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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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 2개월. 부동산시장의 타격은 예상보다 컸다. 시중은행 신규대출이 빠르게 축소됐고 아파트 신규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이 미달되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오는 5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지방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강조했지만 주택시장은 냉기가 흐르고 있다.

◆대출 줄면서 집값도 '뚝'


수도권에서 지난 2월 시행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이자만 내는 기간을 1년 이내로 줄이고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도록 하는 것이다. 규제 이후 지난 2월 KB·신한·우리·KEB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617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1조1300억원에서 7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은행이 대출을 조이자 주택시장도 움츠러들었다. 서울의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11월~올해 1월 사이 40% 이상 감소했다. 가격도 하락세다. 전국 집값은 지난해 매달 0.3% 안팎의 상승률을 유지했으나 올해 1월 0.04%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2월에는 0%를 기록해 보합세로 돌아섰다.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지방 집값도 0%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1~2월 신규공급된 전국 아파트단지 40곳 중 절반에 가까운 17곳이 청약에서 공급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해 미달됐다.

대출 규제의 영향이 예상보다 강력하자 건설업계는 반발했다. 신규분양 시 집단대출의 경우 전셋집이나 살던 집을 처분하면서 일시상환하는 구조라 리스크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대규모 분양 예고… 실적 우려

지난해 11월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지방의 분양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21일 하락세로 전환한 후 줄곧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0.18% 하락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주택시장 활황을 이끌었던 대구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후 4개월 동안 1.25% 떨어졌다. 대구는 2012년 5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아파트값이 계속 올랐다. 충남, 충북, 경북도 같은 기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 주택시장은 과도한 공급과 급격한 가격상승으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규제를 시행해도 시장이 급락하기보다는 지금의 조정양상을 유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입자들이 대출 규제와 함께 시장 위축을 우려하면서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반면 전셋집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방 대출 규제가 확대되면 매수세가 위축될 수 있어 실수요자는 대출 상환 능력을 고려해 내집 마련을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