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적용해온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무역 합의가 타결됐지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핵심 소재 품목이 이번 협정에서 제외되면서 관련 업계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스1



미국이 한국에 적용해온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무역 협상이 타결됐다. 다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핵심 소재 품목은 관세 인하에서 제외돼 기존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된다. 전 세계에 동일한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50%에 이르는 높은 관세율 자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의 실질적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던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에는 자동차 및 부품 등이 포함됐지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핵심 소재 품목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인 50%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 6월4일부터는 이를 다시 50%로 상향 조정했다. 구리에 대한 50% 관세도 오는 8월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협상에서 철강류가 빠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고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기반이 몰려 있는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의 백인 노동자층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둔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산업 보호를 통한 고용 창출 의지를 재차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자국 철강 산업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수입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 품목에 대해선 여전히 50% 수준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철강업계는 일본·유럽과 같은 수준의 관세가 매겨지는 것과 무관하게 관세 자체가 지나치게 높아 미국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43억4700만 달러로, 전체 철강 수출의 13.1%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가장 높은 비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50%라는 관세율 자체가 지나치게 높아 현실적으로 미국 내 경쟁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관세 영향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내 한국산 철강의 입지는 한층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무관세 쿼터나 일부 고부가가치 품목에 대한 예외 조치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는 점도 업계로선 부담이다. EU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일정 물량까지는 고율 관세를 면제해주는 쿼터제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 측은 한국과의 협상에서는 이 같은 쿼터 적용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철강 품목에 대한 개별 예외 조치도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2주 내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강 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철강 산업 보호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EU와의 경쟁 여건을 감안해 관세율을 조정하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는 이에 대비해 협상 전략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