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16세기 '고열녀전' 언해본 전문 최초 공개
강인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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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전>이라고 하면 정절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여성들을 떠올리며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터. 그러나 <고열녀전(古列女傳)>의 열녀는 ‘열녀(烈女)’가 아닌 여러 여성들을 뜻하는 ‘열녀(列女)’이다. 조선 사회에서 여성에게 정절을 강요하는 유교적 관념이 보편질서로 자리 잡다 보니 ‘열녀(列女)’가 아닌 ‘열녀(烈女)’만을 강조하게 되었고, 그것이 널리 퍼지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조선 전기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에게 종속되는 희생적인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결혼 이후에도 친정 부모의 집에 살며 자녀를 키울 수 있었고,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있었으며, 남편과 이별 후 개가를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열녀전> 언해본은 바로 그러한 때에 간행된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중종 때 간행되었다는 기록만 전해지고 그 실물이 발견되지 않아 유실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것을 작년에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게 되면서 이번에 전문을 공개하게 된 것이다. 비록 전체 8권 중 권4 ‘정순전(貞順傳)’ 한 권만 발견되었지만 기록으로만 확인되던 실체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고열녀전> 언해본은 1책(권4)의 목판본이며 총 44장이다. 이 책에는 그림, 한문, 언해문의 순서로 구성된 15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문장 실력이 뛰어난 문인 신정(申珽)과 유항(柳沆)이 번역하고 당대 명필이었던 유이손(柳耳孫)이 글을 썼다. 조선 전기 인물화로 명성을 떨친 화가 이상좌(李上佐)가 그린 미려한 판화 13점도 포함되어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총서 발간과 관련하여 ‘조선 전기 <고열녀전> 언해본의 한글문화사적 해석’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 소모임을 개최한다. 서지학, 미술사, 국어사, 문학사, 보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발표할 예정이다.
학술 소모임은 국립한글박물관 강의실(1층)에서 12월 4일(금)과 11일(금) 양일간,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개최된다. 이번 학술 소모임은 한글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학제 간 융․복합 연구의 장을 열고자 기획됐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www.hangeul.go.kr)을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소장 자료 가운데 학계에서 가치가 높고 일반인들도 관심 있어 할 만한 자료를 엄선하여 매년 총서로 간행하고 있다. 작년에 18세기 한글 필사본 세 편(김씨부인한글상언, 정조어필한글편지첩, 곤전어필)을 대상으로 <소장자료총서>를 간행하였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미지제공=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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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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