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삼성제국’ 같았다. 서초시대를 끝내고 수원시대로 들어선 삼성전자의 수원 디지털시티는 임직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도시였다. 센트럴파크를 둘러싼 정보통신연구소(R3)와 디지털연구소(R4), 모바일연구소(R5)는 몇년 전 지어졌지만 삼성전자의 새로운 시작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인 듯했고, 그 안을 누비는 임직원들은 짓궂은 날씨에도 활기가 넘쳤다. 지난 3일 빗속을 뚫고 삼성전자의 심장부 ‘수원 디지털시티’를 찾았다.


◆임직원을 위한 ‘힐링공간’

디지털시티와의 첫 만남.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엄청난 규모의 지상공원이었다. 지난 2일 문을 열었다는 센트럴파크의 대지면적은 3만7699㎡. 총 31개월의 공사기간, 약 1840억원의 공사비용이 들었다. 센트럴파크의 지상에는 중앙공원, 지하 1층에는 광장, 지하2~5층에는 24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자리한다.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센트럴파크의 중앙공원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푸른 나무가 선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상공원 조경에만 89억원이 투입됐다. 잔디 1만218㎡, 대형나무 4213그루가 공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날씨가 좋은 날 지상공원에서 산책하는 임직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가 와서일까. 편의시설이 대거 입주한 지하 1층에 몰린 임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청 멜빵바지에 분홍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여성 직원, 군복바지를 입고 커피를 든 남성 직원…. 모습도 제각각이다. 딱딱한 사무실이 연상되던 삼성전자가 아니었다. 팝아트 작품이 전시되고 알록달록한 인테리어로 채워진 지하 1층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센트럴파크 지하 1층 광장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모든 시설이 입점됐다. 은행부터 카페, 해외특송을 전담하는 DHL까지. 편의점도 남다르다. ‘판도라’(PANDORA)라는 이름의 편의점은 식품뿐 아니라 아디다스 등의 운동복, 비너스와 같은 속옷, 안경, 화장품, 액세서리까지 판매한다.

지하 광장에서 운동복을 판매하는 이유는 바로 피트니스 센터 때문. 5600명이 사용 가능한 피트니스시설은 암벽등반, GX, 스쿼시 등을 위한 개별공간과 헬스기구를 갖췄다. 한쪽 벽면을 채운 런닝머신은 부족함이 없어 보였고 피트니스센터를 가로지르는 하늘색 실내트랙은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임직원들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임직원들을 위한 시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피트니스센터 맞은편에 자리한 동호회 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스포츠, 뮤직, 아트로 나눠진 공간에는 각각 요가·발레·힙합댄스, 오케스트라·밴드·색소폰, 연극·미술·바리스타 등을 위한 40개의 다목적실이 준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센트럴파크의 시설과 규모보다 만들어진 목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센트럴파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스타트업 삼성’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창의 양성'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사진제공=삼성전자

◆집단지성의 디지털시티

삼성전자가 센트럴파크 내에서도 가장 신경을 쓴 공간은 ‘집단지성의 공간’ C랩(C-lab)존이다. C랩은 2013년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이다. 센트럴파크 C랩존의 개장으로 하나의 공간에서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된 것.


C랩존은 워크숍, 교육, 세미나, 토론 등이 이뤄지는 ‘스퀘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시제품 제작을 돕는 ‘팩토리’, 소규모 협업과 토론·휴식을 겸하는 ‘라운지’, C랩 혁신활동을 공유하는 상설 전시공간인 ‘갤러리’로 구성됐다.

삼성전자는 C랩존 입구에서부터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자랑했다. C랩존에 들어섬과 동시에 과제 공모전을 통해 추려진 아이디어와 직원들의 얼굴이 있는 전시물을 만날 수 있었다. 개인 참가자부터 팀단위 참가자까지 다양했다.

C랩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바로 팩토리.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구현할 수 있게 해 ‘성공도 빨리, 실패도 빨리’ 하도록 한다. 흡사 공방을 떠올리게 하는 팩토리는 벽면에 아이언맨 가면, 피카츄 모형 등의 장식물로 아기자기함을 더했다. 팩토리는 공구부터 3D프린터, 레이저커터, 인두 작업대 등 고가의 장비로 가득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존에선 자유로운 토론과 협업을 도모한다"며 "활발한 아이디어 교류를 통해 집단지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실제 C랩의 성과는 우수하다. 2016년 현재까지 총 119개 과제를 발굴했고 사업화 추진으로도 연계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42개의 과제가 사업부로 이전했으며 9개 과제가 스핀오프해 별도 법인으로 분사됐다. CES2016에서 신개념 통화기기를 소개한 ‘이놈들연구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원 디지털시티는 삼성전자에게도 의미가 크다. 지난 3월 수원시대를 개막하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통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앞세웠고, 센트럴파크가 곧 혁신이 피어날 공간이기 때문. 삼성전자 전 직원의 3분의1 이상이 모여 있는 만큼 수원 디지털시티는 삼성전자 혁신의 전초기지다.

이날 디지털시티에서 만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 사장은 “최근 입사 5년 이하인 젊은 사원들의 생각을 많이 끌어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경쟁도 중요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느끼게 하는 게 목표다.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성과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