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보험 직구' 시대, 총성없는 전쟁 시작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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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40세, 월 보험료 20만원, 연금개시연령 60세(20년납)’. 직장인 A씨가 가입 선택사항을 클릭한 뒤 연금저축보험(세제적격) 상품비교 버튼을 누르자 저렴한 보험료 순서대로 상품이 펼쳐졌다. 최상단에 뜬 가장 저렴한 상품의 가입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해당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사 사이트가 뜬다.
‘보험설계사 천하시대’가 저물고 ‘직구시대’가 온다. 보험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보험을 고르고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 사이트가 드디어 열렸다. 동시에 기존 고객을 지키는 한편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사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보험다모아를 보는 시각은 생명·손해보험사별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인다. 손해보험업계는 바짝 긴장한 반면 생명보험업계는 시큰둥한 모습이다.
‘보험설계사 천하시대’가 저물고 ‘직구시대’가 온다. 보험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보험을 고르고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 사이트가 드디어 열렸다. 동시에 기존 고객을 지키는 한편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사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보험다모아를 보는 시각은 생명·손해보험사별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인다. 손해보험업계는 바짝 긴장한 반면 생명보험업계는 시큰둥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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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다모아. /사진제공=금융위원회 |
◆자동차보험 수요 높을 듯
보험다모아에서는 손해보험 13개사와 생명보험 20개사 등 총 33개사의 상품을 볼 수 있다. 총 217개 상품이 보험다모아에서 판매된다.
보험다모아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보험다모아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실손의료보험(25개) ▲자동차보험(11개) ▲여행자보험(9개) ▲연금보험(35개) ▲보장성보험(94개) ▲저축성보험(43개) 등 크게 6종이다. 대부분 구조가 단순한 상품이다.
보험다모아에서 6개 상품 카테고리 중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가입자의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상품별로 보험료가 낮은 가격 순으로 정렬된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상품 개수는 제한적이다. 동일한 판매채널에서 비교할 수 있는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 정기보험 등 4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6종 상품을 모두 등록한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참여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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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운전자보험, 여행자보험처럼 표준화된 보험의 경우 보장내용이 회사별로 대동소이한 만큼 가격이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보험이 주요 비교 대상이 될 전망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1년마다 재가입해야 하고 소비자도 보험사 간 가격비교를 많이 한다”며 “낮은 가격의 자동차보험을 원하는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온라인보험슈퍼마켓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보험다모아는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손보사들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사 ‘긴장’… 생보사 ‘시큰둥’
올해 보험다모아에서는 삼성화재의 독주가 예상된다. 삼성화재만 현재 인터넷다이렉트 자동차보험상품을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CM채널)를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는 기존 텔레마케팅 채널의 상품으로 구성했다. 인터넷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때보다 최대 17%, 텔레마케팅으로 가입할 때보다 최대 4% 낮다.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내년 초 CM채널 전용상품을 사이트에 추가할 계획이다. 따라서 본격 경쟁은 내년 이후에나 벌어질 전망이다. 만약 다른 손보사가 삼성화재보다 훨씬 저렴한 CM채널 상품을 내놓는다면 내년부터는 삼성화재의 독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M채널의 고객은 조금이라도 더 싼 회사로 매년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롭게 진입하는 2위권 손보사는 삼성화재보다 다소 싼 CM채널 상품을 공급할 것이고 이로 인해 삼성화재의 독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전자보험과 주택화재·재물보험, 여행자보험부문도 손보사 간 치열한 가격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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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시연하는 임종룡 위원장.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
반면 생보업계는 보험다모아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분위기다. 극히 부정적이진 않지만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아예 보험다모아에 상품을 내놓지 않은 보험사도 있다. AIA생명,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는 보험다모아에 참여하지 않았다. 설계사 위주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온라인채널에서의 상품판매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외국계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생보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대체로 복잡하고 보상내용도 달라 온라인보험슈퍼마켓에서 비교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보험다모아에서는 온라인이나 방카채널 상품위주로 판매되는데 대면채널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참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험다모아에서 생보사들의 보장성보험을 한눈에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각 생보사마다 올린 상품도 제각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암보험의 경우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동양생명 등 8개사의 상품만 비교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온라인보험슈퍼마켓이 자칫 가격경쟁으로만 흐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들도 어려워하는 게 보험상품”이라며 “보험상품은 가격뿐 아니라 보장내용, 서비스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보험다모아를 통해 가격이 싼 상품 위주로만 가입한다면 민원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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