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제로금리-하] 한국 경제, 딜레마에 빠지다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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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제로금리시대가 막을 내렸다. 글로벌경제가 또 한번 전환점을 맞았지만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1.5%로 6개월 연속 금리동결이다.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참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해져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과거부터 미국과 시차를 뒀다. 지난 2004년 7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 당시 한국은행은 오히려 그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내렸고 15개월 뒤에 인상했다. 지난 2007년 중순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내렸을 때는 13개월 후에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그러나 9년반 만에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 글로벌경제의 흐름이 바뀐 만큼 한국은행도 현행 금리정책을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 금융전문가들은 2016년부터 이어질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2016년 한해는 3~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0.75~1.00%포인트가량 금리가 인상되고 2017년 말과 2018년 말에는 각각 2.50%, 3.50% 이내로 꾸준히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위축·소비둔화… 동결 유지할 듯
앞으로 5년간 글로벌 경제상황을 이해하려면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중앙은행은 경제를 조절하는 통화신용정책의 큰 무기인 ‘금리’를 조율하기 때문에 글로벌경제의 내면을 깊숙이 알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6개월째 금리동결, 2%대에 불과한 물가안정목표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말 한국은행은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 물가지수 기준 2.0%로 의결했다. 지난 2013~2015년 목표치 2.5~3.5%의 중간 값인 3.0%와 비교하면 1.0%포인트 내린 수치로 저성장 국면에 따라 통화정책을 하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내년 말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금리격차 감소에 따른 자본이탈, 가계부채 증가 등이 우려되지만 당장 금리를 올리기엔 경기위축과 소비둔화 요인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활력 저하와 신흥국의 리스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부진과 소비 흐름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금리동결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경기부양이나 자금 유출입을 조절하기엔 역부족이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 한계기업이 2000개에 달해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기업의 줄도산, 금융시스템 전반에 퍼질 리스크를 감안하면 금리동결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신흥시장국 경제의 불안이 국내에 전이될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커질 경우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인상 가능성
2015년 12월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에 투자한 신흥시장국의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와 신흥시장국 간 교역 및 자본거래 규모가 확대되면서 2014년 신흥시장국에 대한 수출규모는 2118억달러(약 268조원)로 총 수출액의 37.6%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액은 2913억달러(약 341조원)며 전체 외국인투자액의 29.2%를 차지한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추세에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이 증대될 경우 우리나라의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될 확률은 48%로 높아진다. 또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제금리 상승압력이 가중될 경우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될 확률은 75%로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흥시장국의 국내 증권투자는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하는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공적자금을 중심으로 이뤄져 급격한 자본유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개별국가의 경제여건에 따라 투자자금이 회수될 가능성도 크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신흥시장국의 불안이 겹쳐 변동성이 커지면 시장안정화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이미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화를 시나리오별로 예상하고 플랜을 세웠기 때문에 혼란이 생기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2015년 미국 장기금리와 국내 장기금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국내 장기금리는 3개월 후에 0.42%포인트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장기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금리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6년 말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1%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차이는 1%포인트 미만으로 줄어든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미 연준이 금리를 2번 올리면 1번 정도는 인상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6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참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해져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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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처럼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과거부터 미국과 시차를 뒀다. 지난 2004년 7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 당시 한국은행은 오히려 그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내렸고 15개월 뒤에 인상했다. 지난 2007년 중순 미국이 금리를 급격히 내렸을 때는 13개월 후에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그러나 9년반 만에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 글로벌경제의 흐름이 바뀐 만큼 한국은행도 현행 금리정책을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 금융전문가들은 2016년부터 이어질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2016년 한해는 3~4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0.75~1.00%포인트가량 금리가 인상되고 2017년 말과 2018년 말에는 각각 2.50%, 3.50% 이내로 꾸준히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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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위축·소비둔화… 동결 유지할 듯
앞으로 5년간 글로벌 경제상황을 이해하려면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중앙은행은 경제를 조절하는 통화신용정책의 큰 무기인 ‘금리’를 조율하기 때문에 글로벌경제의 내면을 깊숙이 알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6개월째 금리동결, 2%대에 불과한 물가안정목표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말 한국은행은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 물가지수 기준 2.0%로 의결했다. 지난 2013~2015년 목표치 2.5~3.5%의 중간 값인 3.0%와 비교하면 1.0%포인트 내린 수치로 저성장 국면에 따라 통화정책을 하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내년 말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금리격차 감소에 따른 자본이탈, 가계부채 증가 등이 우려되지만 당장 금리를 올리기엔 경기위축과 소비둔화 요인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활력 저하와 신흥국의 리스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부진과 소비 흐름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금리동결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경기부양이나 자금 유출입을 조절하기엔 역부족이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 한계기업이 2000개에 달해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기업의 줄도산, 금융시스템 전반에 퍼질 리스크를 감안하면 금리동결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신흥시장국 경제의 불안이 국내에 전이될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커질 경우 금리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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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사진=머니투데이DB |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인상 가능성
2015년 12월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에 투자한 신흥시장국의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와 신흥시장국 간 교역 및 자본거래 규모가 확대되면서 2014년 신흥시장국에 대한 수출규모는 2118억달러(약 268조원)로 총 수출액의 37.6%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액은 2913억달러(약 341조원)며 전체 외국인투자액의 29.2%를 차지한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추세에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이 증대될 경우 우리나라의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될 확률은 48%로 높아진다. 또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제금리 상승압력이 가중될 경우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될 확률은 75%로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흥시장국의 국내 증권투자는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하는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공적자금을 중심으로 이뤄져 급격한 자본유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개별국가의 경제여건에 따라 투자자금이 회수될 가능성도 크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신흥시장국의 불안이 겹쳐 변동성이 커지면 시장안정화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이미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화를 시나리오별로 예상하고 플랜을 세웠기 때문에 혼란이 생기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2015년 미국 장기금리와 국내 장기금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장기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국내 장기금리는 3개월 후에 0.42%포인트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장기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금리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6년 말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1%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차이는 1%포인트 미만으로 줄어든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미 연준이 금리를 2번 올리면 1번 정도는 인상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6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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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