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변화와 혁신의 카드사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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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소비패턴이 계속 바뀜에 따라 기업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자 노력한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빠른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변화를 두려워한다. 잘못 판단할 경우 지금껏 갖춰온 안정된 시스템조차 흔들리는 것 아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다르다. 고객의 소비패턴을 점치고 때로는 시장을 주도하려고 노력한다. 변화뿐만 아니라 혁신에도 도전한다. 구태를 버리고 과감하게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인다. 현대카드가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그 중심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있다. 정 부회장이 과감한 혁신을 요구하면 임직원들은 그 안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이는 곧 고객의 새로운 서비스로 연결된다.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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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카드 |
◆젊고 세련된 카드로 변신하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안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섣불리 변화를 시도했다간 고객으로부터 가벼운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정 부회장은 불안감을 소통으로 극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고객과 소통하며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은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오늘날 현대카드 앞에 ‘젊고 세련되며 차별화된’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계기다.
규모도 성장을 거듭했다. 현대카드는 2000년대 초반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2년 카드대란을 겪은 직후 출범해 당시 전업계 경쟁카드사로부터 리스크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2003년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권을 쥐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첫 시작은 그해 내놓은 ‘현대카드M’이었다.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포인트 선지급서비스인 ‘세이브 포인트제도’를 도입해 당시 카드업계 내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또 현대카드 플래티넘 3(M3·H3·R3·T3) 시리즈와 2011년 11월 현대카드 제로(ZERO), 2012년 현대카드 다이렉트 등을 각각 출시해 카드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현재 주력하는 서비스는 ‘챕터(Chapter)2’. 이는 주력상품 라인을 적립과 할인 두축으로 단순화하고 우량고객과 프리미엄시장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포인트와 캐시백혜택도 월 50만원 이상 사용자만 받을 수 있게 했다. 일각에선 ‘부자마케팅’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정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중시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지금은 카드업계 2~3위를 다투는 회사로 우뚝 섰다.
고객서비스부문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카드만의 특화서비스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최근 ‘락앤리밋'(Lock & Limit) 서비스를 선보였다. 락앤리밋은 현대카드 앱에서 신용카드 사용조건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경험할 UX(사용자 경험) 차원에서도 복잡한 다기능을 빼고 심플하게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디지털디자인을 반영했다.
락은 보안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락 서비스로 해외결제를 막아놓으면 포스(POS) 해킹이나 복제를 통한 부정결제 범죄에 대비할 수 있고 카드를 분실해도 간단한 앱 실행만으로 사용을 막을 수 있다. 리밋은 효율적인 소비에 초점을 뒀다. 과도한 카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금액을 자유롭게 설정하는 서비스로 1일 사용금액은 물론 1회 사용금액까지도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안성과 편의성이 대척점에 있었다면 현대카드는 이 둘을 모두 잡은 셈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현대카드는 고객이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 보안성이 담보된 디지털서비스”라며 “앞으로도 디지털서비스를 계속 개발해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퍼콘서트와 슈퍼매치도 현대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다. 이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다. 특히 슈퍼콘서트에는 레이디 가가,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등 해외 유명가수를 초청했으며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맞대결도 ‘슈퍼매치’를 통해 성사시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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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카드팩토리. /사진제공=현대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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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장 폴 고티에 전' |
◆점심시간 없애고 복장도 자유롭게
사내 분위기도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론칭했다. CI는 신용카드 플레이트의 형태와 비례를 반영해 디자인했다. 카드사업뿐만 아니라 업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는 비전을 담았다.
획일적인 점심시간도 없앴다. 그동안 정오(12시)부터 낮 1시까지가 점심시간이었으나 이제는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점심 혹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같이 움직이는 공장이라면 모를까 사무직이 동일한 식사시간에 우르르 몰려나갈 이유가 없다”며 “사내식당은 교대 대응하도록 오픈시간을 변경하고 헬스클럽도 종일 운영토록 바꿨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근태 중심에서 업적 중심 관리로 서서히 이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에는 ‘뉴오피스룩’(New Office Look)을 도입, 진취적 기업문화 구축을 위해 캐주얼 복장을 허용했다. 또 승진 연한을 기존 4~5년에서 2년으로 축소해 성과와 역량을 반영한 새로운 승진제도도 시행했다.
금융권에서 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정태영 부회장. 그의 소통 리더십이 앞으로도 계속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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