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법원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대형마트의 사익보다 골목상권 보호를 우선시한 판단으로, 경제 주체 전체에 적정한 소득을 분배해 공익을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형마트측과 경제단체들은 아쉬움을 표명하면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실효성에 다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규제가 실시된 이후로 실효성은 논란의 중심이었다. 규제에 찬성 입장을 보이는 정부 및 소상공인 단체들은 전통시장의 매출 상승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경제 관련 단체는 매출 상승에 영향이 적다고 말한다.


◆실효성 논란, 통계는 무의미?


문제는 이들이 각각 내놓은 통계에서 실효성에 대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효성에 대한 통계는 수치화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를 조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확도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고, 통계에 대한 설문 조사방식이나 분석도 제각각이다.


예컨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500여개의 명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규제 직전에 비해 12.9% 증가했다. 고객수도 9.8%가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대형 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 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전통시장 방문 증가 횟수는 연간 평균 1회도 미치지 못하는 0.92회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선 한 번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4.3%로 가장 많았다.


◆“대형마트 쉴 때 매출 40% 올라”


기자는 전통시장이 실제로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매출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 직접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25일(수요일) 전통시장인 우림골목시장으로 향했다.


[르포] 전통시장 상인

서울 중랑구 망우역에서 용마랜드 방향으로 약 500m를 걸어가면 발견할 수 있는 우림골목시장은 위치적으로 보면 상인들이 매출을 올리기 매우 불리한 곳이다. 대략 400m 반경안에 이마트가 있고, 700m 반경안에 홈플러스와 코스트코까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곳은 모두 대형마트 영업일 규제로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이 휴무다.


이날 오후 3시 우림골목시장은 호젓한 분위기였다. 저녁 반찬 거리를 사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장년층 여성들이 간간이 보이긴 했지만, 요란하게 호객행위를 하는 상점 주인이나 시끌벅적하게 가격흥정을 하는 손님들은 없었다.


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가 분명히 있다면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농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5)는 “평일은 주말에 비해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난다”며 “근처 대형마트가 매달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에 휴무인데 이 때 매출이 휴무를 안 할 때와 비교해 20%~30%정도 오른다”고 전했다.


바로 옆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던 최모씨(59)도 김씨의 말에 힘을 보탰다. 그는 “우리는 매출 차이가 제일 많이 났을 때 40%였다”며 “대형마트 규제와 간판 교체 등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줬다”고 설명했다. 가판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임모씨(70 여) 역시 “주말에 대형마트가 쉴 때와 안 쉴 때 분위가 확 바뀐다”며 “대형마트 휴무 때는 꼭 장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르포] 전통시장 상인


몇몇 상인들은 시장내에 위치한 중소형 마트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했다. 해당 마트는 전통시장에서 팔고 있는 대부분의 품목을 다루고 있으며 휴무는 따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가판에서 수산물을 팔던 유모씨(60)는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마트안에 있는 A모 마트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골목시장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임씨(43여)도 “대형마트 때문에 힘이 든 것도 있지만 A마트 때문에 장사가 더 안된다”고 씁쓸해 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규제를 반드시 필요한 ‘숨통’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한편 우림골목시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대형마트 규제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에서 장을 보던 주부 A씨(56)는 ”여기가 재래시장이다보니 가격이 싸고 양이 많은 물품이 있다”면서도 “물건의 종류가 많지 않아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주말에 쉬다보니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B씨(33)는 “전통시장은 간식거리를 구매할 때만 찾는 곳”이라며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힘든 것은 고려해야겠지만, 대형마트 규제가 확실한 답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