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인허가 급증이 앞으로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신규주택 수요,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취임 후 주택업계와의 첫 조찬간담회에서 공급조절을 통해 주택시장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토부의 정책 기조가 관련 규제 강화로 가닥이 잡힐지에 촉각이 모였다.

간담회가 끝나자 역시 강 장관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그는 "내년 이후에는 주택공급이 안정될 것"이라며 "인위적으로 공급속도를 조절할 계획이 없다"고 금세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이 "강 장관의 발언은 앞으로 2~3년 뒤 입주시기에 문제가 있어 업계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며 "국토부가 어떤 조처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강 장관의 모호한 태도를 꼬집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한편에선 "공급과잉을 인정하고 규제를 강화하면 자칫 부동산경기에 찬물을 붓지 않을까 우려하는 강 장관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자의 생각도 후자에 가깝다. 강 장관의 발언은 애초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재무통’인 강 장관을 발탁한 속내에 대해 부동산경기의 반짝 상승이 그 동력을 다해가는 것을 고려,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로 그동안 시장논리를 앞세우던 전 장관들과 달리 공급과잉에 따른 부동산경기 하락을 직접 언급한 것을 피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강 장관이 윗선에서 어떤 주문을 받고 현재의 자리에 앉게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강 장관이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4월 총선, 내후
[기자수첩] 국토부 장관의 이유 있는 '자가당착'
년 대선을 앞둔 터라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에 나섰다가 자칫 집값을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표심이 정부·여당에서 이탈할 위험성을 강 장관 혼자 감내해야 하는 탓이다.

정부가 '개혁의 칼'을 쥐여줬지만 강 장관의 칼날이 무딘 이유다. 한계치인 가계부채와 공급과잉 후폭풍, 전·월세난 등 곪아 터지기 직전인 부동산시장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집값 하락이 동반되는 구조다.

정부가 이를 자인하고 용단을 내리지 않는 한 강 장관의 자가당착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