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동결 논의가 무산되면서 안전자산을 늘리고 위험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권고가 뒤따른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완전히 돌아서기 전에 원유비중을 낮추고 금비중을 높이라는 얘기다. 또 채권에 더 무게를 싣고 주식을 가볍게 하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지난 두달 남짓 회복세를 보였던 유가가 최근 불안하다. 배럴당 40달러선을 회복하며 상승세를 타던 유가가 산유량 동결 실패로 제동이 걸린 것. 공급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30달러선까지 밀릴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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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합의 불발, 유가 6.5% 폭락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지난 4월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회의에서 “동결 합의를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이날 회의에서 원유생산량을 지난 1월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합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란은 시장점유율을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산유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최대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동참 없이 산유량을 동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유가가 다시 30달러선으로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달여 전부터 나타난 유가 상승세는 산유량 동결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 덕분이었다. 최진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말 이후 신흥국 통화지수와 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미국 금리의 점진적 인상 가능성과 산유국의 유가 동결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유량 동결 합의가 무산된 당일 유가는 장중 최대 6.8%나 폭락했다. 아비셰크 데슈판데 내틱시스 원유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자동적인 (유가 하락) 반응을 보게 될 것”이라며 “수일 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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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늘리고 위험자산 줄여라

산유국들의 생산량 동결 합의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전문가들도 산유량 동결 합의가 무산된 상황에선 안전자산비중을 높이고 위험자산비중을 낮추라고 조언한다.

지난 4월18일 신동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의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하고 위험자산인 주식은 하향조정한다”며 “채권 중에서도 특히 미국채권을 추천하고 신흥국채권은 비중축소를 권한다”고 밝혔다.


산유량 동결 합의 불발로 유가 하락과 글로벌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채권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투자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면 신흥국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채권자산 내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진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유량 동결 기대가 깨지면서 신흥국시장의 추가 상승 탄력이 약화돼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투자전문가들은 원자재 자산군에서는 원유를 팔고 금을 사야 한다고 추천했다. 유가는 이미 두달여 사이 50% 넘게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월11일 배럴당 26.21달러까지 하락해 약 13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뒤 최근까지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산유량 동결 합의가 무산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번 합의 실패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허진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자산배분 관점에서 위험자산 비중확대를 추천했다”며 “그러나 지난 G20 회의와 도하 산유국회의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지금은 위험자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원화 환율 상승 어려울 듯

카타르 도하 회의에서는 산유량 동결 합의를 오는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당분간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상승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일본의 ‘엔저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반대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억누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월15일(현지시간) G20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며 엔화강세 압력을 넣었다 루 장관은 “최근의 엔화 가치상승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고 언급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애널리스트는 “G20 회담에서 외환시장 개입의 정당성을 얻으려는 일본의 시도가 가로막혀 대외이벤트가 상충된다”며 “증시와 유가 흐름에 연동하겠지만 원/달러 환율은 기존 저점을 계속 확인하면서 1142~1162원선에서 등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엔/달러 환율 하락 압박 속에 약달러 분위기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1135~1155원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지연 경계감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이 아베노믹스 실패 경계감으로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반등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1130~1175원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 4월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132원에 마감했다. 같은 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27포인트(0.81%) 오른 2022.10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76포인트(0.25%) 상승한 701.62로 장을 마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