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포커스] UBI보험, '손해율 해결책' 될까

손해보험업계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운전자습관연계보험’(UBI·usage-based insurance) 개발에 집중한다. UBI보험이 우량고객을 끌어모으면서도 손해율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부화재가 SK텔레콤의 T맵(내비게이션)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UBI보험을 시장에 내놨다. 배타적사용권까지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운전자들의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새 먹거리가 될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또 내비게이션 앱이나 OBD(차량운행기록) 장치가 얼마나 정확하게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측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손보업계, UBI보험 개발 '한창'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가 SK텔레콤 T맵과 제휴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UBI 자동차보험 'smarT-UBI 안전운전 특약'을 출시했다. UBI는 운전습관을 고려해 안전한 주행기록을 가진 운전자들의 경우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SK텔레콤이 T맵 차량정보 수집장치를 통해 가입자의 운전습관, 이동거리, 운전시간, 운행속도 등의 정보를 수집해 보내면 동부화재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운행패턴을 분석해 위험률과 보험요율 등을 산정하는 식이다. T맵과 연동되기 때문에 추가 장치 설비가 필요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해상은 이달 중순 현대·기아차와 제휴를 맺고 독자개발한 '하이카 블루링크·유보'(Bluelink·UVO) 자동차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장착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운행정도가 자동으로 수집하고 이를 통해 사고접수, 현장출동 절차를 자동화함으로써 보험료를 인하해준다는 방침이다. 블루링크·유보 장착 차량은 보험료의 7%를 기본으로 할인받는다.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도 KT와 연계해 UBI보험을 준비 중이다. 차량운행기록장치(OBD·On Board Diagnotics)를 차에 설치해 데이터를 KT에 전송, KT에 집적된 정보를 토대로 보험료를 매기는 식이다.

이처럼 손보업계가 UBI보험 개발에 나선 것은 우량고객을 확보해 손해율을 낮추면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UBI보험 가입자는 운전습관이 좋은 고객이 가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UBI보험으로 손보업계의 오랜 숙원인 보험료 차등화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뿐 아니라 운전습관이 좋은 고객은 보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운영경비 절감, 신규고객 확보, 영업전략 강화, 위기 시 선제대응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럴해저드 우려… 정보제공 거부감도 '걸림돌'

SmarT-UBI 상품 모델./제공=동부화재
SmarT-UBI 상품 모델./제공=동부화재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닌 타 통신사 가입자가 동부화재 UBI보험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T맵 이용료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가입자가 안전운전할 수 있는 곳에서만 T맵을 켜고 그렇지 않은 구간에서는 T맵을 끈 채 난폭 운전을 하더라도 보험사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T맵으로 과연 운전습관을 제대로 잡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수집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집적되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여전하고 고객이 과연 어디까지 정보 공유에 동의해줄지 의문"이라며 "자칫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라도 불거지면 그동안 소요됐던 개발비나 마케팅비만 고스란히 날릴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귀띔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차량 운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손보사와 이통사에 보내야 하는데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동부화재 측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보험계약 체결 시 고객 본인의 동의를 받아 해당 안전운전 점수만을 확인하는 모델"이라며 "T맵을 통해 측정되는 운행정보는 점수 산출에만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점수가 계산되는 구체적 산식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