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이 또다시 구조조정설에 휩싸였다. 이번 인력감축설이 현실화된다면 알리안츠생명은 4번째 구조조정을 하는 셈. 여기에 국내시장 철수설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알리안츠생명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알리안츠그룹 독일 본사가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매각과 구조조정 방안을 함께 검토한다는 것이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루머일 뿐”이라며 일축했지만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매각설’과 ‘구조조정설’이 구체화될 조짐을 보인다.

이명재 알리안츠생명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이명재 알리안츠생명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실적 악화·준비금 시한폭탄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999년 당시 생명보험업계 4위이던 제일생명을 인수하며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인수 이듬해인 2000년 알리안츠는 200여명을, 2003년에는 700여명을 내보냈다. 2013년에는 텔레마케팅(TM)채널을 폐쇄하며 20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구조조정했다. 이렇게 총 1100여명을 떠나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안츠생명은 여전히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4년간 알리안츠생명은 2014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알리안츠생명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321억원, 514억원의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소폭(64억원) 흑자를 봤지만 이마저도 2015년 상반기 말 70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다시 실적이 고꾸라졌다.


자산순위도 조금씩 밀려났다. 2012년까지만 해도 자산순위 6위였던 알리안츠생명은 2015년 9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 14조1438억원을 기록해 업계 10위까지 내려앉았다.

이런 실적악화를 메꾸기 위해 알리안츠생명은 비용절감에 나섰다. 고용과 투자를 대폭 줄였다. 제일생명 당시만 해도 2700명을 훌쩍 넘겼던 임직원 수는 2015년 9월 기준 1265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또 2013년 9월 기준 4700여명이던 설계사 수도 2015년 9월 기준 3600여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3년 연속 배당도 하지 않았다. 점포와 대리점은 대거 통폐합했다. 같은 기간 336곳이던 점포 수는 241곳으로 감소했고 80곳이던 대리점은 67곳으로 줄었다.


나아가 알리안츠생명은 자본확충 부담도 잔뜩 안고 있다. 과거 7~10%대 확정금리로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던 만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알리안츠생명은 5년 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라 1조원 이상의 준비금(보험부채)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2015년 12월 초 조지 사르토 알리안츠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헤드가 방한한 것도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연이은 적자행진과 준비금 관련 논의를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인력과 조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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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예상… 한국서 발 빼나

알리안츠생명이 추진하는 구조조정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전속설계사채널 폐지(런오프) ▲별도 보험대리점 법인 설립(트랜스포메이션) 등 두가지다. 국내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생소한 방안이다.


우선 런오프는 전속설계사뿐 아니라 보험대리점, 방카슈랑스 등 모든 영업채널의 업무를 중단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런오프가 시행되면 전속설계사는 물론 설계사를 관리하는 지점장 등 영업 관련 직원들까지 전부 해고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CM)채널만 남게 된다.

트랜스포메이션은 보험대리점이나 방카슈랑스채널을 유지하되 전속설계사채널만 중단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속설계사가 회사를 떠나 별도로 설립되는 보험대리점 법인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아직 정확한 개념은 아니지만 결국 트랜스포메이션도 구조조정 방안 중 하나인 셈이다.

노조는 이 같은 구조조정 방안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알리안츠생명 노조 측은 2015년 12월 중순 기자회견을 열고 “설계사 영업을 폐지하고 별도의 독립 GA를 설립하는 것은 동종업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방안은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계약자 리스크 및 보험업계에 부정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규탄했다.

만약 알리안츠생명이 이 같은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보험업계뿐 아니라 이를 판단할 금융당국도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보험사는 있었지만 스스로 영업정지라는 강수를 쓴 보험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두 방안 모두 알리안츠생명의 직원 및 전속설계사의 대규모 해고를 불러올 수 있어 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런 요인이다. 특히 이 일이 전례가 돼 다른 보험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면 당국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매각설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그룹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매각 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안츠그룹은 한국 알리안츠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알리안츠생명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국내에 진출한 알리안츠화재도 1년 만에 짐을 싸서 떠나는 등 알리안츠그룹 계열 보험사가 한국 보험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 알리안츠생명의 한국 철수설이나 구조조정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나온 얘기”라고 귀띔했다.

이어 “알리안츠생명 역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과거 고금리상품 판매에 따른 역마진을 이기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자 한국법인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을 위해 몸집을 줄여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구사할 수도 있고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돼 이래저래 인력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이 같은 매각설과 구조조정설에 대해 전면부인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갑자기 이런 얘기가 왜 흘러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도 본사에서 명확한 입장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대답해 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알리안츠 본사는 알리안츠생명 일본법인을 구조조정할 때 런오프 방식을 시행한 바 있다. 알리안츠생명 일본법인은 실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2012년 일본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