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면세점 열풍-4] 일본의 성장비결은?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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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면세시장 확대와 맞물려 사후면세점에 쏟아지는 관심이 남다르다. <머니위크>는 사후면세점 열풍부터 이곳에 쏟아지는 두 가지 시선, 현장르포를 통해 부작용 우려를 집중 조명했다. 또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쟁'에 나선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략을 전격 비교했다.
“일본의 미니면세점을 벤치마킹할 용의가 있습니까?” (정세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일본식 미니면세점 사례를 적극 검토 중이고 개선방안도 마련할 것입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최경환 부총리가 지난해 10월 일본식 미니면세점 도입의사를 밝히면서 사후면세점사업을 내건 한·일전의 포문이 열렸다. 관광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른 유커(중국인관광객)는 면세점에서 ‘싹쓸이 쇼핑’을 즐기기로 유명하다. 이들이 국내에서 쓰는 돈만 연간 260조원에 달한다. 유커를 잡으려는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사후면세점 대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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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성필 기자 |
◆1년 사이 3배나 커진 일본시장
지난해 겨울 일본 오사카를 찾은 임모씨(40)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택스 프리’(Tax Free·한국은 Tax Refund)라고 쓰인 사후면세점 간판과 ‘이곳이 일본인가’라는 의심이 들 만큼 몰린 유커였다. 일본정부의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도 도입으로 바뀐 쇼핑 풍경이다. 1년 전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사후면세점과 유커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도심 골목마다 편의점, 잡화점, 심지어 약국까지 미니면세점으로 바뀌면서 달궈진 사후면세점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임씨는 이곳에 위치한 드러그스토어에서 파스·다이어트보조제·화장품 등 모두 5000엔(약 5만원) 이상 쇼핑을 했다. 물건 가격을 계산할 때 여권을 제시하니 소비세 8%를 바로 면제해줬다. 특정장소를 찾아 면세서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미니면세점을 찾을 수 있는 데다 언제든지 다양한 물건을 간편하게 면세쇼핑할 수 있어 한껏 기분 좋은 관광을 즐겼다.
일본은 2014년 10월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도를 시행한 후 외국인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이며 쇼핑액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증권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즉시환급제도 시행 후 1년 동안 사후면세점 수가 5800개에서 1만8000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을 찾는 유커도 크게 늘었다. 일본의 도심 골목에 자리 잡은 편의점과 잡화점, 약국 등이 속속 미니면세점으로 전환되면서 몰려드는 유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로 인해 면세매출은 전년보다 196%나 뛰었다. 유커가 몰리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일본과 면세사업 경쟁 ‘초읽기’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도가 도입됐다. 기획재정부는 외국인관광객이 사후면세점을 이용할 때 건별 20만원, 인당 100만원까지 즉시환급을 허용했다. 면세범위는 부가가치세(10%)와 개별소비세(5~20%)다. 사후면세점이 활성화된 일본의 사례를 볼 때 국내 주요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화장품 브랜드숍 등도 미니면세점으로 전환돼 일본과의 치열한 유커 유치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이 먼저 사후면세점이라는 전장에 뛰어들어 즉시환급제도 도입으로 승기를 잡은 상황이다. 일본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사후면세점에서의 즉시환급제도를 적극 추진한다. 소비세 8%를 돌려주는 사후면세점 덕분에 지난해 3분기 일본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의 쇼핑액은 82%나 늘었다. 게다가 일본을 찾는 유커는 연평균 30%씩 늘고 있다. 올해는 4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제도를 확실히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시환급제도 시행 1년을 넘긴 일본의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보고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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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일본 면세점사업에서 배워야
지난해 일본의 면세품 총 매출은 전년대비 2배, 과자나 화장품 등 소모품 매출은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런 성과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일본은 시행 1년 전부터 미니면세점 사업주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잇달아 열어 내부를 챙겼다. 또 6개월 전부터 정부와 관련업계가 전세계를 돌며 새 제도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일본은 면세점 등 관광산업을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었다. 일본 내 면세점 숫자는 불과 1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관치정책과 업계의 정치권 눈치 보기로 얼룩진 한국 면세산업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일본정부가 면세산업 부흥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사후면세점이 크게 늘었고 이들 중에는 최경환 부총리가 언급한 미니면세점 수가 가장 많았다. 2020년까지 일본의 사후면세점 수는 2만개를 넘을 전망이다. 국내에도 기업형 면세점이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일각에선 일본의 사후면세점 증가가 국내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관광산업 육성차원에서 면세점을 확대한다. 국내 면세점업계도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관광산업의 부흥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면세사업, 밥그릇 싸움 그만해야
중국 유커들이 최근 일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부 차원의 유커 유치 및 관광 활성화 대책이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면세점정책은 규제 일색이다. 뒤늦게 내놓은 사후면세점 기준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 사이 유커들은 일본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일본은 현재 관광하기 좋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면세혜택도 좋다. 유커 입장에서는 일본을 찾는 게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 긴자에 시내면세점 오픈을 준비 중인 업계 관계자는 “일본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면세사업을 활성화하는 추세”라며 “이처럼 주변국은 국가 차원에서 면세사업을 키우는데 우리는 독과점 논란과 특혜시비 등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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