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교통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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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핀테크, 빅데이터, 3D프린터…. 미래 산업을 주도할 키워드들이다. 이것들로 인해 우리사회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분야 중 하나가 ‘물류 서비스업’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해 배송시간을 단축하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머잖아 드론과 무인자동차 등을 통한 무인배송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와 도시화, 국가간 인구증대 등 사회구조의 변화 역시 물류서비스의 중요성을 더욱 부추긴다. FTA가 확대되고 수에즈·파나마 운하가 확대되는 등 물류 네트워크가 다원화 되는 글로벌 상황 또한 물류업체들에게는 ‘기회’로 여겨진다.


애플, 구글 등 IT 공룡기업,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아마존, 심지어 도미노피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물류서비스 진출을 노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지금 ‘물류’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인프라와 과도한 규제에 막혀 어려움이 많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급변하는 10년’ 내다본 물류정책


지난 8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공동주최로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국가물류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역시 물류시장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고민이 드러난 자리였다. 


정부는 물류정책기본법 제12조에 따라 5년마다 10년 단위의 계획을 수립해왔다. 지난 2011년 수립한 ‘2011~2020년 국가물류기본계획’에 이어 다가올 ‘2016~2025년’을 대비하기 위해 이번 공청회가 마련됐다. 특히 이날 토론에선 내년부터 향후 10년동안 국가 물류정책의 기본방향을 담은 중장기전략안을 내놓고 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교류했다.  

국교통연구원(KOTI)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공동연구를 통해 마련한 이번 안건은 정부주도의 대형 물류단지 개발 위주였던 이전까지의 계획과는 달리 민간의 창의적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택배와 직구 등 생활물류가 증가하고 앞으로의 물류발전이 다양한 신기술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류산업의 미래상을 반영해 선도적인 계획 수립에 역점을 두고 민간의 창의적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안건은 변화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맞춰 우리나라 물류업계의 패러다임을 민간주도형, 생활밀착형, 융복합형, 글로벌연계형 물류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항공법 등 법·제도 개선에 나서 과도한 규제를 없애는데 주력키로 했다. 차세대 배송수단으로 각광받는 드론이 우리나라에서는 항공법 규제로 인해 배송수단으로 활용은 커녕 관련연구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여객수송위주인 지방공항의 물류기능을 높이는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비한 친환경 물류체계를 연구하는 등 기술지원에도 나선다. 아울러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철도협력기구와 협력을 강화하고 북극항로와 극동러시아 물류시장에 진출해 해운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가 물류경쟁력지수(LPI) 10위권에 진입함과 동시에 세계5위권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을 목표로 잡았다.


◆방대해진 물류산업, 다양한 요구들

기본계획안 발표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물류업계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IT 등 유관업계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물류업의 범위가 기존보다 확장된 만큼 관련업계의 의견 또한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지적과 요구사항이 나왔다.

중국을 상대로 전자상거래를 하는 판다코리아 측은 ‘통관 간소화 추진’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물류관련 정책이 아무리 잘돼 있다 해도 통관이 해결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이다.

신범준 판다코리아 실장은 “중국은 각 성별로 통관이 달라 준비가 되지 않고 진출하면 세관에 묶이는 게 다반사”라며 “통관 간소화를 위해 정부가 해외 정부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빅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에 제한이 많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물류플랫폼을 개발하는 유정범 매쉬코리아 대표이사는 “TMS(배송관리시스템)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분절된 데이터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롱테일로 데이터를 갖출 수 있다면 훨씬 발전된 TMS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송용차량의 영업허가와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최우석 CJ대한통운 상무(택배기획 담당)는 “택배물량은 증가하는데 번호판 증차가 안되는 상황이라 택배업 종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자가용 번호판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매년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고 있다”며 “한편에서는 신경제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자가용번호판으로 배송업무를 해 택배업 종사자들의 박탈감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엄격하게 규제를 하든지 규제를 철폐하던지 일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택배산업의 양적팽창에 맞게 제도적인 정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과 요구사항들에 대해 이상일 국토부 물류정책과장은 “물류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물류영역이 방대해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많은 토론이 별도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마지막까지 고민하면서 합리적으로 이 계획을 담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해양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국가물류기본계획을 연말까지 보완한 후 관계기관과 협의,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심의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