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덫에 빠졌다. 기획재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단통법 손질을 주장하는데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는 1년의 성과에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양 부처가 단통법을 놓고 동상이몽에 빠진 형국이다.


지난 16일 기재부는 내년도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3월까지 단통법 성과를 분석한 뒤 6월에 보조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기재부의 경제정책방향이 ‘내수와 수출’로 경제성장률을 올리겠다는 큰 그림이었기에 단통법 제도개선 또한 소비활성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됐다.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공시지원금 상한선을 현행 33만원에서 70만원으로 최대 2배가량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인 만큼 기재부의 발표는 곧바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그러나 미래부와 방통위는 즉각 공식자료를 내 “휴대폰보조금 상한선 인상과 관련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기재부의 발표에 대해선 “단통법 제도개선방안은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 마련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 방향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논란 축소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부와 방통위 측은 지난 1년의 단통법시대에 대해 “이용자 차별이 사라졌다”, “불필요한 고가요금제 가입이 줄었다”, “시장에 가격인하 경쟁이 촉발됐다” 등의 효과를 강조해왔던 터.

1년째 폐지 혹은 손질을 주장한 소비자들은 이번 논란이 반가우면서도 못마땅하다. 시민단체가 문제 삼는 가입비 폐지나 출고가 인하에는 답하지 않은 채 확실치 않은 단통법 개선책으로 당근을 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선거철용 화두’라는 조롱 인 반응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단통법으로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압구정 성형외과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
압구정 성형외과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내년에도 이동통신업계의 화두는 ‘단통법’이 될 전망이다. 올 한해 단통법은 소비자들에게 불통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어떤 이들은 ‘전국민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인터넷용어)법’이라고 낮춰 부르기도 했다. 


모든 고객이 차별없이 스마트폰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장한 단통법. 취지는 좋았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고가지원금이 제공되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단통법시대에 정보에 취약할수록 호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정부부처와 제조·통신사의 이해관계가 아닌 소비자의 주문에 응답해야 할 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