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외형은 봄, 실속은 겨울'인 서울패션위크
박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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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패피’들이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로 집결하는 국내 최대 패션 컬렉션이 열렸다. 3월 26일까지 엿새간 DDP에서 열리고 있는 ‘2016 가을·겨울(F/W) 헤라서울패션위크’가 그것. 패피란 ‘패션 피플’의 줄임말로, 흔히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말한다. 연예계 대표적인 패피로는 인기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을 들 수 있다.
서울패션위크는 2000년 시작됐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해외 유명 바이어 등이 모여드는 패션위크는 패션 컬렉션 무대인 동시에 비즈니스의 장이다. 패션위크를 찾은 바이어들은 브랜드 쇼를 관람한 뒤 수주 상담을 통해 바잉(Buying)을 결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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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0일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6 S/S 서울패션위크. /사진=임한별 기자 |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52·휠라코리아 부사장)은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브랜드를 위해 전문 바이어와 디자이너 간 상담, 계약 등에서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였다. B2B(기업 간 거래) 형태의 트레이드쇼인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신진 디자이너쇼)은 서울 컬렉션과 분리해 진행한다. 또 IT기술을 활용한 바코드시스템 도입으로 바이어, 프레스, 관람객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큰 패션행사가 시작됨에도 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설상가상 2016 봄·여름(S/S) 서울패션위크 기업쇼에 참여했던 6개 기업 중 4곳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황에 빠진 패션업계를 살린다는 기대감보다 비용 대비 홍보효과가 부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주관 측, 해외 유명 바이어 유치 총력
정 총감독이 서울패션위크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열린 2016 S/S 서울패션위크에서다. 당시 목표는 유능한 국내 디자이너들을 해외 바이어들이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2016 S/S 서울패션위크가 국내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2016 F/W 서울패션위크는 패션위크가 궁극적인 비즈니스로 이어지도록 바뀌었다.
이를 위해 서울패션위크를 주관한 서울디자인재단은 해외 유명 바이어 및 프레스 초청에 신중을 기했다. 우선 ‘BARNEYS’, ‘BERGDORF GOODMAN’ 등 해외 유명 백화점의 바이어와 ‘VOGUE ITALY’, ‘GQ UK’ 등 영향력 있는 패션 미디어 유치에 힘썼다. 특히 해외 바이어에 대한 까다로운 독자적 선정기준을 마련했다. 참가업체와 바이어의 인지도, 구매력, 보유브랜드 수, 연간 거래량, 유통형태에 국내 브랜드 거래 유무 등까지 철저히 파악해 결정했다.
지난 서울패션위크에는 DDP에서 열렸던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이 자리를 옮겨 진행된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다. 이번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이 열리는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제분 공장은 1970년대 만들어진 곳으로 현재는 폐업 상태다. 이는 기존 패션위크에서 지적돼 온 ‘단조로운 쇼’ 형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 업계 시큰둥… "수익성이 문제"
그러나 패션위크의 새단장에도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 2016 S/S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기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 SK네트웍스, 엠티콜렉션, 신원, 현대홈쇼핑, 배달의민족 등 총 6개사다. 반면 이번 2016 F/W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기업은 SK네트웍스와 엠티콜렉션 2곳뿐이다. 반년 만에 3분의1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는 최근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패션업계의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의류 및 신발에 대한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월평균 16만2000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5.2% 떨어진 수치다.
패션업계 전반적인 매출을 높여줄 ‘유행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 것도 불황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패션업계에는 ‘미니백’ 열풍이 불었다. 플레이 노모어의 미니백이 유행하면서 각종 브랜드의 미니백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유행에 카피 및 이미테이션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관련 업계는 매출상승의 수혜를 입었다.
패션위크가 말라버린 패션 경기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까.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위크가 한국이 트렌디한 패션의 중심지 또는 그런 나라라는 이미지 확산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서도 “패션위크를 방문한 연예인이 착용한 브랜드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는 경우가 아닌 이상 패션위크를 통해 브랜드 제품이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패션위크 행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불참의사를 밝힌 해당기업에서도 감지된다. 2016 F/W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하지 않은 A사 관계자는 “홍보효과가 미미해서 빠진 것은 아니다. 브랜드 콘셉트가 맞지 않아 빠졌을 뿐”이라며 “다음에 열리는 패션위크 콘셉트가 브랜드와 맞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또 다른 불참기업 B사 관계자는 “패션위크 외에도 상반기 진행하는 마케팅이 많아 불참하게 됐다”면서도 “수익성이 낮아 패션위크에 불참하는 것이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고 털어놨다.
서울패션위크는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기업협찬, 타이틀 스폰서의 지원, 유료로 진행되는 기업쇼 등이 패션위크 운영에 도움을 준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이렇게 모은 예산으로 국내 디자이너들이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연다.
패션위크에 참가한 브랜드들이 매출 면에서 효과를 보려면 바이어와의 수주상담을 통해 바잉으로 연계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오롯이 패션위크에 참여한 브랜드 자체 역량에 달렸다.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뉴욕패션위크를 비롯한 해외 다른 패션위크에서도 바이어의 수주권 체결 등을 주관하는 측에서 연결해주는 경우는 없다”며 “바이어를 강제적으로 특정 브랜드와 매칭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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