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기술 전쟁시대가 도래했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적 파괴’가 중요한 시대가 온 것. 고유의 기술을 갖지 못하면 도태되는 산업 생태계는 ‘퍼스트무버’를 원하고, 퍼스트무버를 향한 대기업의 변신은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기술전쟁을 예고한다. 이에 국내 강소기업들도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입지를 쌓고 있다. 핀테크부터 의료기기까지 토종기술로 무장한 강소기업을 살펴봤다.


◆솔루션·패키지·상용화 ‘유일’

‘전세계 금융산업 고객사를 위한 선도적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 거창해 보이지만 ‘뱅크웨어글로벌’에게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지난해 7월 뱅크웨어글로벌은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를 담당하는 앤트파이낸셜그룹으부터 투자를 유치해 핀테크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벤처캐피털(VC)업계 추정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뱅크웨어글로벌은 2010년 설립된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이경조 뱅크웨어글로벌 대표. /사진제공=뱅크웨어글로벌
이경조 뱅크웨어글로벌 대표. /사진제공=뱅크웨어글로벌

뱅크웨어글로벌은 코어뱅킹(여수신·외국환 업무 등 고객과의 금융거래를 담당하는 회사의 차세대 종합정보시스템) 자체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상용화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기업이다. 그야말로 국산기술로 무장한 핀테크업계의 퍼스트무버다. 일반적으로 은행시스템을 만드는 데 2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뱅크웨어글로벌의 조립식 소프트웨어는 9개월이면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시스템이 가동된 후에는 프로그램을 고칠 필요 없이 새로운 정의(신상품)를 추가하면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독보적으로 짧은 시스템 개발시간과 플랫폼 범용성을 이끌어냈다.

‘국산 금융 소프트웨어 강자’인 뱅크웨어글로벌은 특히 중국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에 뱅크웨어글로벌의 코어뱅킹 패키지가 채택된 것. 앞서 중국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대형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중국IBM으로부터 코어뱅킹 파트너로 수년간 러브콜을 받아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지난 2월 앤트파이낸셜과 합작법인도 설립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국내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3년 IBK기업은행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산업융합원천과제를 수주하는 등 영향력을 넓혔다. 이경조 뱅크웨어글로벌 대표는 “현재 우리의 경쟁사는 굴지의 해외 IT기업뿐이다. 국내외 시장을 아우르는 핀테크 솔루션의 1인자가 되는게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뱅크웨어글로벌의 독자적인 핀테크 기술을 다른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기능성종자를 해외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강소기업 아시아종묘. 이 회사는 기능성 채소분야를 개척한 농업회사법인으로 ‘국내산으로 세계인의 먹거리를 책임지겠다’는 비전에 맞게 신선한 품목을 공급하기로 유명하다.  


아시아종묘는 풋고추 ‘따고또따고’, ‘드셔보라’, 자색무 ‘보라킹’, 자색배추 ‘진홍쌈’ 등 특색있는 쌈채소와 속이 노란 망고수박인 ‘슈퍼골드’, 흰가루병에 강한 ‘대장금’ 등 다양한 신품종을 출시해 종자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사진제공=아시아종묘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사진제공=아시아종묘

1992년 설립된 아시아종묘는 종자산업이 금값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장기간 연구를 지속하며 품종 강화와 신품종 개발에 힘을 쏟았고 2014년 500만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최근 중소기업청의 ‘2016 글로벌 강소기업’으로도 선정돼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아시아종묘는 현재 국내 3100여개, 국외 36개국 190개사의 거래처를 확보했고 인도·베트남·터키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 우수종자 육성과 해외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아종묘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124건의 품종 보호 출원 및 등록을 기반으로 세계 종자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김정현 원텍 사장. /사진제공=원텍
김정현 원텍 사장. /사진제공=원텍

◆레이저치료 숨은 강자

1998년 설립된 원텍도 외산 장비의 점유율이 높은 의료기기시장에서 국산기술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원텍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 3월 ‘제32회 국제 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에서 역대 최고 성과인 250만달러의 성과를 달성했고 전세계 60여개국에 의료기기를 수출하고 있다. 매출의 약 70%가 해외시장에서 나온다.

원텍은 피부미용, 성형을 위한 레이저, 초음파, 고주파 의료기기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강소기업으로 비만치료 레이저와 초음파기기 개발·제조도 특화했다. 전세계 최초로 2가지 매질을 활용한 레이저를 개발해 피부의 손상과 색소침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피부과와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 약 50종 외에도 B2C시장을 타깃으로 출시한 탈모치료기 ‘헤어빔’도 큰 호응을 얻었다. 흉터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저출력 레이저 요법을 활용해 모발의 성장을 유도하고 모발 수명을 연장해주는 기술로 지난해만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텍 레이저의료기기 Picocare. /사진제공=원텍
원텍 레이저의료기기 Picocare. /사진제공=원텍

의료기기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외에서 171여건의 지식재산권을 확보했고 이 중 82건의 특허등록 및 출원이 이뤄졌다. 유럽인증은 22건, 중국은 11건, 미국은 11건으로 전세계를 아우르는 의료기기의 숨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원텍 관계자는 “기기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까지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혁신성과 잠재력을 가진 강소기업이 각광받는 산업생태계 대해 나종호 한국강소기업연구원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강소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며 “건강·핀테크·환경 등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미래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창의적인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 강소기업의 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