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총선참패는 친박(친박근혜)계 위주로 구성된 공천관리위원회의 칼춤에서 기인하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김무성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지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상향식 공천 약속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현역 물갈이를 앞세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는 친유승민계와 비박계를 대거 잘라내는 공천 학살을 단행했다.


당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후보등록 마지막 날까지 유승민 의원의 공천을 미뤘고, 결국 대구 동구을은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으로 무공천 지역이 됐다. 결국 계파 갈등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자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이 등이 돌렸다. 야권 분열에 따른 일여다야 구도 속에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유권자들은 표로서 새누리당을 심판했다.

이제 남은 것은 패배의 책임 공방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일시적 휴전에 들어갔으니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가 비박계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쉽게 갈 수 있는 선거에 자살골을 넣으면서 이 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는 아니지만 총선을 진두지휘한 김무성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이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도 책임의 화살이 갈 것으로 보인다. 진박감별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최경환 의원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책임론과 함께 무소속 후보들의 복당 여부도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은 결국 새누리당의 공천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한 차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무소속 당선자들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궁색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김무성 대표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조기 전당대회는 기정사실화 됐다. 유승민계와 비박계를 대거 공천에서 배제한 결과 원내 다수를 친박계가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번 총선의 참패는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파동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결국 새누리당의 참패는 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에 있어서도 큰 타격을 입게 만든 만큼 상처가 쉽게 아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공관위 마지막 브리핑을 마친 뒤 '공천을 마무리하며'라는 제하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공관위 마지막 브리핑을 마친 뒤 '공천을 마무리하며'라는 제하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