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IT] 한반도 잠식하는 '대륙의 침공'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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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투자·다각화' 삼박자 원활… 사업확장 '초고속'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국이 글로벌 구매자에서 판매자로 변신했다. 특히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국 IT산업은 '미투 제품' 중심의 중저가시장 공략을 넘어 프리미엄시장까지 문턱을 두드리고 있다. ‘대륙의 실수’는 옛말. 이제는 ‘대륙의 기적’이라 불리는 중국의 궐기에 국내 IT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불안한 1위' 삼성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단말기시장은 2강 4중 4약으로 형성돼 있다. 시장조사보고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삼성(24.8%) ▲애플(17.5%) ▲화웨이(8.4%) ▲샤오미(5.6%) ▲레노버(5.4%) ▲LG(5.3%) ▲TCL(4.0%) ▲OPPO(3.8%) ▲BBK/VIVO(3.3%) ▲ZTE(3.1%) 순이다.
상위 10개 스마트폰 제조사 중 삼성, 애플, LG를 제외한 7개가 중국 기업이다. 이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기업은 1년 만에 점유율을 2.2%포인트 끌어올린 화웨이다. 삼성과 애플이 정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화웨이는 전년 대비 44% 늘어난 1억800만대를 판매했다. 삼성과 LG 점유율이 전년 대비 각각 3%포인트, 0.1%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사업 부문 대표는 지난달 초 열린 CES 2016에서 “2018년까지 애플을 따라잡고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업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화훼이 효과’는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가 자사 전용 단말기로 출시한 화웨이 Y6는 15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달 만에 2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최근 화웨이는 중저가시장을 넘어 프리미엄폰시장에도 문을 두드렸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950’을 탑재한 ‘메이트 8’은 6인치 대화면에 곡면 강화유리,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 등으로 둘러싸인 고급스러운 메탈 바디와 원형 지문인식 센서, 1600만화소 카메라 등의 강력한 사양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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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다이소 종각점에 설치된 휴대폰 자판기. 중국산 스마트폰인 샤오미의 홍미3를 판매 중이다.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
특히 ‘기린 950’을 탑재한 ‘메이트 8’은 ‘삼성 엑시노스 7420’을 탑재한 ‘갤럭시노트 5’의 안투투 벤치마크(스마트폰 성능 테스트) 점수를 압도할 정도로 고성능을 자랑한다. 안투투에 따르면 ‘메이트 8’은 9만2746점, ‘갤럭시노트 5’는 8만3364점을 기록했다.(1위는 아이폰 6s플러스 13만2620점)
구글도 화웨이의 기술력을 인정해 지난해 9월 ‘넥서스6P’의 파트너로 화웨이를 선정했다. 구글은 매년 스마트폰 제조사 1곳과 협력해 ‘넥서스 시리즈’로 불리는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표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생산한다.
2010년 최초의 넥서스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생산한 HTC 이후 삼성, LG, 모토로라 등 넥서스 파트너들은 대부분 당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촉망받는 루키로 꼽혔다.
이와 함께 명품 보석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력해 만든 스마트워치 ‘화웨이 워치 쥬얼리’, ‘화웨이 워치 엘레캉트’ 에디션 제품도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다.
‘대륙의 실수’라는 말의 원조인 샤오미는 스마트폰 부문에선 화웨이에 밀렸지만 종합 가전과 스마트홈 분야에서 꾸준히 ‘가성비 갑’ 제품을 내놓으며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샤오미의 외장형 보조 배터리 ‘미 파워 뱅크’ 시리즈를 비롯해 ▲체중이 자동 저장되는 스마트 체중계 ‘미 스케일’ ▲웨어러블기기 ‘미 밴드’ ▲공기청정기 ‘미 에어’ ▲공유기 ‘미 와이파이’ 등은 우리 주변에서 이미 익숙한 기기로 자리잡았다. 올해에는 샤오미 노트북, 샤오미 워치 등 다양한 신제품들도 줄줄이 출시가 예정됐다.
레노버는 이미 세계 PC시장 1위 기업이다. 10년 전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후 꾸준히 성장하며 현재는 글로벌 점유율 21.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스마트폰시장에서도 공격적 경영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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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팹플러스.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
◆대륙의 침공은 이미 진행형
최근 급성장 중인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중국의 입김은 막강하다.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1위 업체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25%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또한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플랫폼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지분도 9.33%(720억원)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으며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1300억원) ▲중소 개발사 파티게임즈(200억원) ▲카본아이드(100억원) 등에도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업체에 투자한 비용 중 알려진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한중 합작법인을 통한 간접투자, 비공개 투자 등을 감안하면 상당수 국내업체들이 중국 자본의 직·간접 투자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텐센트와 함께 중국의 디지털 생태계를 이끄는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로 사업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10년 내 미디어·콘텐츠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로 공격적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다.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자동차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테스트도 최근 성공리에 마쳤으며 3년 내 자율주행 셔틀서비스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IT업체들은 세계 어떤 국가의 기업들보다 사업 확장 속도가 빠르다”며 “대륙의 침공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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