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DB
/사진=머니위크DB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의 해외진출이 유일한 돌파구로 지목된다. 하지만 업계 현실은 전 세계 건설경기가 나쁜데다 심각한 저가수주로 인해 해외실적이 점점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수출 장려하는 정부, 현실은…

국토교통부는 중소·중견 건설사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수주교섭비용을 지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국내 주택경기 전망이 어두워 건설사들이 새 수익사업을 찾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역시 수익성이 바닥인 상황.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GS건설 등은 지난 1분기 해외사업 원가율이 100%를 초과했다. 원가율은 매출액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원가율이 100%를 상회하면 매출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의미다. 사업을 할수록 손해가 느는 셈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분기 해외사업 원가율이 107.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포인트 상승했다. 해외매출이 1조233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49% 증가했지만 손실은 2배 늘어 723억원에 달했다. 적자구조가 심화되되면서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1년 사이 246.6%에서 262.3%로 상승했다.


GS건설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사업의 공사기간 지연으로 추가손실이 발생하며 1분기 원가율이 102.9%를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1.7% 증가해 2조2537억원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7.5% 감소했다. 해외플랜트부문의 원가율도 103.9%를 기록했다.

◆저가수주 막으려면 과잉경쟁 자제해야


해외사업의 부진은 저유가로 인해 중동발주물량이 줄어든 환경도 영향을 주지만 저가수주가 심각한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수주를 늘려가며 과잉경쟁에 돌입했다. 해외수주 규모는 2007년 398억달러에서 2010년 716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 배경에는 건설사들의 가격경쟁이 자리잡았다.


건설사들 입장에선 해외수주를 늘려야 하지만 딜레마에 빠져있다. 도급형사업은 입찰과정에서 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저가수주로 물량을 늘려도 몇년 후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과잉경쟁으로 가격수준을 낮춰놓았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수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가수주 대신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올초 사업계획 발표를 통해 "개도국 정부와 발주처를 상대로 직접 협상하는 등 해외사업의 개발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업성 검토와 부지매입, 개발, 시공, 분양까지 종합적인 관리능력을 갖춘 디벨로퍼를 육성할 방침이다.

한편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올해 1~5월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1년 만에 40% 이상 감소해 137억달러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