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O2O 공룡' 카카오에 떠는 스타트업
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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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O2O(온·오프라인 연계)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로 통하는 생활을 목표로 '카카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해 카카오택시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이후 O2O사업에 탄력받은 카카오는 최근 자동차 수리와 주차장 예약 O2O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상반기 중 대리운전, 헤어숍 예약시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스타트업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O2O스타트업들이 대기업 반열에 오른 카카오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공룡' 카카오가 O2O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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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온디맨드(On-Demand) 중심의 O2O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뉴스1 DB |
◆카카오 O2O 진출, 밀리는 스타트업
지난해 3월 모바일 콜택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택시가 출시됐다. 카카오택시는 출시 한달 반 만에 누적 호출 수 100만건을 기록한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2월 카카오택시 누적 호출 수는 8000만건을 넘어섰고, 하루 호출 수는 70만건에 달했다. 등록된 기사 회원 수는 전국 택시 면허 수의 80%를 넘는 21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O2O시장에서 카카오가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보다 한발 앞서 앱을 출시한 스타트업이 있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리모택시'가 그 주인공. 당시 리모택시는 높은 택시 배차 성공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 구현을 내세워 국내 콜택시 앱 시장을 견인했다. SNS, 이메일,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으로 실시간 택시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택시 이용승객의 전화번호를 안심번호로 변환해 전화번호 유출 우려를 줄이기도 했다. 이는 현재 카카오택시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유사하다. 하지만 '원조 콜택시 앱'도 카카오의 자금력을 넘지 못했다. 지난 1월 리모택시는 앱 출범 1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리모택시 폐업의 주원인은 추가 투자 유치의 실패다. 카카오택시의 시장 독식으로 리모택시의 기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모택시 대표가 수많은 투자자와 만나 성장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카카오택시와 격차가 너무 커서 투자를 받을 수 없게 돼 법인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수백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며 사용자를 유치한 카카오택시와의 점유율, 수익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콜택시 O2O시장의 '원조'는 그렇게 사라졌다.
이는 콜택시 앱 시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대리운전 O2O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 출범을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공공연하게 전해진 카카오의 대리운전 서비스 출시 소식은 대리운전 O2O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실제 대리운전 O2O앱인 '버튼대리'는 지난해 카카오의 시장 진출 소식에 투자가 보류됐다.
구자룡 버튼대리 대표는 "지난해 50억~100억원의 투자가 결정됐지만 카카오의 대리운전사업 진출 소식에 '카카오가 나오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물거품이 됐다"며 "한국에서 더 이상의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출시 전에 투자를 받아 대응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출시 전에 소식만으로도 자금이 말랐다는 게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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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무한한 가능성의 플랫폼 사업자
스타트업들이 메마르는 이유는 자금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는 4000만명이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범용플랫폼이라는 최대 강점을 가졌다. 이는 카카오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분야를 가리지 않는 O2O사업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에 카카오는 교통을 넘어 뷰티분야까지 넘본다. 카카오에 따르면 오는 6월 '카카오 헤어숍'이 출시된다. 온라인으로 헤어숍을 예약하고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뷰티 O2O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최근 헤어숍 고객관리시스템 업체인 '하시스'를 인수했다. 하시스는 고객관리시스템을 이용하는 1만3000여개 헤어숍 중 9700여개가 사용한다. 시장의 70%를 장악한 시스템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합작은 엄청난 파급력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현재 카카오헤어숍 입점을 신청한 업체는 2월 초 기준 전국 2000여개다. 뷰티 O2O서비스 앱 중 가장 활성화된 '헤이뷰티'는 지난 1월 정식 출시했지만 현재 150여개의 매장이 등록됐을 뿐이다. 모든 신청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시 전부터 카카오와 스타트업의 체급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임수진 헤이뷰티 대표는 "카톡 유저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의 자금·인력의 유입은 굉장히 위협적"이라면서 "카카오라는 거대 사업자가 헤이뷰티 직원 9명이 하는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카카오는 O2O시장의 예비창업자들에게도 피하고 싶은 상대다. 이에 카카오가 고려하지 않는 분야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 서비스를 접거나 방향을 트는 게 추세"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창업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창업시장에서 기본 체급이 다른 카카오와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태생이 비슷하다. 공격적인 O2O사업 확장보다는 상생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처럼 스타트업에 투자나 지원을 많이 하는 회사는 없다"면서도 "어디까지가 스타트업만 해야 되는 사업이고 어디부터가 아니냐에 대한 부분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O2O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측면이 더 크다. 스타트업과 같은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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