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초고속열차 '해무'가 터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 수출을 앞두고 있다. 수출계약이 성사되면 우리나라는 1994년 프랑스와 고속철도 기술이전 협약을 맺은 지 22년 만에 세계 5위 수준의 철도기술 강국 대열에 오르게 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오늘(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로템과 철도연이 지난 2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터키로 초고속열차 수출 계약을 맺기 직전"이라며 "지난해부터 터키가 관심을 보였고 이제 계약 성사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터키는 현재 앙카라~시바스, 앙카라~이즈미르를 연결하는 총 1077㎞ 구간의 고속철 노선을 건설 중이다. 사업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 철도연은 터키 외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국경을 잇는 초고속열차 사업 수주에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한국이 해외로 처음 수출하게 될 초고속열차는 시속 430㎞급 '해무'(HEMU)다. 해무는 2007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주요 과제로 선정, 총 사업비 1182억원이 투입돼 개발된 국산 초고속열차다. 앞서 현대로템이 2010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KTX-산천'에 이은 2번째 국산 초고속열차인 셈이다.

현대로템, 유진기공 등의 기업부터 철도연, 서울대, 한양대, 코레일 등 52개 기관이 힘을 합쳐 2007년부터 해무 열차 개발에 착수, 5년 만인 지난 2012년 시운전을 위한 시험용 열차 개발에 성공했다. 해무는 2012년 말부터 국내 선로에서 차량안전 시험운행에 돌입해 지난해 말까지 12만㎞를 운행했다. 지난 2013년 3월28일에는 최고속도 시속 421.4㎞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에서 4번째로 빠른 것이다.


철도연에 따르면 해무는 글로벌 고속열차 표준 기술인 동력분산형 추진시스템을 사용한다. 즉 6량으로 구성된 해무의 양끝을 제외한 4개의 승객용 객차에 동력이 분산돼 있는 것이다.

해무의 동력분산식 시스템은 차량의 구독축 개수가 증가해 가감속 성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KTX보다 해무가 최고 시속 3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2분 빠르다.


동력이 객차에 분산돼 동력용 차량을 따로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송인원도 6량 기준으로 KTX 대비 16% 많은 456명에 달한다. 김석원 철도연 고속열차연구팀장은 "실제 상용화에 쓰일 해무는 총 8량 열차로 구성돼 최대 승객 533명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출계약 전망은 밝지만 국내 상용화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국내 선로 상용속도 제한이 시속 300㎞로 묶여 있는 데다가 최대 속도 차이가 시속 130㎞ 이상 나는 KTX와 같은 선로에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열차간 추돌 사고 등이 우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연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안에 현대로템과 코레일 간 계약이 성사되면 차량 제작과 시험운행 등에 대략 4~5년이 추가로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빨라야 2020년쯤 국내에서 달리는 해무 열차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승행사를 마친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430X)가 오늘(6일) 경기도 광명시 KTX광명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시승행사를 마친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430X)가 오늘(6일) 경기도 광명시 KTX광명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