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앗, 불!” 오전 8시, 지하철에 몸을 실으려던 A씨가 가스 불을 끄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 같으면 지각을 불사하고 집으로 달려갔을 텐데 웬일인지 느긋하다. A씨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가스차단기를 작동시켜 단숨에 가스 불을 껐다.


#. “해피! 밥 먹어.” 직장에 나가있는 9시간 동안 집에 혼자 있는 애완견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A씨. 뭘 하고 있는지, 끼니는 거르지 않았는지 해피걱정에 일이 손에 안 잡힐 때도 많았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집안의 반려견에게 말을 건네며 사료를 줄 수 있어 걱정을 덜었다.

#. 오후 6시. 퇴근을 앞둔 A씨가 앱을 켜고 온수매트를 뜨겁게 달군다. 활짝 열어둔 커튼도 미리 닫아 실내온도를 적정으로 유지한다. 저녁 8시. 퇴근 후 집 안에 들어선 A씨. 카펫(발 매트)을 밟는 순간 거실 등이 환하게 켜지며 TV소리가 C씨를 반긴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시대가 막을 열었다. 정부 주도 하에 IoT 관련 사업자들은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중에서도 이동통신사의 강세가 돋보인다. 이들은 탄탄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을 통해 IoT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혈안이다. 협업의 대상에도 예외란 없다. 가전과 전자, 자동차와 의료 등 사실상 모든 분야의 ‘T’(things), 즉 사물들을 통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GDP의 11%, 장밋빛 IoT


이동통신 3사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IoT를 천명했다. 이들이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들과 함께 IoT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는 장밋빛시장이란 판단에서다. 다국적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는 오는 2025년까지의 IoT의 시장규모를 연간 최소 3조9000억달러(약 4504조여원)에서 최대 11조1000억달러(약 1경3000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통사 역시 지난 2~3년 전부터 IoT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특히 올해 들어 관련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각 분야별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IoT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 특히 각사별로 센터를 설립하거나 벤처, 대기업 등과의 협력모델을 구성하는 등 ‘T’를 끌어당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유플러스, 시작과 끝 ‘IoT 인증센터’

먼저 홈IoT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LG유플러스. 이 회사는 지난 7월부터 가스밸브를 밖에서 원격제어할 수 있는 '가스락', 창문이 열리면 알려주는 '열림감지센서',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어주는 '도어락' 등 6가지 홈IoT 신규서비스를 출시했다. 여러 기기와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이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 IoT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시험환경이 구축된 센터도 설립했다. 총 496㎡(150여평) 규모의 ‘대전 IoT 인증센터’는 T를 생산하는 모든 업체가 이용할 수 있다. 무간섭(차폐) 시험실, 음성인식 시험실, 근거리 무선 프로토콜 시험실, 고객환경 시험실, 기술 교육실 등 IoT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험환경을 갖추고 상품출시 전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기능을 사전 점검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사진제공=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선의를 베푼 이유는 하나. 다양한 자사 인증상품을 출시해 글로벌 IoT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는 '띵즈'(T)를 확대하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며 “센터를 통한 띵즈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30여개의 자사 인증상품을 출시한 뒤 2020년까지 500여개 이상의 국내 중소기업이 해당 기관을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 벤처 교류 혁신모델

SK텔레콤 또한 현재까지 아이레보, 위닉스, 경동나비엔, 동양매직, 캐리어 등과 제휴해 스마트홈 플랫폼이 탑재된 도어락, 제습기, 보일러, 가스밸브차단기, 에어컨, 보일러, 공기청정기 등 10여개 제품을 출시했다. 앞으로 레인지후드(하츠), 정수기(교원웰스), 에어큐브, 보안 연계서비스 등 15개 제품이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사진제공=SKT

SK텔레콤 관계자는 “대기업, 중견기업들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참여도 활발하다”며 “스마트홈 기기 관련 협력사들과 함께 다양한 홈기기를 출시, 새로운 스마트홈 서비스 브랜드를 공개하고 SK텔레콤 역시 앞으로 다양한 협력사와의 협력을 통해 개개인에 최적화된 스마트홈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전·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벤처와의 교류를 활성화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KT, 국내 최대 IoT 협력체

KT는 홈피트니스서비스에 이어 홈캠으로 홈IoT시장에 진출했다. 홈피트니스는 손톱 크기의 초경량(7g) 센서를 옷이나 신발, 운동기구에 부착해 TV나 앱을 통해 실시간 운동 속도 및 칼로리 소모 등 운동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IoT헬스케어서비스다. 이어 홈캠은 앱을 통해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위급상황 시 긴급출동 버튼을 누르면 보안전문업체가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제공=KT
/사진제공=KT

KT 역시 T를 잡기 위한 일환으로 삼성전자, 노키아, 차이나모바일 등 국내외 100여개 정보통신기술기업과 함께 국내 최대 IoT 협력체 ‘기가 IoT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IoT 관련 창업 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화, 해외 시장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홈IoT를 넘어 스마트카나 스마트 에너지 등 산업 및 공공 분야로도 진출할 계획. 올해 말까지 10개, 내년까지 100개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T의 폭발적 연결, '보안' 중요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에 이르면 370억개 이상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부터 5년 후인 2030년에는 500억개의 사물이 연결,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IoE를 맞이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보안’이다. 사물들이 폭발적인 수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만큼 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안전문가들은 “IoT는 우리 실생활의 모든 사물에 직접 접목되는 만큼 기존 사이버공간의 위험이 현실세계로 전이돼 보안위협에 대한 우려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IoT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