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의 'The Tulip Folly'(1882). /자료제공=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장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의 'The Tulip Folly'(1882). /자료제공=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있다. 강남에는 친구 따라 가더라도 주식시장은 친구 따라 갈 곳이 아니다. 남을 따라하는 ‘덩달아 주식 매매’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20세기 초 미국 대공황 직전에 자신이 가진 주식을 팔아 큰 손실을 피한 월가의 자산가 이야기가 있다. 구두닦이 소년마저 주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주가의 폭락이 임박한 것을 예측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들이 돈 버는 것을 보고 덩달아 투자해서 벌어진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파동’이다. 당시 외국에서 막 들어온 희귀한 튤립이 큰 인기를 끌며 값이 오르자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도 값이 오르면 되팔아 돈을 벌려고 튤립을 사기 시작했다. 큰돈을 들여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튤립을 밭에 심자마자 미래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매수할 권리를 사고파는 선물거래도 생겼다.


돌이켜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먹지도 못하고 오래 보관할 수도 없는 튤립의 가격상승은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 결국 튤립 한송이 값이 당시 노동자 15년치 월급 수준으로 치솟은 다음 곧바로 폭락했다. 시장공급량을 줄이려고 정부가 군인들을 동원해 멀쩡한 튤립 밭을 뒤엎기도 했다. 이 사건을 표현한 장레옹 제롬의 유명한 그림 ‘The Tulip Folly’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림에는 밭을 엎으러 오는 군인들을 향해 자기의 소중한 튤립 밭을 지키려 칼을 든 한 귀족이 있다. 자기 밭은 지켰을지 몰라도 튤립의 가격 폭락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주식의 현재 가격은 거래가 성사될 때 기록된다. 주식시장 전체를 보면 정확히 같은 만큼의 매도와 매수가 있을 뿐 매도가 매수보다 많거나 그 반대로 매수가 매도보다 많을 수가 없다. 시장에서 한 주식의 가격이 계속 올랐다면 오른 가격에 사려는 매수자가 끊임없이 매도자만큼 있었다는 뜻이다.


A는 자신이 산 가격보다 비싸게 B에게 주식을 팔고, B는 마찬가지로 더 오른 가격에 C에게 팔아 이익을 남긴다. 이 과정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 ‘폭탄돌리기’ 과정은 턱없이 오른 비싼
[청계광장] '튤립 파동'과 '폭탄 돌리기'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게 되는 순간 멈춘다. 그리고 주식을 턱 없이 비싼 가격에 산 마지막 매수자가 폭락한 가격에 주식을 팔아 빈털터리가 돼 날려버린 큰돈이 바로 많은 사람이 앞서 얻었던 이익의 합계다.

'덩달아 투자'는 폭탄돌리기다. 옆 사람에게 폭탄을 건넨 다음에야 안심할 수 있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