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하루도 빠짐없이 주가가 올랐다면 이번 주에도 계속 오를까. 주가를 예상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지난해 12월 <머니위크> ‘청계광장’에서 한 적이 있다. 주가는 날아가는 골프공처럼 관성이 있는 물체와 다르다. 예컨대 골프공의 속도를 1초마다 측정해 시속 100㎞, 99㎞, 97㎞처럼 한줄로 적으면 나란히 있는 속도값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물리학에서 ‘관성’은 물체가 가진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움직이는 물체는 현재의 속도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만약 관성이 없다면 동쪽을 향해 시속 100㎞로 움직이던 물체가 0.0001초도 안되는 순간 갑자기 멈출 수 있다. 혹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방향을 바꿔 서쪽으로 시속 100㎞의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당연히 관성을 가진 골프공은 이렇게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주가변동은 관성이 없다. 보통 주가의 오르내림을 퍼센트로 표시하는데 매일 오르내린 정도를 2.1%, -1.3%, 0.5%, 1.1%의 형태로 적으면 마치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마구잡이 숫자처럼 나란히 늘어선다. 앞서 골프공의 속도에서 나타난 관계와 다른 결과다.


그런데 이 주가 변동값들의 부호를 무시하고 2.1%, 1.3%, 0.5%, 1.1%처럼 모두 양의 값을 가진 숫자로 적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올랐는지 내렸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고 단지 오르내린 주가 변동폭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시간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한 연구가 있다. 어제 주가가 올랐든 내렸든 변동폭이 컸다면 오늘과 내일도 변동폭이 클 것으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예측을 이용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어제 많이 올랐으니 오늘도 많이 오를 거야”, 혹은 “어제 많이 올랐으니 오늘은 많이 떨어질 거야”의 둘 중 하나를 높은 확률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둘 중 앞이 맞다면 오늘 아침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빨리 주식을 사고 폐장 직전에 주식을 팔면 된다. 만약 둘 중 뒤의 이야기가 맞다면 개장할 때 주식을 팔고 폐장 직전에 주식을 사면 된다.
[청계광장] 주식, 참 이상한 '골프공'

하지만 변동폭의 상관관계가 시간에 따라 천천히 떨어진다는 것은 기껏해야 “어제 많이 올랐으니 오늘은 많이 오르거나 많이 떨어질 거야”라는 이야기밖에 하지 못한다. 오늘 아침 개장할 때 주식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주식은 참 이상한 골프공이다. 얼마나 빠를지 그 속력은 어느 정도 다음을 예측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방향은 매번 변해 어디로 튈지 전혀 모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