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포항제철에서 갈고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업을 일으켜 30여년간 이끌어온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서희건설은 1994년 종합건설회사로 설립된 이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설, 학교, 군부대, 교회 등 다른 건설사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했다. 현재는 도급순위 30위, 연매출 1조원대의 1군 건설기업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9월 건설을 주력으로 둔 서희그룹이 유통업 진출을 선언했다. 개인이 운영하던 편의점 ‘로그인’ 96개 점포를 인수한 뒤 편의점사업에 뛰어든 것.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건설시장 상황을 대비해 안전한 수익원 확보가 필요했다는 게 서희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이 회장의 ‘유통업 외도’는 과연 서희건설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포커스] 건설사가 '편의점' 한다고요?

◆ 편의점 진출 두달 만에 140개 점포로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서희그룹 계열사 애플디아이에 따르면 로그인 편의점은 두달 만에 가맹점 수를 96개에서 140개로 늘렸다. 증가율은 45%에 달한다. 이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희건설은 오랜 기간 휴게소사업을 해왔다. 지난 2009년부터 안성맞춤·함평나비·예산휴게소 등 20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했다. 최근에는 부산방향 진영휴게소의 민자유치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1곳이 더 늘었다.


로그인 편의점은 서희건설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20여곳에 모두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서희건설이 완공한 건물 곳곳에도 로그인 편의점이 들어서고 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당초 편의점과 건설사업과의 시너지가 있겠냐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그룹에서 진행하는 휴게소나 건물 등에 입점하면서 이미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매출도 벌써 수익이 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로그인은 편의점 중에서 점주에게 최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기존 편의점을 운영하던 점주들이 계약기간이 끝나면 추후 로그인으로 넘어오는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로그인의 승부수는 가맹수수료가 없다는 것. CU나 GS25 등 기존 편의점이 가맹점주로부터 수익의 일정 비율을 가맹수수료로 떼 가는 것과 달리 서희그룹이 운영하는 로그인은 수익에 상관 없이 월회비를 받는 형식이다. 월회비는 최고 30만원. 신세계그룹이 출점한 편의점 위드미의 월회비(최저 70만원)에  비해 반값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점포 운영방식도 자유롭다. 24시간 운영, 휴일 영업 등을 의무화하지 않고 점주의 자율에 맡긴다. 서희건설은 앞으로 기존 편의점에 없는 다양한 상품과 빨래 대행, 택배 등의 서비스를 도입해 생활밀착형 편의점으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기준은 가맹점 수 300개로 정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내년 가맹점 수 300개가 달성됐을 때, 기존 편의점과 차별화된 여러가지 부수적인 서비스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로그인마트 매장. /사진제공=서희건설
로그인마트 매장. /사진제공=서희건설

◆ ‘책임 가벼워’…가맹점 관리 소홀 우려

반면 건설업의 유통업 진출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관리적인 측면이 크다. 전혀 생소한 소매유통업 분야에 뛰어든 데다 사실상 ‘독립형 점포’ 형태를 취하고 있어 가맹점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로그인과 같은 독립형 편의점은 일반 슈퍼와 프랜차이즈 형태의 중간쯤이라 보면 된다”며 “점주의 자율성이 크고 본사가 이익을 적게 가져가는 만큼 본사는 자연히 책임에서 가벼워지고 이는 가맹점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편의점시장 전망마저 좋지 않은 상황. 현재 편의점시장이 포화상태인 점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등 3개의 대기업 편의점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독과점시장이다.

진입 장벽도 높다. 지난해 7월 ‘유통공룡’ 신세계가 편의점브랜드 ‘위드미’를 내세워 편의점시장에 진출했지만 고전 중이다. 위드미는 점포수 1000개 돌파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1년이 지난 현재 830여개로 늘리는 데 그쳤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위드미의 가장 큰 패인이 기존 편의점 사업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그만큼 유통 대기업이 뛰어들어도 만만치 않은 시장이 편의점 업계”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휴게소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편의점은 새로운 분야인 만큼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고 빈틈없이 접근해야 한다”며 “점포 늘리기에 급급하기 보단 추후에 올 리스크를 예측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희그룹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건설 중심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본업을 저버린 '외도 무리수'였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이 회장의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제공=서희건설
/사진제공=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은 누구?

△1945년 평안남도 평양 출생 △1970년 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1970년 포항제철 공채 2기 입사 △1983년 유성티엔에스 설립 △1994년 서희건설 설립 △현재 서희건설, 유성티엔에스 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