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빅딜'을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KT·LG유플러스가 사활을 걸고 방해작전을 펴는 가운데 SK텔레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수준을 넘어 이통3사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만큼 키를 쥔 정부가 내놓을 판단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아전인수'.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을 둘러싼 통신 3사간 혈투는 이 단어로 요약된다. 각사가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날을 갈아 경쟁사를 공격하고 이에 대한 반박·재반박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왼쪽부터) /사진=LG유플러스, KT, 머니투데이DB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왼쪽부터) /사진=LG유플러스, KT, 머니투데이DB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인수합병(M&A)을 선언한 CJ헬로비전은 전국 케이블 TV 점유율 1위이면서 동시에 알뜰폰 점유율도 1위인 기업이다. 따라서 이통업계 1위 SK텔레콤의 계획대로 인수가 완료되면 이통시장에서의 압도적 시장지배력이 케이블 방송으로 넓혀질 가능성이 짙다.

통신업계 2, 3위 기업인 KT와 LG유플러스가 사활을 걸고 방해 작전을 펼치는 근본 이유다. 반면 SK텔레콤은 회사의 성장을 위한 정상적 경영활동에 경쟁사들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 이웃이 땅 사니 ‘경기’하는 경쟁자들

KT와 LG유플러스는 수장이 직접 SK텔레콤-CJ헬로비전 M&A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타사의 경영과 관련한 사항에 경쟁사의 수장이 대놓고 삿대질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비전이나 전략에 대한 설명보다 SK텔레콤 비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권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플레이어가 3명으로 한정된 통신사업을 두고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이 있는데, SK는 이번 딜로 땅을 안 짚고도 헤엄치려 한다”며 “이런 것은 정부가 규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잘 판단하겠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 개정이 확정된 이후에 인수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딜로 이통업계 1위 사업자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싼 값의 알뜰폰을 확산시키겠다는 정책취지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의 발언은 SK텔레콤-CJ헬로비전 M&A에 대한 LG유플러스의 심각한 위기감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합병 이후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에서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과 IPTV,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까지 묶어서 결합상품으로 끼워 팔기를 시도하면 시장 3위인 LG유플러스에서 이탈자가 대거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사가 경제학 교수진에 의뢰한 용역보고서 ‘SKT-CJ헬로비전 기업결합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따르면 기업결합 시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가격인상압력지수(GUPPI)가 이번 M&A의 경우 3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통상 GUPPI가 10% 이상이면 요금인상 요인이 높은 것으로 본다. 앞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1위 업체인 ‘애실로’가 2위인 ‘대명광학’의 주식취득을 심사할 때 GUPPI가 20%에 달한다는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못지않게 KT도 반박의 날을 세웠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서울 KT광화문 사옥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안의 심각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KT는 “그간 경쟁제한이 발생하는 기업 간 인수합병의 경우 이를 불허하거나 강력한 인가조건을 부여했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경쟁제한성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다만 KT는 LG유플러스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설사 SK텔레콤-CJ헬로비전간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KT는 통신시장 2위,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로 나름의 확고한 시장 기반을 갖췄다.

CJ헬로비전 알뜰폰 이용자 대다수가 KT망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준비를 하고 있다”며 “2017년까지 기가 인프라에 총 4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투자 리스크 테이킹을 통해 1등 IT기업을 만들고 5G(5세대)에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갖는데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CJ헬로비전 CI. /사진제공=CJ헬로비전
CJ헬로비전 CI. /사진제공=CJ헬로비전

◆시장 순위별 셈법 제각각

이같은 경쟁업체의 십자포화에 SK텔레콤은 지난 15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업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LG유플러스의 주장에 대해 ▲객관성이 떨어지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아전인수격 해석, 발목잡기식 비방에 불과하며 ▲현행법상 업체가 유료방송 요금을 임의로 인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통합방송법 개정 전 인수합병 추진의 부당성 주장은 법 취지 곡해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막무가내식 억지를 부리고 있어 유감”이라며 “이미 정부에 인수 관련 서류를 제출했고, 계획대로 인수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또 다시 반박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의 발표 내용은 LG유플러스의 입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한 것이 아니라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근거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는 수준으로 1위 사업자로서 자질이 심히 의심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당국이 이번 M&A 허가에 대해 신중론을 견지하는 만큼 당분간 통신업계의 자사 우호적 여론조성을 위한 진흙탕 싸움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 벌써부터 SK텔레콤 밀어주기?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 작업이 추진 중인 CJ헬로비전이 최근 신규 가입자들이 SK텔레콤망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합병 허가가 나오기도 전에 벌써부터 합병이 완료된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1월 들어 ▲최신 휴대폰 최저가 보장제 ▲새해맞이 가성비폰 핵세일 ▲2016년 새해맞이 가무유무 이벤트 등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선택하는 통신망에 따라 프로모션 혜택에는 큰 차이가 있도록 프로모션을 꾸렸다.

SK텔레콤망을 선택하면 최신 플래그십 모델이나 가격대비 높은 성능으로 인기몰이 중인 중저가폰을 할인해주는 반면 KT망을 선택하면 고를 수 있는 제품이 구형폰들 뿐이다.

그 결과 SK텔레콤망 사용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의 SK텔레콤망 신규가입은 6423건으로 KT의 1만254건보다 적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SK텔레콤망 신규 가입은 각각 9639건, 5071건으로 같은 기간 KT망 신규가입(각각 7574건, 4668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