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영업전쟁 희비, '웃는 은행 우는 직원'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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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10년간 퇴직연금시장은 126조원으로 성장했고 은행을 필두로 증권, 보험사들이 치열한 고객쟁탈전을 벌였다.
그 결과 시중은행이 퇴직연금의 절대강자였던 보험사를 밀어내고 퇴직연금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은행권의 퇴직연금적립액은 지난해 말 기준 63조원으로 금융권 전체 적립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생명보험사 25.1%, 증권사 22%, 손해보험사 8.4% 순이다.
은행들은 수익률 1위, 수탁고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개한 퇴직연금 적립금 및 수익률 비교공시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이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의 확정기여형(DC) 비원리금보장상품은 수익률이 3.84%로 타 은행보다 최대 2%포인트 높다. DC형 원리금보장과 비보장, 개인퇴직연금(IRP) 원리금비보장, 확정급여형(DB) 원리금비보장 등 4개 상품도 수익률이 1%대 후반을 기록했다.
퇴직연금 자산규모로는 신한은행이 12조909억원으로 5년 연속 선두를 달렸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자산운용사 CEO 출신답게 취임 이후 전담부서를 만들어 투자전략전문가, 펀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퇴직연금 수익률을 꼼꼼히 관리한 결과로 보인다.
국내 지점망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수탁고 1위 탈환을 위해 원금보장형뿐 아니라 실적배당형 상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 DB형 실적배당형 상품의 7년 수익률이 9.39%, 누적수익률은 65%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금은 안정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은행이 적립금 규모도 많다”며 “올해부터 300인 이상 중소기업에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은행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고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기업, 은행 거래관계 영향 높아
은행권의 퇴직연금 영업경쟁은 거래기업에도 부담을 준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절반(51.7%) 이상이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 ‘기존 거래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거래관계의 영향은 은행이 54.8%로 가장 높았고 생명보험(53.8%), 증권(46.4%) 순으로 드러났다. ‘거래관계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평가에서도 은행이 20%로 타 업권에 비해 3배가량 높았다.
김혜령 미래에셋퇴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거래관계에 의존해서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하면 제도운영의 질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노후자금 마련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근로자가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에 자유로울 수 있도록 금융사의 건전한 영업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의 검사전담조직 강화해야
은행권의 이 같은 퇴직연금 영업관행을 바로잡으려면 금융당국의 규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출금 1%를 초과하는 구속성 퇴직연금을 규제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퇴직연금 감독규정 제16조에 따라 금융사는 ‘특별이익’으로 여·수신금리 등을 우대해줘 퇴직연금 거래 시 통상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금융사는 거래실적을 반영해 퇴직연금상품의 금리를 우대하고 사용자 또는 사용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재화·용역을 구매해달라는 요구에 응할 수 있다. 단, 감독규정은 3만원 이상의 특별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온적인 퇴직연금 감독규정으로 금리인하와 퇴직연금 계약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사실상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신설한 연금금융실을 통해 은행·보험·증권 등 권역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관리와 업무처리 전반을 면밀히 점검, 위법행위를 적발 및 적의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연금금융실의 금융사 자체감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퇴직연금 검사업무 메뉴얼을 제작, 금감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권역별 소비자보호부서에선 퇴직연금을 비롯한 방카슈랑스, ELS 등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구속성예금 등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검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이용하는 고객과 금융사의 불공정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며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 결과 시중은행이 퇴직연금의 절대강자였던 보험사를 밀어내고 퇴직연금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은행권의 퇴직연금적립액은 지난해 말 기준 63조원으로 금융권 전체 적립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생명보험사 25.1%, 증권사 22%, 손해보험사 8.4% 순이다.
은행들은 수익률 1위, 수탁고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공개한 퇴직연금 적립금 및 수익률 비교공시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이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의 확정기여형(DC) 비원리금보장상품은 수익률이 3.84%로 타 은행보다 최대 2%포인트 높다. DC형 원리금보장과 비보장, 개인퇴직연금(IRP) 원리금비보장, 확정급여형(DB) 원리금비보장 등 4개 상품도 수익률이 1%대 후반을 기록했다.
퇴직연금 자산규모로는 신한은행이 12조909억원으로 5년 연속 선두를 달렸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자산운용사 CEO 출신답게 취임 이후 전담부서를 만들어 투자전략전문가, 펀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퇴직연금 수익률을 꼼꼼히 관리한 결과로 보인다.
국내 지점망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수탁고 1위 탈환을 위해 원금보장형뿐 아니라 실적배당형 상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 DB형 실적배당형 상품의 7년 수익률이 9.39%, 누적수익률은 65%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금은 안정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은행이 적립금 규모도 많다”며 “올해부터 300인 이상 중소기업에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은행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고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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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조성봉 기자 |
◆거래기업, 은행 거래관계 영향 높아
은행권의 퇴직연금 영업경쟁은 거래기업에도 부담을 준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절반(51.7%) 이상이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 ‘기존 거래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거래관계의 영향은 은행이 54.8%로 가장 높았고 생명보험(53.8%), 증권(46.4%) 순으로 드러났다. ‘거래관계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평가에서도 은행이 20%로 타 업권에 비해 3배가량 높았다.
김혜령 미래에셋퇴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거래관계에 의존해서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하면 제도운영의 질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노후자금 마련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근로자가 퇴직연금사업자 선정에 자유로울 수 있도록 금융사의 건전한 영업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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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검사전담조직 강화해야
은행권의 이 같은 퇴직연금 영업관행을 바로잡으려면 금융당국의 규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출금 1%를 초과하는 구속성 퇴직연금을 규제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퇴직연금 감독규정 제16조에 따라 금융사는 ‘특별이익’으로 여·수신금리 등을 우대해줘 퇴직연금 거래 시 통상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금융사는 거래실적을 반영해 퇴직연금상품의 금리를 우대하고 사용자 또는 사용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재화·용역을 구매해달라는 요구에 응할 수 있다. 단, 감독규정은 3만원 이상의 특별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온적인 퇴직연금 감독규정으로 금리인하와 퇴직연금 계약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사실상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신설한 연금금융실을 통해 은행·보험·증권 등 권역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관리와 업무처리 전반을 면밀히 점검, 위법행위를 적발 및 적의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연금금융실의 금융사 자체감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퇴직연금 검사업무 메뉴얼을 제작, 금감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권역별 소비자보호부서에선 퇴직연금을 비롯한 방카슈랑스, ELS 등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구속성예금 등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검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이용하는 고객과 금융사의 불공정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며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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