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가격인상 1년, 담배 생각만 굴뚝같았다
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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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간 하루 평균 담배 한갑을 피우던 직장인 오모씨(28)는 지난해 1월 담배 가격 인상소식에 금연을 결심했다가 실패한 사람 중 한명이다. 그는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담뱃값이 오를 당시 담배를 끊기 위해 고가의 전자담배를 구입하고 은단을 먹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한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일하는 도중 잠깐 휴식하며 피웠던 담배맛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것. 오씨는 결국 다시 하루에 담배 한갑을 피우게 됐다. 그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13만5000원이 부담됨에도 금연을 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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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한 지 1년이 지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월1일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 가격을 2500에서 4500원으로 80% 인상했다. 당시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담배 소비량이 34% 감소하고 2조780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이 정책으로 인해 이득을 취한 곳은 정부와 담배판매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경우 국비가 쌓이는 효과를, 편의점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반면 흡연자는 금연 효과가 예상보다 덜했고 담배 제조사의 경우 매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금연 효과 약해… 소비자는 분노
지난해 12월23일 한국납세자연맹이 담배협회의 '월별 담배 판매량' 자료를 토대로 담배 판매량을 추산한 결과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전년보다 23.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34%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의 국민건강 증진 효과가 미약했다는 평가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담배가 중독성있는 기호식품이라는 것을 봤을 때 당초 정부가 판매량이 34% 준다고 예측했던 것은 억측으로 드러났다"며 "올해는 담배 판매량이 예전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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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
이 같은 결과에 흡연자들은 크게 분노한다. 건설 관련 일용직으로 일하는 김모씨는 "저소득층일수록 담배를 더 끊기 어려운 법인데 정부가 이런 식의 정책을 내놨다는 것은 서민의 주머니를 쥐어 짜겠다는 발상"이라며 "금연은 커녕 지갑만 가벼워졌다"고 맹비난했다.
정부는 이번 납세자연맹의 발표에 대해 담뱃값 인상 정책이 일정 부분 금연 효과가 있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판매량이 24% 줄었다는 것은 5명 중 1명이 금연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며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부 증세 효과 예상보다 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예상보다 많은 세수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연맹의 계산에 따르면 2015년 실제 담배 세수 증가분은 4조306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의 추정치보다 1.6배 증가한 수치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2014년 대비 2조78000억원이 증가한 9조5225억원의 담배세수가 걷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맹은 담뱃값 인상과 이에 다른 연초 금연효과가 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별다른 흡연율 변동요인이 없어 담배세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지난해 담배 세수를 10조원대로 예상한다. 당초 예상했던 증가액보다는 약간 늘어난 수치이긴 하지만 납세자연맹이 주장하는 것만큼 큰 폭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세수가) 대략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납세자연맹의 계산은 판매량에 세수를 곱해 나온 수치로 판매량 기준으로 계산한 것과 반출량 기준으로 계산한 것은 차이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납세자연맹이 엉터리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며 정부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납세자연맹의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지겨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담배 관련 업계는?
정부와 더불어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 업계도 매출 상승 효과를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29일 발표한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상승했다.
담뱃값 인상 효과와 함께 수입맥주·도시락·김밥 등의 판매 증가, 점포수 증가 등으로 매출이 오른 것이다. 특히 편의점에서 ‘담배 등 기타 상품군’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대를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담뱃값 인상이 매출 증대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담배 제조업계의 경우는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담배제조 업체 관계자는 ”일각에서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제조업체에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매출 증진 효과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인상 전과 비교해 매출 변동은 없다“고 단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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