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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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을 인수해 유니버설뱅킹(Universal Banking) 라인업을 갖추고 KB금융을 한국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로 키우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유니버설뱅킹이 금융권 화두로 떠올랐다. KB금융은 일찌감치 자산관리(WM)그룹을 KB투자증권 본사로 이전해 양사 간 협업을 통해 유니버설뱅킹을 구현할 방침이다.


유니버설뱅킹은 은행이 대출과 예금 등 본연의 업무 외에 증권·보험 투자은행(IB) 등을 겸업하는 형태다. JP모건, 씨티은행, HSB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은행이 유니버셜뱅킹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은행들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은행수익 쏠림·계열사 간 부가가치세 부과 풀어야


유니버설뱅킹이 주목받는 이유는 금융지주사 체제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니버설뱅킹을 추진하기 전 금융지주사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지난 2001년 4월 도입돼 은행·보험·증권 등 이종 금융업 간의 시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취지였지만 은행업에 쏠림현상이 지속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금융지주사의 실적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연결기준)을 보면 은행지주회사 순이익은 5조5951억원으로 2014년보다 7883억원(12.3%)감소했다. 업종별 순이익 구성은 은행부문이 54.1%로 가장 컸고 비은행(28.3%), 금융투자(9.8%), 보험(7.8%)부문이 뒤를 이어 은행 쏠림현상이 이어졌다.

또 지주회사 내에서 금융회사 간 용역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구조도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농협금융은 해마다 2600억~4500억원의 명칭(농협) 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낸다. 농협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8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급감했다.


아울러 금융지주사는 개별 금융회사의 전산 등 핵심업무를 지주사 안에서 전부 처리해 아웃소싱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는 탓에 자유로운 인사처리도 어렵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유니버설뱅킹 도입 전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부가가치세 적용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디지털 금융환경에 확산… 유니버설뱅커로 거듭나야

세계는 유니버설뱅킹을 넘어 유니버설뱅커로 거듭나는 추세다. 디지털 금융환경의 확산으로 지난 수년간 내점 고객 수가 크게 줄면서 은행 직원들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유니버설뱅커는 1명의 직원이 단순 거래처리, 상품판매, 고객서비스 관리 등 복수의 직무를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수행하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일컫는다. 기존에 텔러(teller), 플랫폼뱅커(platform banker), 매니저 등으로 구분하던 역할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현재 텔러는 입·출금 처리 등 단순 거래처리만을, 플랫폼뱅커는 고객관리 및 상품·서비스의 판매·소개를, 매니저는 지점 관리만을 담당했지만 유니버설뱅커는 지점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은행은 유니버설뱅커를 통해 직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내점 고객 수 감소로 인한 지점 규모 축소와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증대에 따른 단순 업무비중을 감소할 수 있다. 또 지점의 생산성을 개선하고 고객에게는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금융리서치전문회사 노반타스가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소형 점포(매월 거래 처리 건수가 4000건 이하이거나 신규개설 계좌가 25개 이하인 지점)의 20% 이상은 이미 텔러 직무와 플랫폼뱅커 직무를 하나의 직무로 통합했다. 그 결과 텔러의 거래처리에서 50% 이상의 생산성 개선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관계자는 "세계 금융사들은 유니버설뱅킹을 넘어 유니버설뱅커의 도입을 추진한다"며 "국내 금융사들도 직원들의 업무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고객만족도를 배가시키는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