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 4세대는 일본에서 출시 한 달 만에 10만대 주문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월간 1만2000대라는 판매목표 대비 8배를 상회하는 주문량이다. 신차를 기다리며 차량구매를 미뤘던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인들이 프리우스에 걸었던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일본인들이 가진 기대는 단순히 ‘프리우스’에 대한 것이 아닌 일본의 국민차 브랜드 토요타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프리우스는 토요타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동차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 사장은 4세대 프리우스의 출시행사에서 “4세대 프리우스는 토요타의 전사적 구조개혁인 ‘TNGA’가 적용된 첫 모델”이라며 “새로운 하이브리드의 진보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는 보다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토요타의 글로벌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사적인 구조개혁을 뜻하는 말이다. 개별차종에 맞춰진 기존 업무방식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 차량의 기본 성능과 상품력을 큰 폭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는 대신 최적의 부품생산에 집중해 이를 많은 차종에 적용시키겠다는 ‘집중 전략’인 셈이다. 연구개발 능력을 집중해 최대치의 발전을 꾀하고 공장의 가동률 향상까지 도모한다.

이 TNGA전략으로 생산된 첫 차량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어쩌면 다양하다. 기자가 시승한 프리우스는 이런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준수한’ 성능을 보였다.


[시승기] 4세대 프리우스, 토요타 미래를 보다

◆강렬한 ‘첨단’ 느낌

신형 프리우스의 외관은 익숙해지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갈 때 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삼각형 형태의 헤드램프와 그 아래 위치한 방향지시등으로 전면부의 인상이 강력하다. 토요타 ‘킨룩’을 과장해 표현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더욱 단단하고 잘달리도록 변했다는 점은 한눈에 들어온다. 무게중심이 확연히 낮아졌다. 측면의 비례감도 마찬가지다. 루프라인의 최고점을 앞으로 당겨 역동적인 느낌을 강화하고 도어 하단에 강한 라인또한 날카로운 느낌을 강화한다. 후면 루프라인이 낮아진 탓인지 해치백이라기보다 세단의 느낌이 묻어나기도 한다.

후면 디자인의 변화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특히 날카롭게 다듬어져 세로로 적용된 테일램프의 형태가 세련된 뒷태를 완성한다.


다만 15인치휠은 멋스럽다는 느낌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일본에서는 15인치와 17인치 모델이 출시됐지만 국내 출시 차량은 15인치 뿐이다. 주행성능을 떠나 디자인적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호불호가 갈릴 외관디자인이지만, 실내는 대부분 만족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친환경차 모델다운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차량 문을 열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하얀색소재로 적용된 콘솔 트레이. 작은 변화가 준 시각적 효과는 엄청나다. 

[시승기] 4세대 프리우스, 토요타 미래를 보다


계기판에 나타나는 그래픽의 가시성은 좋아졌지만 지난 세대와 같이 중앙에 위치해 운전시 시야에 넣기가 쉽지 않은 형태다.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은 잘 다듬어졌다. 스크린 양쪽으로 배치된 터치식 버튼은 실내디자인을 한층 고급스럽게 만들고 버튼 배열도 깔끔히 정돈되 조작하기 편리해졌다.

시트의 착좌감도 나쁘지 않은데, 가장 좋았던 점은 헤드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다. 머리가 닿을 수 있는 부분의 천정이 음푹파여 한층 여유있는 헤드룸을 확보했다.


[시승기] 4세대 프리우스, 토요타 미래를 보다

◆ 비교할수 없는 주행 질감

이날 시승구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올림픽대로, 자유로를 거쳐 일산을 왕복하는 110km 구간. 일산에서 잠실에 통근하는 직장인이라 가정하고 시승에 임했다. 일부 구간에서 운동능력을 점검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연비에 중점을 두고 운행했다.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아 도로로 나왔다. 저속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운행할때는 거의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보행자 경고를 위한 모터소리를 외부 스피커로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프리우스는 이 소리마저 내지 않는다. 일본판매제품에서는 옵션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시승기] 4세대 프리우스, 토요타 미래를 보다

계기판에 나타나는 연비 단위는 ‘ℓ/100㎞’, 100km를 주행하는데 기름이 몇리터가 소모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위다. 익숙하진 않지만 딱히 불편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드라이빙모드를 에코모드에 맞추고 전기모터로만 운행하는 EV모드를 선택했다. 시속 40~50km를 넘어서면 EV모드가 해제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엔진개입이 느껴지는 것은 시속 60~70km에서다. 물론 언덕을 오르거나 가속페달을 세게 밟으면 개입시점은 빨라진다.

고속도로 진입과 동시에 드라이빙모드를 파워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봤다. 확연히 다른 가속능력을 보인다. 튀어나가는 느낌은 디젤차 못지않다. 스티어링을 흔들어봤는데, 차체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3세대의 느낌과 꽤나 큰 차이다.

다시 에코모드로 변경하고 도로 규정속도에 맞게 크루즈 컨트롤을 세팅하자 프리우스는 가공할만한 정숙성을 보였다.

◆미친연비? ‘리터당 40km’ 속출

잠실로 돌아오는 길. 가양대교 진입부터 정체가 시작된다. 이때 트립상 표시된 연비는 3.6ℓ/100km. 환산하면 27.8km/ℓ의 연비다. 하지만 10km 정도 지루한 정체구간을 지나 출발지 잠실롯데월드몰에 도착하자 2.9ℓ/100km(34.5km/ℓ)로 상승했다. 정체구간에서 엄청난 연비효율을 발휘한 셈이다.

지난 22일 프리우스 4세대의 한국판매 제원 공개 직후 기자는 ‘공인연비’부터 살폈다. 복합 기준 21.9km/ℓ. 같은 15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 22.4km를 기록한 아이오닉HEV 보다 리터당 0.5km를 덜 간다. 다만 도심연비만큼은 프리우스(22.6km/ℓ)가 아이오닉(22.5km/ℓ)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야마다 히로유키 엔지니어.
야마다 히로유키 엔지니어.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야마다 히로유키 토요타 엔지니어에게 정체구간에서 연비가 급상승한 이유를 묻자 그는 “4세대 프리우스는 저속주행에서 엔진개입을 최소화 하는데 노력했다”고 답했다. 엔진이 가장 효율적인 힘을 발휘하는 구간은 2000~2500RPM인데, 이 RPM을 낼 수없는 속도에서는 엔진개입을 최소화 하는게 가장 효율적인 모터와 엔진의 배분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놀라운 상황은 이날 시승한 20명의 기자중 6명의 기자가 2.5ℓ/100㎞, 즉 리터당 40㎞가 넘는 연비를 기록했다. 가장 낮은 연비 기록도 공인연비보다 높은 23.8㎞/ℓ로 나타났다.

◆ 에너지 절감 위한 ‘작지만 큰 노력’

이날 프리우스를 주행하며 눈에 띈 다른 한가지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세세한 노력들이다. 4세대 프리우스에 탑재된 스티어링 휠은 표면온도 상승과 하강을 억제하는 특수제질로 만들어졌다. 이같은 재질을 적용한 이유는 불필요한 냉난방의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란다. 날씨가 춥지 않더라도 스티어링휠이 차갑다면 히터를 틀게된다는 것.

이는 새로 적용된 S플로우 에어컨과 궤를 같이한다. S플로우 에어컨은 차량탑승자를 인식해 해당 좌석을 향하는 공조장치만 켜는 기능이다. 엄청난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친환경차’를 향해가며 토요타가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