상선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아산 지분비율은 여전히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같은 해석을 부정했다. 지분 매각 후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주식 808만7753주를 보유해 현대엘리베이터(808만7751주)보다 2주를 더 가져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했다.
현대상선 매각설이 반복되는 것 역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화주들로부터 국내 해운업계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칫 채권단의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강제 구조조정을 유도하면 국책 선사인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자산이나 지분을 해외 업체에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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