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일본롯데 종업원지주회는 왜 '1인당 25억원'을 뿌리쳤나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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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의 터닝포인트였던 일본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또 다시 승리하며 우위를 점했다. 지난 6일 일본에서 열린 주총에서 신 회장을 해임시키려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일본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신 전 부회장의 ‘임직원 1인당 최대 25억원 지급’ 제안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직장인이라면 뿌리치기 힘든 거액의 유혹을 종업원지주회가 뿌리친 이유는 무엇일까.
◆거액의 유혹도 무용지물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비율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공영회 15.6% ▲임원지주회 6.7% ▲오너 일가 7.1% ▲투자회사 LSI 10.7% ▲롯데재단 0.2% 등으로 광윤사가 일본롯데홀딩스를, 일본롯데홀딩스가 한국 호텔롯데를, 호텔롯데가 국내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그룹이 운영되고 있다.
지분 구조상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만큼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만 받으면 일본롯데홀딩스를 지배할 수 있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은 주총을 앞두고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기 위해 ‘주식 배분→상장’, ‘1조원 규모 복리후생기금 마련’ 등의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했다.
10년 이상 회사를 다닌 과장급 100여명으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가 현재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 주식은 120만4410주다. 현재는 규약상 주식 매매가 불가능하며 대신 매년 주당 6엔의 배당금을 받는다. 퇴사할 경우에는 종업원지주회 자격이 상실되며 보유한 주식도 액면가(주당 50엔)에 매각해야 한다.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은 종업원지주회 주식을 전체 일본롯데그룹 직원들과 나눈 뒤 상장해 주식거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약 4000여명에 이르는 일본롯데홀딩스 전체 임직원들은 1인당 2억5000엔(약 25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매매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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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진=뉴스1 |
하지만 종업원지주회는 지난 수십년간 주총에서 독자적 의결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 항상 경영진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경영진의 뜻과 함께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오랫동안 회사를 다닌 충성도가 높은 이들이 관례를 깨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의 이번 결정은 이사장 포함 5명의 이사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으로 실제 종업원지주회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당한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종업원지주회에 제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을 때 이사회에서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종업원들 각자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사안을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현실성 없는 제안으로 임직원을 현혹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주총에서 신 회장이 승리하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신격호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 변수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최대 변수는 한국 법정에서 진행 중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문제다. 창업자 신 총괄회장과 수십년을 함께한 종업원지주회원들은 그가 정상적 판단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신 총괄회장이 건재하다면 종업원지주회가 그를 따르는 것은 관례에도 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4월에 진행될 신 총괄회장의 서울대병원 정신감정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동생 신정숙씨는 지난해 말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후견인으로 지목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에 이상이 없다고 판명되면 신 회장 우위의 현재 경영권 분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 전 부회장이 후견인으로 지정이 되면 현재와 같은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의 경우의 수가 나올 경우에는 이대로 신 회장의 승리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오랫동안 신 총괄회장과 함께한 종업원지주회원들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뒤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신 회장 해임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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