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는 ‘현대속도’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늦은 시점에 중국에 진출했지만 가장 빠른 속도로 중국 내 5대 자동차 업체로 성장한 ‘베이징현대’의 신화를 이르는 말이다.

이 신화는 2002년부터 작성됐다. 현대차는 2002년 5월 베이징기차(베이징자동차그룹)와 합작계약을 체결했고, 그 해 12월 바로 EF쏘나타를 생산했다. 회사 출범 7개월 만에 공장을 준공하고 신차를 생산한 베이징현대는 2008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달성했다. 중국에 진출한 모든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베이징현대는 새로운 신화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현재 누적생산량 755만대를 넘어섰는데, 올해 안에 800만대 달성이 확실시되고 내후년 상반기쯤 역시 가장 빠른 시기에 누적 100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누적판매량 증가세의 가속화에는 핵심 생산기지인 베이징 제3공장이 있다. 2012년 제3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며 베이징현대는 연간 1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베이징 현대3공장 의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베이징 현대3공장 의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자동화·모듈화로 생산성 증대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 순의구 양전개발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제3공장을 찾았다. 양전개발구는 수십개의 부품업체가 자리한 신흥공단 지역으로 1·2 공장에서 불과 20㎞ 정도 거리에 위치했다.

베이징현대 제3공장은 146만㎡의 광활한 부지에 프레스·차체·도장·의장공장과 엔진생산설비 등 26만㎡ 규모의 공장에서 연간 45만대를 생산한다. 각각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2공장보다 1.5배의 생산능력을 갖춘 셈이다.


자동차의 공정순서에 따라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라인을 순서대로 돌아봤다. 차체공장을 거친 뒤부터 차가 완성되기까지 전 과정이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된다. 현대하이스코와 포스코, 신일본제철 등에서 공급받은 철판은 프레스 공장에서 현대로템이 만든 기계를 거쳐 자동차의 각 부위에 맞게 절단 및 성형된다. 부위마다 다르지만 측면패널의 경우 한시간에 500장까지 성형해낸다.

이 패널들은 용접자동화율 100%의 차체공장으로 옮겨진다. 현대중공업이 만든 433대의 로봇이 패널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빠른속도로 용접을 진행한다. 이후 도장공장으로 운반돼 색이 입혀진다.


이 차체는 또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의장공장으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됐지만 의장공장에서만큼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모듈화’가 이뤄져 타 공장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다.

예컨대 엔진의 경우 기존 공장이 변속기와 엔진을 따로 장착해야 했던 반면 3공장에서는 엔진을 만들어 바로 옆의 모비스공장으로 보내면 이곳에서 엔진에 변속기 등 주변부품을 결합한 ‘모듈’을 만들어 보낸다. 의장공장에서는 이 모듈을 차체에 조립하면 된다. 모듈화 돼 공정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한 라인에서만 근무하지 않고 전환근무한다. 동일 작업 반복으로 인한 직업병 유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오히려 작업효율이 좋아졌다는 게 베이징현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3공장의 시간당 생산량(UPH)은 97대에 달하고 자동차 1대가 생산공정에 도입돼 완성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HPV)은 15.8 시간에 불과하다. 직접비교가 쉽지 않지만 울산공장에서 100대를 생산하는 시간에 175대를 생산해내는 능력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북경현대3공장 의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북경현대3공장 의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BTO 방식 '재고없는 공장'

3공장에서는 현재 위에둥(아반떼 HD), 랑동(아반떼 MD), 밍투(현지전략모델)와 싼타페(DM)의 혼류생산이 이뤄진다. 혼류생산이지만 모든 부품이 바코드를 찍은 뒤 조립되므로 부품이 뒤섞일 우려는 없다.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의 경우 신모델을 출시하면 구형모델을 단종하지 않고 가격을 낮춰 계속 생산하는데, 지난해 링동(아반떼 AD)이 출시됐음에도 랑동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요가 없는 차를 무조건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1공장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10년 전 단종된 아반떼 XD(현지명 엘란트라)도 생산하는데 이는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단종될 예정이다.

BTO(Build To Order) 방식으로 주문을 받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걱정도 없다. 매주 화요일에 딜러 오더가 들어오면 목요일에 회의를 거쳐 생산량을 확정해 그 다음주에 바로 생산한다. 차량을 주문한 고객은 1주일 만에 새차를 받아 볼 수 있는 셈이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하반기에 창저우에 4공장을, 내년에는 충칭에 5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4·5공장이 가세할 경우 생산능력은 현재의 연간 105만대에서 165만대로 확대된다. 둥펑위에다기아와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공장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연간 27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다만 베이징현대가 지난해부터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토종업체들의 공세로 고전 중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시장의 현지합작 법인들은 지난해 실적감소를 보이며 현지수요에 비해 과잉공급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다. 베이징현대 역시 지난해 전년대비 판매량이 5%가량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김봉인 베이징현대 생산총괄담당 부총경리(전무)는 “중국 자동차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여전히 높은 성장세”라며 “징진지 개발로 인한 수요상승과 중서부 지역의 자동차 대중화로 수요는 끊임없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까지 판매감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3월 판매량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신차출시를 계기로 판매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