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대형백화점에서 명품쇼핑을 즐기고 가로수길의 가장 핫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뒤 압구정에 몰려있는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는다. 최근 중국 여성관광객에게 환영받는 강남 트라이앵글 관광코스다. 유커(중국인관광객)에게 전통적으로 사랑받던 명동에서의 화장품·의류 쇼핑코스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서울시와 중국 최대 신용카드회사인 유니온페이, BC카드가 유커의 카드소비를 분석해 중국인의 지출이 큰 곳을 ‘강남 트라이앵글’과 ‘강북 실속’ 관광코스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유커들은 명동·홍대에서 화장품·의류쇼핑을 즐겼고 강남에선 명품쇼핑과 성형외과 시술에 많은 돈을 지출했다. 특히 최근엔 강남 성형외과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관광을 택하는 유커도 늘었다.


/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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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의료관광 목적 입국 늘어

보건복지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유커 증가율이 감소함에도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한 중국인이 크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유커 증가율은 2012년 52.3%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성형시술을 포함한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증가율은 2011년(15.7%)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40%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중국인의 의료관광은 치료보다 미용 관련 목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유커의 진료과목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성형외과가 40%로 가장 많았다. 피부과도 21%로 비교적 비중이 높았다.


국내 성형외과에선 외국인 환자 10명 중 7명이 중국인 환자일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이다. 성형외과 외국인 환자 중 중국인의 비율이 2009년 30%에 못 미쳤던 것과 비교하면 몇년 사이 3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강남 성형외과의 풍경도 변했다. 성형외과마다 중국어 능통 상담사를 고용하고 중국어로 표기한 병원 간판도 늘었다. 국내 유명 성형외과들은 국내에서 중국인 환자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중국시장에 진출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5년 의료기관 해외진출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성형·피부 관련 미용의료기관의 중국진출이 두드러졌다.


◆중국 성형시장 70조원 ‘급성장’

지난 5년간 해외로 진출한 국내 의료기관이 143% 증가했는데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의료기관 141건 중 중국이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33건으로 2위였다. 진료과목별로는 성형·피부과의 해외진출이 5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방(22건), 치과(18건)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한의사 면허취득이 국내보다 쉽다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한방 관련 의료기관이 많이 진출한 반면 중국은 성형·피부 관련 의료기관의 진출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중국은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미용 관련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중국인의 경제여건이 개선된 데다 한류로 미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일반인의 성형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중국당국의 정책도 의료서비스 진출에 우호적이다. 중국정부는 칭다오, 다롄시, 정저우시, 옌청시 등에 의료특구를 조성했고 해외투자를 장려하는 정책 등을 펼쳤다. 특히 의료시장 개방정책 추진으로 국내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졌다.

현재 중국 성형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초기단계 수준이다. HSBC은행은 2014년 중국인 700만명이 성형수술을 받았으며 중국의 성형수술시장이 4000억위안(70조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2019년에는 2014년의 2배 규모인 8000억위안(140조원)에 이르면서 세계 3대 시장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전했다.

CNN, 블룸버그, CNBC 등 외신도 급성장하는 중국의 성형시장을 특집으로 다뤘다. 중국 내 일부 계층만 관심을 가졌던 성형시술·수술에 대중적 관심이 쏠린다는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인이 보톡스와 같은 성형시술을 점심시간에 가볍게 이용할 정도로 성형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 성형시장의 특징은 보톡스·필러 등 간단한 시술이 크게 늘었다는 점과 성형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공유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성형인구가 주로 20대와 30대 초반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미국 전체 성형시술의 80%가 35세 이상인 점에 비하면 중국 성형시술 인구가 훨씬 젊은 것을 알 수 있다.

◆관심 가질 만한 성형 관련 종목

최근 성형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취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톡스·필러와 각종 시술용 재료, 미용기기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주름 개선이나 사각턱 근육 축소에 이용되는 보툴리눔독소(보톡스)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국내에서 중국 성형시술 성장과 관련된 종목으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휴젤을 꼽을 수 있다. 대웅제약은 앞으로 중국, 미국 등 외국시장에서 보톡스제품을 대량 판매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의 보톡스브랜드 ‘나보타’는 최근 미국에서 임상 3상을 끝냈으며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하고 내년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중국에서의 성장이 눈에 띈다. 중국 바이오업체 블루메이지와 현지 합작법인 메디블룸차이나를 설립해 보톡스브랜드 ‘뉴로녹스’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보톡스업체 앨러간에 기술을 수출한 경험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휴젤도 보톡스브랜드 ‘보툴렉스’의 미국 임상 3상을 허가받았으며 올해는 중국 임상 3상 진입을 신청할 계획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냉동지방분해술로 특정 부위의 살만 집중적으로 빼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젤틱(zeltiq)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홍콩의 미용성형전문병원네트워크 유니온 메디컬(UMH)도 중국의 성형시장 확대와 함께 떠오를 만한 업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