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장 겸임) 회장이 제17대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선임됐다.

우리은행장 연임에 실패한 후 약 1년 만의 금융권 복귀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12월28일 세종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이 전 회장을 새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3년이다.


금융지주 회장 출신이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은행장 출신으로는 한미은행장을 지낸 이상근 전 회장에 이어 두번째다. 이상근 전 회장은 지난 1997~1999년 제 11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을 역임했다.

이 두사람 외엔 저축은행중앙회장 자리는 사실상 정부 관료 출신이 독차지했다. 지금까지 총 14명의 회장 중 12명이 관료출신이었다. 앞서 최규연 전 회장도 기획재정부, 조달청장을 거쳤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전문성·인적 네트워크로 ‘해결사’ 자처

이순우 회장이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낙점받은 이유는 금융에 대한 이해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안과제를 해결하고 실추된 저축은행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그의 선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것이 이 회장은 1977년 우리은행 전신인 옛 상업은행에 입행, 37년간 근무한 정통 은행원 출신이다.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과 개인고객부 집행부행장,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을 거쳐 2011년 우리은행장에 올랐다. 2013년 6월엔 행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돼 행장직을 겸임했다. 금융전문가로서 이력에 손색이 없는 셈.

저축은행업계는 그가 화려한 인맥으로 업계가 우려하는 외풍도 어느 정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구고 선후배 사이다. 또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총리, 안종범 청와대 수석,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과 성균관대 동문이다. 이외에도 성대 금융인 모임 ‘성금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금융부문에서 다양한 인맥을 자랑한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조직장악력과 업무추진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저축은행업계의 미래를 고려해 그를 새 회장으로 추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저축은행 이미지 개선 성공할까

이제 관심은 이순우 회장의 리더십에 쏠린다. 우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부실 저축은행 솎아내기 이후 건전성이 개선됐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저축은행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것이 예금자 비중. 현재 저축은행 예금 가운데 5000만원 미만 가입자가 전체 예금자의 97%에 달한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50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예금보험공사가 원금을 보전해준다. 즉, 또 다시 부실사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원금보전이 가능한 수준에서만 자금을 예치한다는 말이다.

대부업계 저축은행, 일본계 저축은행이란 꼬리표도 부담스럽다. 저축은행 1위인 SBI저축은행을 비롯해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OK저축은행까지 모두 일본계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들 일본계 저축은행의 전신은 대부분 대부업이다. 대부업으로 시작해 지금의 저축은행을 설립하거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현재의 규모를 갖췄다. 가뜩이나 반일감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장사로 성장한 저축은행을 국민들이 곱게 볼 리 없을 터.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과 일본계 자금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영업활동이 순탄치 않다”며 “앞으로 저축은행중앙회가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당경쟁’ 줄이고 ‘서민금융’ 지원 늘려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저축은행·대부업 최고법정금리 인하 여부도 이순우 회장 앞에 놓인 숙제다. 현재 국회에선 저축은행·대부업 최고법정금리를 기존 34.9%에서 27.9%로 내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저축은행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별 신용대출 평균금리(지난해 12월28일 기준)는 ▲OSB저축은행 연 30.50% ▲모아저축은행 연 30.25% ▲현대저축은행 연 29.69% ▲예가람저축은행 연 29.8% ▲조은저축은행 연 28.97% ▲웰컴저축은행 연 28.38% ▲HK저축은행 연 28.2% 등이다.

가뜩이나 저금리 기조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는데 최고금리까지 내리면 수익성은 쪼그라들기 마련.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될 예정이어서 저축은행업계의 부담은 계속 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시장에 진출할 경우 그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다시 쌓고 비상하기 위해선 중앙회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우선 과당경쟁을 줄이고 서민금융지원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높은 대출금리를 자체적으로 인하하고 서민금융에 도움이 되는 상품도 적극 출시해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 및 사회공헌활동에도 나서야 한다. 특히 건전성을 높여 다시는 부실저축은행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정통 금융맨으로 시작해 이제는 관료 출신이 독점하던 자리까지 발을 내디딘 이순우 회장. 그가 저축은행이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진화하는 데 일조해 금융맨으로서의 자존심을 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