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나선 ING생명, 실적개선으로 '몸값' 올린다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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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본사로부터 한국법인 지분 100%를 1조84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MBK는 금융위원회에 ING생명을 2년간 되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매각 제한시한은 지난해 말로 끝났다. 2년이 지난 올해 ING생명이 다시 매물로 나온다. ING생명의 매각 주관사는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 ING생명은 이르면 올 상반기에 매각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IB(투자은행)업계는 올해를 보험사 인수합병(M&A)의 적기로 본다. 저금리 기조로 생보업계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 2단계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바이아웃’ 수익을 내지 못한 점도 ING생명 매각을 재촉한다. 바이아웃은 기업을 사들여 실적을 개선한 뒤 더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IB(투자은행)업계는 올해를 보험사 인수합병(M&A)의 적기로 본다. 저금리 기조로 생보업계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 2단계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바이아웃’ 수익을 내지 못한 점도 ING생명 매각을 재촉한다. 바이아웃은 기업을 사들여 실적을 개선한 뒤 더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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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위크DB |
지난 2년간 ING생명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실적개선에 주력했다. ING생명의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7조5934억원이다. 이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되던 2013년 12월 기준 자산(23조8928억원)보다 3조7000억원 불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73억원으로 2013년 연간 영업이익 161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출시한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이 이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상품 ‘의혹’
ING생명이 지난해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을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7월 출시 후 올 1월 말까지 약 3만5000건 이상의 신계약을 체결했다. 매월 5000건씩 판매한 셈이다. 1영업일당 250건가량 계약이 쏟아졌다. 보장성보험 중 가장 고액인 종신보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실적이다. 같은 보험료로 보장을 더 많이 받기 원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게 주효했다.
유지율을 높이겠다는 취지 아래 개발된 이 상품은 기존의 종신보험료 산출 시 바탕이 되는 이율·위험률·사업비율 등 3이원에 국내 최초로 ‘예정해지율’(4%)을 추가 반영해 4이원 방식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보험료를 최대 25% 낮춘 대신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을 대폭 줄이는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한다. 따라서 보험전문가들은 가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중도해지로 환급금을 적게 타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가입자가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을 경우 대량 민원이 제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종신보험 가입자 10명 중 7명은 상품에 가입한 지 10년도 안돼 보험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8월 중 맺은 종신보험 신계약 가운데 지난해 6월까지 유지된 계약은 36.1%에 불과했다. 73.9%가 중도에 해지한 것이다.
반면 이 상품은 고객이 만기까지 유지할수록 보험사에 부담을 주는 상품이기도 하다. 납입기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한 가입자가 많을수록 보험사가 돌려줘야 할 적립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이는 모두 보험사의 부채로 남는다.
따라서 일각에선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이 회사의 매각을 고려한 상품일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 시 저해지환급형 상품 가입자들의 유지율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향후 보험사에 부채가 쌓일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만기유지 고객이 예상치를 넘으면 보험사가 부채를 감당하거나 혹은 해지고객이 많아져 보험사가 손해를 보지 않더라도 이래저래 당장 유지율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으로 보장성보험의 외형을 불리는 모양새”라며 “M&A시장에서 보험사의 경우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비중이 높을수록 매각에 유리한 점을 고려하면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 몸값을 더 받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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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국 ING생명 사장. /사진=머니위크DB |
ING생명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모든 보험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 경영한다”며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평가받는 이 상품을 매각을 위한 상품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비싼 몸값에 국내 금융사 ‘시큰둥’
현재 ING생명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국내 금융사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ING생명 매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MBK로 매각될 당시 1조8400억원이었던 ING생명의 몸값이 최근 2조5000억원 안팎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져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 중 2조원을 훌쩍 넘는 ING생명을 인수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올해 M&A시장에는 ING생명뿐 아니라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PCA생명 등이 매물로 쏟아질 것으로 보여 MBK가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 ING생명을 인수할 만한 여력을 가진 곳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업계는 국내 금융사보다 중국계 보험사가 ING생명을 인수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중국계 보험사를 대상으로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MBK가 원하는 만큼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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