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성북동 조용한 골목 안에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이상훈 소장이 설계하고 지은 건물이다. 이 건물의 위층에는 건축사무소가 아래층엔 영국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우물우물’(WELL WELL)이 자리 잡았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레스토랑은 이 소장과 뜻을 함께하는 윤영섭 총괄 셰프와 주방팀이 메뉴구상부터 주방의 동선까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모던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레스토랑 내부 테이블 사이에는 특이하게도 우물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을 지으면서 원래 있던 우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곳의 마스코트기도 한 우물은 상호와도 관련 있다. 음식을 씹는 의태어인 ‘우물우물’과 ‘우물’을 뜻하면서 ‘좋게, 제대로’라는 뜻도 지닌 ‘Well’ 등 여러 의미가 상호에 담긴 것.


이토록 모던한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어떤 맛일까. 윤 셰프는 영국식 요리를 표방하지만 다양한 서양 요리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전했다. 음식의 본질인 포만감과 만족감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영국 요리를 선택했으며 영국 요리는 투박하지만 오히려 직관적인 멋이 있다는 게 윤 셰프의 설명이다.

우물우물에서는 소시지를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밀가루나 생선살을 섞지 않고 돼지고기만 사용해 묵직하고 터프한 맛이 매력인 소시지는 다진 돼지고기, 소금, 향신료인 카르다몸으로 간을 한 뒤 돼지 창자에 채워 저온 숙성시킨다. 우물우물 씹을수록 느껴지는 단맛은 설탕이 아닌 양파와 사과 때문이다. 소시지와 으깬 감자가 함께 나오는 요리를 영국에서는 일요일에 어머니가 해주는 가정식이라고 해서 ‘선데이 로스트’ 혹은 ‘어머니의 요리’라고 부른다.


‘돼지고기와 비트루트 샐러드’는 베스트 메뉴이자 우물우물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요리다. 붉은 뿌리 채소인 비트루트를 오븐에서 한시간가량 구워 낸다. 적절히 익은 비트는 소화촉진을 돕고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돼지고기는 껍질째 2시간 이상 오븐에 조리한 뒤 30분간 껍질을 바삭하게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요리의 포인트는 크리스피한 표면이다. 겉은 바삭하지만 오븐에 구워 촉촉한 속맛은 흔히 아는 돼지고기와 전혀 다르다. 또 돼지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뜨거운 육즙이 아래의 채소를 익히며 흠뻑 밴다. 고기뿐 아니라 시금치, 바질, 허브에 비트까지 풍성히 올라가 한접시만 먹어도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우물우물을 찾는 손님들이 꼭 주문하는 메뉴로 맛 또한 훌륭해 권하고 싶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위치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수월암 방향으로 450m 직진 후 성광세탁소 골목으로 들어가 120m 거리에 위치
메뉴 우물우물 소시지와 으깬 감자 2만2000원, 돼지고기와 비트루트 샐러드 3만4000원, 테린과 콜라비 샐러드 1만3000원
영업시간 (점심) 12:00~15:00 (저녁) 18:00~21:00
전화 02-747-4297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