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오래전부터 생명이란 무엇이고 ‘살아있음’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생명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등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궁금증을 품어왔다.


생명의 탄생을 과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명의 기원을 화학물질에서 찾아 ‘화학 진화설’을 제시한 <생명의 기원>(The Origin of Life on the Earth)이 출간된 지 올해로 80년이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오파린은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영향을 받아 1936년 이 책을 저술했다. 생명체와 비생명체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고 물질의 진화과정에서 생명의 특징을 갖게 할 요소가 만들어졌으리란 생각에서 출발했다.


생명의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오파린은 지구의 원시대기를 구성하던 메탄, 수소, 암모니아, 수증기 등이 번개가 칠 때 혹은 방전에너지와 화산이 폭발할 때 생겨난 열에너지를 흡수, 그 반응에 의해 당, 아미노산, 뉴클레오티드 등 생명의 구성원소가 만들어졌다고 추정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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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생명체, ‘RNA 세계 가설’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재료가 되며 뉴클레오티드는 생명체를 만드는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와 RNA(리보핵산)의 재료가 된다. 이렇게 생겨난 고분자 유기물은 계속 중합반응이 진행되면서 비에 녹아 지표면의 호수, 바다 등에 풍부하게 농축됐을 것이다.

이로부터 생체고분자 물질이 만들어진 뒤 간단한 물질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원시세포가 생겼다고 봤다. 오파린의 가설이 발표되고 17년 후 시카고대학의 밀러는 실험을 통해 원시 대기의 환원성 조건에서 아미노산을 비롯해 여러 생체분자들이 실제로 생성됨을 확인했다. 이 실험결과는 생명의 기원에 관한 연구에서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후 꾸준히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던 중 1980년대 RNA 세계 가설이 대두됐다. 태초에 생명체가 생겨났을 때는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기능과 지금 DNA가 가진 유전정보를 간직하는 기능까지 RNA가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2009년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제럴드 조이스 박사 연구팀은 적당한 조건에서 다른 단백질의 도움 없이 무한히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RNA 효소의 합성에 최초로 성공해 RNA 세계 가설이 힘을 얻었다.


불안정한 물질인 RNA는 오랜 세월 진화를 거치는 동안 유전정보 보관기능을 안정적 물질인 DNA에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지구상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는 DNA나 RNA를 유전정보로 이용하며 거기에는 어떤 세포가 만들어지고 몸 안에서 어떤 장기가 어떤 모습으로 생겨날지의 정보가 다 들어있다. 유전정보가 생물의 몸을 통해 전달되는 시스템으로 생명을 바라본다면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이 유전정보가 생명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지구 이외의 우주 어느 곳에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왔다. 특히 지구 가까이 있는 행성인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화성은 모양을 비롯해 지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지름이 지구의 절반을 조금 넘으며 자전주기가 지구의 1.026배, 1년은 지구의 1.88배로 지구처럼 4계절이 있고 공전궤도면에 대한 자전축의 경사각도가 24도로 지구의 경사각과 불과 0.5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화성 ‘생명체’ 존재할까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이 지구에 가까이 접근한 1877년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화성의 지도를 손으로 스케치했는데 이때 화성 표면을 가로지른 직선들을 관측했다.

직선들은 운하처럼 보여 화성인이 살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조선 말기 우리나라를 방문해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했던 미국의 천문학자 로웰은 애리조나주에 로웰 천문대를 세워 화성 표면의 운하를 160개 이상 찾아내 화성인이 인공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 소금이 들어있는 액체상태의 개천이 흐른다고 공식 발표해 지구와 마찬가지로 생명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5억년 동안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떨어진 암석이 10억톤이 넘는데 그중 화성에서 온 운석의 경우 생명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스미소니언저널은 화성 분화구 인근에서 촬영된 사진에 나타난 꽃양배추를 닮은 패턴이 화성의 초기 생명체와 관련된다는 주장을 실었다.

지난 3월14일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은 화성에서 생명 흔적을 찾기 위한 ‘엑소마스’(ExoMars) 프로젝트의 가스추적궤도선(TGO)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엑소마스’는 테스트 성격의 탐사선과 화성 대기를 조사하기 위한 소형착륙선 ‘스키아파렐리’로 나뉘었다. 오는 10월19일 TGO가 화성 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하면 속도를 늦추는 휴지기를 내년 말까지 가진 후 2022년까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소형착륙선은 TGO로부터 분리돼 화성 적도 남쪽에 위치한 평원에 착륙, 화성표면의 메탄성분을 조사한다.

메탄은 주로 미생물에서 배출되므로 생명체 존재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 2018년 2차로 발사되는 화성 탐사차량 ‘엑소마스 로버’는 드릴로 땅을 뚫고 지하의 물과 얼음을 캐내 분석함으로써 생명체의 증거를 알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31일 화성은 2014년 4월14일 이후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화성이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한바퀴 도는 데 687일이 걸리기 때문에 365일 동안 한바퀴 도는 지구와의 거리가 계속 변한다. 이번처럼 지구에 7500만km까지 다가오는 현상은 2년2개월마다 반복되며 약 5000km까지 다가오는 대접근 현상은 15~17년마다 반복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올 2월 우주과학, 지구관측, 우주탐사 등 민간우주개발분야의 상호협력에 대한 원칙을 규정하는 협정문안을 타결했다. 지난 4월 개최한 한미우주협력회의에서는 달탐사는 물론 화성탐사,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미국이 추진 중인 우주탐사계획을 공유하고 양국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NASA는 무인 화성 탐사에 이어 2030년대에는 유인 화성 탐사를 목표로 세웠다. 머지않은 장래에 지구인이 화성을 여행하는 일이 가능할 것 같다. 화성 대접근일을 겨냥해 화성에 가는 우주비행선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