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대리점 갑질 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르는 생활용품 1위 기업 유한킴벌리 이야기다. 벌써 3년이 되도록 지지부진하게 이어온 싸움. 대리점협의회는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본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이제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공생하기 위해 만난 이들은 어쩌다 철천지 원수로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것일까. 유한킴벌리의 갑질 논란에서 드러난 쟁점 3가지를 짚어봤다.


#.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한킴벌리 대리점을 운영한 점주입니다. 과도한 판매 목표로 인해 판매장려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운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본사 지사장 앞으로 강제 포기각서를 쓰고 대리점을 접어야 했습니다. 계약 해지 후 외상매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살던 집까지 정리하고 두 자녀와 작은 월셋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지난 시간이 너무 억울해 본사를 서울중앙지검에 해당건으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H유통 박모씨)

#. 급변하는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2012년 11월 온라인 밴더사를 통해 티몬에 기저귀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해당 월의 목표가 1억6000만원이었는데 목표대비 300%인 5억1000만원 어치를 팔았습니다. 매출을 확대하려던 찰나, 당시 본사 지사장이 찾아와 "다음 달부터는 본사 인터넷팀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니 판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몇달간 판매를 이어갔지만 본사가 지정한 온라인대리점과의 가격 차이가 커 경쟁이 되지 않았습니다. 추후 본사쪽 업체와 공급가는 물론 장려금에도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L유통 김모씨)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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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점1. 우월적 지위 남용해 횡포 부렸나

‘갑질 논란’의 발화점은 유한킴벌리가 운영한 판매목표 장려금 제도다. 이 제도는 유한킴벌리 측에서 대리점에게 강제로 목표를 할당하고 판매목표를 90% 이상 달성했을 경우에만 차등적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 이를테면 월 매출이 1억원인 대리점이 장려금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매출의 10%인 1000만원의 장려금을 받는 식이다.


대리점협의회 측은 이 제도가 일종의 ‘족쇄’였다고 입을 모은다.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대리점 입장에서는 장려금을 받아야 제품의 할인 폭을 키우고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인데 애초에 2배 이상의 과한 목표를 세우다 보니 달성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며 “결국 목표를 맞추기 위해 헐값에 제품을 넘기거나 기부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 같은 논란이 확대되자 유한킴벌리 측은 서둘러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대리점협의회 측은 “스스로 제도의 잘못을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지난해 7월1일부터 변경된 개선안이 시행 중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유한킴벌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측은 이에 “개선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있지만 개선안은 3년 전부터 준비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제도를 개선했다 하더라도 그동안의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 쟁점2. 특정 대리점과 차별 대우 만연했나


본사와 대리점협의회 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특정업체와의 차별 대우다. 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온라인대리점과 일반대리점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공급가를 많게는 30% 이상 차이가 나게 매겼다. 인터넷에서 파는 판매가가 일반 대리점의 매입가보다 낮은 기형적 유통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비단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리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리점협의회 측은 인터넷대리점 중에서도 ‘본사출신 직원’들에게 혜택이 집중돼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유한킴벌리 인터넷팀장과 기저귀팀장을 거친 맹모씨가 운영하는 D사와 S사를 꼽을 수 있다.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이 회사는 팬티기저귀 단일 품목으로만 2년 새 당기순이익이 약 488% 증가했다”며 “현재는 1년에 600억~700억원을 판매하고 있는데, 본사 측에서 해당업체에 제품을 싸게 내주고 견본 같은 것도 많이 밀어줬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대리점협의회 측은 ▲특정업체에 재고소진프로그램을 통한 가격 인상 전 생리대 3700박스 밀어주기 ▲A업체 판매를 높이기 위해 경쟁업체에 물건을 대주는 대리점의 목표를 줄여주면서 물건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 등의 불공정거래가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시장 환경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며 “본사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해명했지만, 대리점협의회 측은 “똑같은 약정서를 갖고도 차별받는 일이 만연했다”며 맞서고 있다.

◆ 쟁점3. 강압적인 판매 통제 있었나

대리점협의회 측은 또 구속 조건부거래, 즉 대리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한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본사 측에서 특정 품목에 대한 온라인대리점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는 한편 각 대리점 별로 품목을 나눠 인터넷대리점을 설정했다는 것. 예컨대 S사는 기저귀대리점, M사는 생리대대리점, D사는 프리미어 기저귀대리점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400여개의 제품을 취급하는 유한킴벌리 측에서 합의를 통해 정했다고 하지만 본사가 지정한 제품만을 팔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했다”며 “또 소셜업체 판매가 급성장하자 본사가 지정한 온라인대리점만 소셜업체에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일자, 제품, 가격 등을 통제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로 인해 일반 업체는 소셜업체에 대한 진입 자체를 못하는 동시에 진입을 하더라도 본사 대리점에서 가로채는 영업행위에 가로막혀야 했다”며 “이는 엄연히 공정거래 위반에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온라인마케팅 전략이 일부 대리점들에 오해를 산 부분”이라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앞으로 대리점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유한킴벌리의 갑질 논란. 본사의 판매 전략이냐, 불공정행위냐 양측의 주장이 팽팽이 맞서는 가운데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 결과가 타협의 실마리를 제공할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이들의 공방이 어떤 방식으로 종지부를 찍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