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부기장이 올린 비행 사전준비 과정 소개 글에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반박 댓글을 달아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조 회장이 다수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소속 김모 부기장은 지난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은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비행 전 수행 절차를 설명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국제선의 경우 조종사들이 비행 1시간45분 전까지 출근하게 돼 있는데, 확인할 서류가 많아 집이나 호텔에서 미리 서류를 보고 비행일에는 최소 2시간30분 전부터 비행 브리핑실에서 서류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해당 게시글 댓글을 통해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운행 중 기상의 변화가 있어도 KAL(대한항공)은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다 분석해주고 조종사는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라며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자동조종장치)으로 가는데"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며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사 측과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해당 댓글은 실제 조 회장이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의 반박 댓글을 접한 조종사노조는 발끈하며 법적 대응 검토에 나섰다.

조종사노조 측은 "대기업 총수로서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고 아주 저급하다"며 "(노조)집행부에서 어떻게 할지 아직 정확하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조종사들의 명예를 매우 훼손시킨 명예훼손 감이고 허위사실 유포 이런 게 충분히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다.

조종사노조는 비행 중인 이규남 위원장이 14일 귀국하면 15일쯤 집행부회의를 거쳐 조 회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료사진=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료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