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공기업, 공공기관, 상시근로자의 사업장을 시작으로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들이 잇달아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한다. 임금피크제는 정해진 연령을 기점으로 급여가 감소하기 때문에 퇴직급여에도 영향을 미친다.


퇴직급여는 어떤 제도로 운영하는지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 후 수령하는 퇴직금이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임금피크제도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퇴직금을 현명하게 관리해야 소중한 노후자산을 지킬 수 있다.

먼저 회사가 도입하려는 임금피크제 유형을 알아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근무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일정 나이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연장형’ ▲정년을 맞아 퇴직급여를 받은 후 낮은 임금을 받고 계약직으로 일정기간 일하는 ‘정년 후 재고용형’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시간 단축형’이 있다.


정년 연장형이라면 임금이 어떤 방식으로 줄어드는지 살펴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부터 급여가 한번만 줄어들 수 있고 매년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기도 한다. 또한 임금의 어떤 항목이 줄어드는지 알아보고 경영성과급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에는 변화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퇴직급여 변화/자료=NH농협은행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퇴직급여 변화/자료=NH농협은행


◆퇴직금 운용하면 중간정산 활용해야

우리나라 퇴직급여제도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나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 약 175만개 중 퇴직연금을 도입한 업체는 약 29만개로 16.7%에 불과하다. 즉, 대다수의 근로자가 퇴직금제도로 퇴직급여를 운영한다.

퇴직금을 운용하는 근로자는 직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총액을 총 일수로 나눈 값에 근무기간을 곱하면 퇴직금 수령예상액을 계산할 수 있다. 만약 25년간 일한 A씨가 50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면 현시점의 퇴직금은 500만원을 25년 곱한 1억2500만원으로 집계된다.
A씨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매년 10%씩 삭감된 급여를 받고 5년간 연장근무하면 퇴직금은 250만원을 30년 곱한 7500만원을 받는다. 임금피크 전보다 5000만원이 감소하는 것. 정년이 연장되면서 5년의 퇴직금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오히려 임금피크제의 영향으로 퇴직금은 줄어든다.


퇴직연금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로 급여가 감소할 경우 중간정산을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A씨의 경우 55세부터 5년간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퇴직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실시에도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할 수 있다.


근로자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면 회사는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을 지급한다. 임금피크제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것은 막았지만 갑자기 지불해야 하는 세금이 부담스러우면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계좌 가입도 고려할 만하다.

IRP계좌는 근로자가 직접 금융기관에 방문해 계좌를 만들고 회사가 중간정산한 퇴직금을 이체하는 방법이 있다. 근로자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은 퇴직금 전액을 IRP계좌로 이체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엔 회사와 원만한 업무협조가 필요하다.

중간정산한 퇴직금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금융기관에 방문해 IRP계좌를 개설하고 해당 계좌로 퇴직금을 재예치하면 된다. 중간정산한 퇴직금을 일부만 이체하면 퇴직소득세도 해당 비율만큼 돌려받는다.


임금피크제 앞둔 당신, '퇴직연금' 활용법


◆퇴직연금 가입자, DC형으로 갈아타라

퇴직연금제도는 회사가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근로자가 퇴직금을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받는 제도다. 유형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 근로자의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따른 퇴직금을 사전에 확정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직원의 평균임금에 근속년수를 곱한 금액으로 퇴직금을 지급한다.

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면 매년 발생한 퇴직급여를 근로자가 계좌로 받을 수 있다. 본인이 직접 퇴직급여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운용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를 앞둔 직장인은 어떤 유형의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할까. DB형을 운용하는 직장인은 임금피크제 도입 시 퇴직급여가 감소한다. DB형은 퇴직금 운영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로 평균임금이 줄어들면 근속연수가 늘어나더라고 퇴직급여는 줄어드는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도 중간정산을 받으면 유리할까. 문제는 퇴직연금제도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을 중간정산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줄어드는 사태를 막으려면 임금피크제 적용시점에 퇴직연금제도를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타야 한다.

DC형은 근로자가 근로기간 동안 받은 회사부담금과 운용수익이나 손실의 누적액이 퇴직금으로 쌓이기 때문에 운용수익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퇴직금 적립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DC형으로 전환할 경우 근로자 본인이 운용주체로 전환돼 운용위험 부담이 생기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회사에서 지급된 부담금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받는 퇴직금이 불어날 수도,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상시근로자 수가 300인이 넘는 대기업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의무화되고 2022년에는 전 사업장에서 퇴직연금제를 운영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퇴직금 변동 추이를 살펴보고 노후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DC형 퇴직연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